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제2외국어는 인문대·사회대 학생의 경우 필수 교양과목이며 그 외의 단대생에겐 영어Ⅱ와 제2외국어 과목 중 택일하여 수강하는 선택 교양과목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이화인은 제2외국어 과목을 한번씩 수강하게 되는데 그 평가는 상반된 경우가 많다.

지난 학기 기본 일본어를 수강했던 박서언양(영문·1)은 “수업에 외고 출신 학생이 많아서 그런지 교수님께서 기초적인 부분은 설명없이 그냥 넘어 가는 경우가 많고 진도도 빨라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열심히 한다 해도 구두 시험의 경우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명덕외고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김모양(언홍영·1)은 “기본 독일어를 수강할 경우 중간고사 이전까지의 내용은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아도 괜찮은 성적을 받을 수 있고 강의 교재의 일부는 고등학교 때 배운 부분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2외국어를 처음 접한 학생은 수업을 이해하기가 어렵고 자신이 전공했던 제2외국어를 수강하는 외고 출신자나 이미 외부에서 제2외국어를 상당기간 공부한 학생의 경우 특별한 노력 없어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성만 교수(독어독문학 전공)는 “기본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수준차가 심해 난이도를 설정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준차는 학점으로도 이어지는데, 실제로 지난 학기 제2외국어의 모든 과목을 통괄한 성적을 볼 때 A 등급의 외고 출신 비율은 48.2%였으며 98년도 2학기의 경우도 A성적의 외고 출신 비율은 52.4%나 된다.

제2외국어 수강자 중 외고 출신자의 비율이 약 18%임을 고려할 때 외고출신의 대다수가 A등급의 성적을 받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반고 출신자라도 제2외국어를 상당기간 습득한 학생의 학점이 높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제2외국어를 처음 접한 학생의 경우 학점 따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주경미 교수(불어불문학 전공)는 “외고 출신은 손쉽게 학점을 따기 위해 전공했던 과목의 기본을 수강하지 말고 새로운 과목이나 전공했던 과목의 중급을 택해야 한다”며 “어학 공부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만큼 제2외국어를 처음 접하는 학생의 경우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우리학교의 제2외국어 교양 수업은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해 제도적으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수강 학생의 실력이 기본 이상이라면 영어Ⅰ과 마찬가지로 시험을 치뤄 통과시켜 주거나 외고 출신들이 전공했던 과목을 수강할 경우 중급을 듣도록 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제2외국어를 깊이있게 공부하려는 학생들도 현재의 제2외국어 수업에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 학교는 학기 중에 프랑스어·일본어·라틴어·독일어·중국어·스페인어 등의 제2외국어 교양과목을 개설하고 있어 가르치는 과목은 사설 학원에 비해 다양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어 교양수업은 등급이 5단계로 나뉘고 4단계 부터는 시사영어·법률영어 등 분야별로 세분화된 데 비해 제2외국어는 중국어·프랑스어·독일어만이 중급 과정까지 개설돼 있다.

최성만 교수는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회화 중심으로,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독해 중심으로 공부하길 바라는데 비해 개설된 과목은 동일한 내용의 것들”이라며 “제2외국어도 영어와 마찬가지로 개설과정을 중금 이상으로 늘리고 독해 중심 회화 중심 또는 법률 ·의학 관련 등의 과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어·독어·스페인어 등 유럽 문화권의 언어를 비롯해 최근 급속히 가까워진 중국이나 일본 등의 제2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욕구는 대단하다.

그러나 우리학교 제2외국어 교육은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제2외국어를 가르치는 한 강사는 “학교측에 수준별 분반제의 실시와 다양한 분야의 강의 개설을 요구했지만 몇 년째 그대로”라며 제2외국어 수업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함을 지적했다.

교육자와 수혜자 모두가 불만족 스러워하는 제2외국어 교육. 학교측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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