2005년 12월, 교육·문화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으로 ‘이화여대 주변 찾고 싶은 거리’(찾고 싶은 거리)가 만들어졌다. 이 사업은 보행자를 위한 거리를 확보하고, 교육·문화 환경 증진을 목표로 서울시가 추진한 사업이다. 공사 전 서대문구는 ‘이대주변 환경개선’이라는 기획 아래 크게 ‘전선지중화·건물외관과 광고물정비·친환경적 거리 조성’ 등을 세부사안으로 내세웠다. 공사기간 5개월, 총 사업비 29억 5천만 원이 소요된 찾고 싶은 거리 조성 2년 후, 추진 목적은 얼마나 달성됐는지 진단해봤다.

△‘찾고 싶은 거리’는 찾고 싶은 거리인가?
‘찾고 싶은 거리’ 조성 당시 서울시는 기존의 2개 차로(폭 7m)를 1개의 차로(폭 3.5m)로 줄여 보행로를 넓혔다. 또 차선의 형태를 직선에서 굴곡형태로 변환하면서 차량속도를 감소시켜 보행자의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평균 3m∼4m가량의 폭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거리 조성 후, 보행자의 체감 도로 폭 넓이 차는 크지 않다. 2일(화) 오후 7시 경, 기자가 직접 찾아간 ‘찾고 싶은 거리’는 행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보행로 위를 진열대와 노점상들이 빽빽이 들어차있었기 때문이다. 길 위에는 노점상 24개·옷가게 진열대 15개·음식점과 통신회사의 광고 배너 24개가 놓여있었다. 신발 진열대를 내놓거나 마네킹을 세워놓은 상점도 있어 보행로는 더욱 좁아졌다.

우리 학교 정문에서 신촌기차역까지 가는 길도 좁기는 마찬가지다. ㄱ커피숍 앞은 1m78cm의 보행로가 마련돼 있지만 액세서리 노점상이 있어 실제로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거리의 폭은 83m에 지나지 않는다. 20대 여성의 평균 어깨너비 37.44cm를 고려한다면 2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폭이다. 정보연(체육·04)씨는 “사람이 많이 붐비는 주말 저녁시간이나 하교시간에는 사람들끼리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뚜렷한 결과물 없는 서울시의 ‘교육·문화시설 인센티브 전략’
이대앞 거리의 과도한 상업화를 막기 위해 교육·문화 관련 용도의 건물이 들어올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서울시의 당초 계획 역시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실제 서울시는 ‘찾고싶은 거리’와 같은 대학가 주변공간에 사업자가 공연장·전시장 및 복지시설을 설립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시설물이 총연면적의 30% 이상을 차지할 경우 용적률을 완화해주고, 건축물 외관정비·분전반(각 분기 회로마다 스위치 설치해 놓은 것) 수용시 건폐율(건축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비율)을 완화해 준다’등의 혜택을 내세운 정책이다.

하지만 ‘찾고 싶은 거리’조성 이후 도서관·공연장·서점과 같은 교육·문화 관련 건물이 들어온 사례는 없다. 오히려 지난 2년간 학교 앞에는 YES AMP·메르체·밀리오레·파비 등 대형쇼핑몰이 집중적으로 건설됐다. 이대역∼신촌역사까지 이어지는 찾고싶은 거리 조성으로 고객 유입이 한층 좋아졌기 때문이다. 강애리(법학·05)씨는 “오히려 최근 2년간 상업화가 더 심해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류연선(사생·05)씨는 “거리가 이전보다 더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찾고 싶은 거리’는 최근 드러선 대형 쇼핑몰 분양광고에 이용될 뿐이라고 말했다.

으뜸 공인중개사 최유숙 대표는 “조성 초기 대학가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와 달리 오히려 대형상가가 더 많이 들어섰다”며 “실제 의류·악세사리 점포와 관련해 이대앞 대형쇼핑몰 임대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 도시계획팀 노만규 주임은 “교육·문화 관련 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규정은 있지만 허가를 요청한 사례가 없다”며 “현실적으로 높은 수익률 보장이 예상되는 업체에서 허가를 요청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상인·시민 등 이용자들의 적극적 참여도 절실해
현재 이대 앞 ‘찾고 싶은 거리’를 전담하던 부서는 해체되고, 서대문구 건설관리과 가동팀(노점상 관련), 토목하수과(시설물관련) 등 업무성격에 따라 부서를 나눠 관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절실한 것은 실제 거리를 이용하는 학생·상인·시민의 적극적 참여다. 노만규 주임은 “공공 주도로 시행된 이대 앞 ‘찾고 싶은 거리’사업공사 결과는 만족하지만 이용자들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등 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실제 상가 운영위원회에서 환경 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길가에 화단을 설치한 것, 동사무소 주도로 매주 새벽 청소를 하는 것 등을 자발적 참여의 좋은 예로 꼽았다.

서울시립대 김일태(도시행정학과) 교수는 “물리적 환경의 개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 속에 살고 있는 학생·상인들도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중부대 김용철(도시행정학과) 교수 역시 “도시를 개발할 때 조성에만 급급하지 말고 경영·관리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학생들이 불만이 있다면 학교·학생이 나서서 꾸준히 시청·구청 등에 건의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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