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대회 대상받은 조현지씨

장예슬 기자 yeseulhere@ewhain.net
‘판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7살 때부터 소리를 배워왔던 한 국악인이 신선한 일탈을 시도했다. ‘국악에 모든 장르의 음악을 접합시켜 보고싶다’며 야심 찬 발걸음을 내디딘 그는 바로 조현지(한국음악과 판소리 석사과정 2학기)씨다.

판소리 전공자라 해서 단아한 한복을 입고 곱게 앞머리를 빗어 넘긴 모습을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지난 9월20일(목) 아름뜰 앞에서 만난 조씨는 귀에 한 피어싱과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퓨전 음악인’이었다. ‘국악만 했으면 답답해서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인터뷰 내내 털털하고 호탕한 성격을 감추지 못했다.

“딱딱하면 재미없잖아요. 대중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어야 국악도 장수할 수 있는 거죠.” 국악에 대한 사랑으로 ‘퓨전 국악’을 탄생시킨 것이다. 조씨는 ‘퓨전음악프로젝트 락(樂)’(락)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9월12일(수) 문화관광부와 국악방송이 주최한 ‘21C 한국음악 프로젝트’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조씨는 관객에게 가장 많은 호응을 얻어 ‘최고스타상’까지 거머쥐었다. “판소리에 펑키 음악의 리듬을 담아서 수궁가 한 대목을 ‘난감하네’라는 곡으로 새롭게 구성했죠.” 조씨의 말에 상상이 잘 안 된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바로 한 자락 뽑아낸다. “‘세상이 어디요, 육지가 어디요∼’이 정도로?” 맛 뵈기만 들었을 뿐인데 빠른 박자와 구성진 목소리의 조화에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2006년 봄, ‘듣는 이가 춤을 추고 노래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나가자’는 공동 목표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락’이라는 팀을 만들었다. 선배의 추천으로 ‘락’ 팀과 함께하게 된 조씨는 성악을 전공했던 것을 바탕으로 보컬 역할을 맡았다. 그와 퓨전 음악과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팀에는 가야금·태평소·피리 등을 연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드럼과 베이스기타 등 서양 악기를 다루는 음악인도 포함돼있다.

대상을 받고 나서 ‘같이 공연하자’는 외부 공연팀들의 제의도 많이 들어온다. 요즘 한참 주가가 상승 중인 그와 ‘락’팀이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조씨는 “제발 관심 좀 더 받고 싶어요!”라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크게 웃는다. 텔레비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팝이나 대중음악 보다 국악의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그래서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퓨전 국악의 대중화는 현재 함께 퓨전 음악을 하는 우리들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죠.” 다부진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진다.

퓨전 국악을 하게 되면서 그는 ‘재즈’와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재즈에 ‘뚜비두∼’처럼 즉흥적으로 음을 만들어내는 ‘스캣’이란 것이 있어요. 그 부분이 ‘구음’이라는 국악의 시나위 장르와 정말 유사해요.” 이번 방학 때는 어린이 뮤지컬의 해설자 역할도 맡았다. 모든 음악을 골고루 맛보고 소화해내는 그의 재능을 엿볼 수 있었다.

퓨전 국악을 하는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제각각이다. 처음에는 스승에게 호되게 꾸지람도 들었다고. 그는 “아직 제가 퓨전 음악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스승님들도 계세요. 아시면‘판소리나 하지 뭐하는 거냐’고 혼내실껄요?”하며 웃어 보인다. 조씨는 “바쁜 하루를 보내는 모습에 친구들이 ‘부럽다’는 격려를 보낼 때마다 ‘힘들다’는 소리도 못하겠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대학원 생활하랴 다양한 음악 장르 공부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지금이 제 인생의 ‘퓨전’시기가 아닐까요? 이것저것 배워나가면서 두렵고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정말로 행복합니다.” 아직은 어두운 터널 속을 걷고 있는 조씨지만 분명히 어둠의 끝에 보이는 빛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의 ‘유연한 뚝심’이 국악을 넘어 음악과 문화를 아우르는 큰 빛의 중심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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