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총장 - 유누스 노벨평화상 수상자 대담
‘소외된 여성을 위해 일한다’ 편집자주 :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가 명예철학박사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학교를 방문했다. 본사는 이배용 총장과 유누스 총재를 만나 두 기관의 협력계획과 학위수여 등에 대해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은 11일(화) 본관 소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우리학교와 그라민 은행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이배용 총장(이):두 기관이 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억압받던 사회계층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져다 주기 위해 설립되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공통점이라 하겠다. 이화는 거의 모든 여성이 문맹이었던 시절에 한국 여성교육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그라민 은행은 가난한 이들에게 소액대출을 시작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소외되었던 여성들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있다. 첫 시작은 미약했지만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뤘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여성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바가 크다는 점도 둘의 공통점이다.
유누스 총재(유): 두 곳이 소외된 여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 나간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라민 은행은 일반 은행과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은행과 학교로 비교하지 않길 바란다. 

△두 곳은 협력(MOU)을 맺은 상태다.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는가.
유: 먼저 학생 간 교류가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미 이화여대 학생 6명이 방글라데시에 방문해 그라민 은행의 소액 대출 개념을 배웠다. 또 그라민 은행 고객의 자녀인 방글라데시 학생 2명이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했다. 이것은 학생들의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학생 교류를 넘어 빈곤 문제 연구도 가능하다. 나는 교수직을 벗고 대학교 옆 마을의 가난한 주민의 현실을 파악하며 그라민 은행을 만들었다. 이화도 대학의 상아탑에만 갇혀있지 않고 사회 빈곤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 두 기관이 협정을 맺은 데에는 우리가 공유하는 미래에 대한 가치를 비롯하여 자유와 평등 같이 뜻을 같이하는 큰 그림이 있었다. 실질적인 교류 활동은 현재 우리학교의 사회복지전문대학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교수와 학생들이 지난해부터 활발히 교류중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두 기관이 억압받는 계층을 도움으로써 빈곤에서 깨어나게 해야만 평화가 온다는 공감대를 깊이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 경제가 별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우리가 그래민 은행과 교류하는 것은 이화가 추구해온 섬김의 봉사정신, 나눔의 국제화을 더욱 확대해 간다는 의미도 있다. 
 
△(유누스 총재) 이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 이화여자 대학교는 학술적으로 명망 있는 학교다. 특히 여성을 교육하고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을 찾는데 힘써온 대학이다.
이번 방문이 이화에 대한 두 번째 방문인데 이화가 여성과 빈곤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곳임을 깨달았다. 이배용 총장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들이 앞으로 방글라데시를 방문하기로 했는데 이는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라민 은행과 함께 일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강연회에서 이화인을 만나며 그들이 세계 빈곤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느꼈다. 이화여대가 본보기가 돼 다른 대학들도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배용 총장)유누스 총재에게 왜 철학박사를 수여했는가.
이:  유누스 총재는 경제학 박사이기도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주도해 온 빈곤퇴치 운동은 경제적인 이론만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가 인간을 신뢰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을 신뢰했기 때문에 그라민 뱅크를 세웠고 여성의 신용도가 높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증명했다. 이는 유누스 총재가 ‘인간 철학’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이화는 유누스 총재가 실천 한 휴머니스트·페미니즘 정신을 높이 샀다. 때문에 경제학 박사가 아니라 철학 박사를 수여하기로 한 것이다.  

△(유누스 총재) 학위를 받은 소감은 어떤가.
유: 이화에서 나에게 학위를 수여했다는 것은 내가 하는 사업에 동참하겠다는 연대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빈곤퇴치 사업을 이어가고 정신을 공유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철학박사 수여는 이화에서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학위라고 생각한다.

△빈곤층이 사라지는 것이 가능한가.
유: 신용은 하나의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금융기관 서비스에는 배제되는 이가 없어야 한다고 본다. 그라민 은행은 빈곤층의 80%가 금융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다. 20%를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교육은 가난을 벗어나게 하는 하나의 중요 장치다. 이화의 교육을 통해 가정에만 한정됐던 여성 역할을 다르게 해줬다. 또 교육을 통해 능력을 개발해 사회에 나가 일할 수 있게 됐다.

△여성 포럼 조직위원장으로 이배용 총장과 유누스 총재가 활동 중이다. 여성포럼은 어떤 자리인가.
이:  세계여성포럼은 올해 시작되긴 했지만 이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진행되는 행사이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여성 리더십과 성공의 재조명’이지만 이는 성공한 여성들끼리만 모여서 자신의 성취를 자랑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성공한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책임감이 있고, 이들이 이룬 성공의 경험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발전시킬 것인가를 겸허하게, 깊이 성찰해 보자는 의미가 있다. 또한 세계의 다양한 지역의 리더들이 서로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은지 진지하게 논의함으로써 이 시대의 패러다임을 제시해 보자는 것이다.
유: 세계여성포럼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또 지금까지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것도 포럼의 목표 중 하나다.

△이화인이 가져야 할 사회 책임의식은 무엇인가.
이: 이화인의 책임의식은 ‘이화인·사회·미래에 대한 책임’ 3가지 책임이 있다. 이화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항상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상처받은 이를 돌보고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 사회적인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길을 열어 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이 사회는 우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속 세대가 있기 때문이다.
유: 학생들은 이윤 추구만을 하는 기업이 아니라 더 넓은 기업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아이디어와 사회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을 돕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면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올해 목표를 지체장애인 1명의 재활을 돕는 것으로 한다. 그리고 이것이 계획대로 완수되면 다음해에는 더 확장된 이슈를 목표로 삼으면 된다. 작은 일부터 순차적으로 일을 키워 사회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쏟길 바란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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