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을 지날 때면 늘 보게 되는 운동장. 스포츠 스트립이라는 그럴싸한 명칭에 생기기 전부터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대 학생들보다는 지역 주민과 어린이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그곳은 체대생으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체대생의 전폭적인 사랑으로 붐벼야 할 운동장이 이렇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내가 소프트 볼 수업을 들었을 때 겪었던 일이다. 소프트볼은 야구와 매우 비슷해서 볼을 던지고 받고, 배트로 볼을 치는 것이 기본이 되는 매우 동적인 운동이다. 나는 연습을 위해 트랙 안 잔디에 들어가서 파트너와 공을 주고받고 있었다. 트랙에는 이미 수업 전부터 운동하는 주민이 있었고 혹시나 맞을까 조심조심 연습을 하던 터였다. 그러나 모두가 우려했던 상황을 결국 내가 저지르고 말았다. 공을 잘못 던져 운동하던 사람을 맞춘 것이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나는 놀라고 미안한 마음에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굳이 저기서 운동을 해야만 했을까 하는 원망 어린 생각은 죄책감을 덜기 위한 나의 이기심이었을까? 설사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러한 문제로 불편과 불안을 느낀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강의실에서 수업 중 수업과 관련 없는 사람이 왔다 갔다 하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닌가? 실기수업은 자칫하면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더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운동장이 많은 사람에게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업시간에는 존재가 무색한 푯말보다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외부인의 이용을 잠시 통제하여 수업의 질을 높이고 안전도 도모하도록 학교 측에 일종의 ‘에프터 서비스’를 요청하는 것이다. 철망 사이로 빠져나가는 볼에 절망하고, 철망 위로 넘어가는 볼 때문에 당해야 하는 철도청 직원의 삿대질은 감내하더라도 지나가던 ‘생사람’잡는 사고는 제발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마음껏 공차고 달릴 수 있는 만주벌판 운동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왕 마련된 운동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운동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기피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체대·03 임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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