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얀마 사태 모른 체 말라
정부, 미얀마 사태 모른 체 말라
  • 장세리 기자
  • 승인 200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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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의 횡포에 시달리던 미얀마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서만 10만 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참가했다. 군부는 9월26일 밤 사찰을 급습해 시위주도 승려들을 체포하는 등 강경하게 진압했고 27일에는 무력진압으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위가 일어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연료 가격의 대폭적인 인상과 함께 미얀마 군정의 부패 때문에 쌓인 시민들의 불만을 꼽았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9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0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얀마는 소말리아와 함께 최하위인 179위의 부패국가로 평가됐다. 기존의 군부통치 방식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국민들의 강력한 의사는 대규모 시위로 표출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국제사회 및 각 국가들은 미얀마 정부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미얀마 군사정권이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것에 대한 제재조치로 미얀마 고위 관리 14명의 자산을 동결했다. 일본 정부는 미얀마에 대한 무상자금 지원과 기술협력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인도적 차원의 원조를 삭감하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요청하기 위해 무력진압이 일어난지 3일만에 미얀마로 특사를 파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유엔 유럽본부에서 특별회의를 열고 미얀마 평화 시위에 대한 군정의 유혈 탄압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얀마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미얀마인들과 시민, 인권단체 등의 연대도 모색되고 있다.

이들은 9월27일 주한 미얀마 대사관에서 집회를 열고 미얀마 군부정권의 폭력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그 동안 미얀마의 민주화 요구를 외면한 한국 정부가 민주화 요구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과 정책을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혈사태까지 일어난 무자비한 진압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명시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정부는 조용하기만 하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온 힘을 쏟았고 국회위원들은 대선 준비에만 바빴다. 정부 관계자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현재 경제제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국민들이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 9월27일자로 미얀마 정부의 자제와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냈을 뿐이다.

2006년에 조사한 ‘아시아 국가 민주순위’에 따라 민주화 정도를 따져보면 한국은 31위, 미얀마는 163위다. 미얀마보다 훨씬 발전한 민주 선진국인 우리나라의 역할은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미얀마의 원조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얀마 사태에 대해 정부로서만 할 수 있는 경제제재나 원조 및 지원 중단 등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

또한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인권조차 짓밟고 있는 미얀마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도덕성을 입증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위기의 순간에 가장 근본적인 정의를 찾아 적절한 조치를 내리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20년 전 우리나라도 지금의 미얀마의 상황과 다를 바 없었다. 군부독재와 민주화 항쟁을 겪었던 한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굳게 입을 닫고 있다. 민주화 시위를 이끈 NLD 한국지부 회원은 2000년에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이 중 겨우 8명만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인권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의 보호는 필수다. 연대를 필요로 하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끝까지 침묵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적으로 선진화된 나라로서 평화적인 면모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방관도 죄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때다.

장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