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lady) : 빵 만드는 여자 ?

‘레이디’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woman에 대한 정중한 대용어”라고 나온다. Woman을 ‘앞집 아줌마’라고 한다면 lady는 ‘앞집 부인’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두 단어는 그 품격에 있어 차이가 난다. 이런 품격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lady라는 단어의 어원을 알아야 한다. Lady라는 단어는 영국에서 상류 계층의 여성들을 지칭할 때 사용한 단어다. 사실 1000년경부터 영국에서는 이 단어의 고어 형태인 hlfdige를 사용해 왔는데, 여러 가지 사례를 분석해 보면 그것은 오늘날 queen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lady의 고어 형태인 hlfdige(‘래프디쥐’ 정도로 발음할 것 같은데 확실치는 않다)의 본래 의미다. Webster's word histories(227쪽)는 “825년경의 자료에서 이 단어는 ‘가족 내의 여자 수장’(female head of a household)이나 ‘하인들의 여주인’(mistress of servants)이라는 의미로 쓰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hl?fdige의 본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어원상으로 보면 이 단어는 ‘빵’이라는 의미의 hl?f와 ‘빵의 반죽자’라는 의미의 -dige를 합성해 만든 것이다. 그러니까 lady는 어느 한 집안에서 빵을 만드는 여인이었던 것이다. Lady의 대응어인 lord의 어원도 lady와 비슷하다. Lord의 고어 형태는 hl?ford였는데, 이 형태는 ‘빵’이라는 의미의 hl?f와 ‘지키는 사람’이라는 -ford를 합성해 만들었다. 언어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lord나 lady는 어중음(語中音) f를 소실하면서 형성된 단어들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 두 단어의 어원은 서양사에서 빵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졌음을 말해준다. 만약 빵이 소중하지 않았다면 빵을 만드는 사람이나 지키는 사람을 그렇게 부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과 비슷한 빵을 만들어 낸 사람은 약 6000년 전 이집트 사람들이었다. 당시 이 제빵 기술은 매우 소중한 것이어서 한참 동안은 비밀로 했다고 한다. 그런 비법을 알고 있고, 그런 빵을 만들어 주는 여주인을 존중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장한업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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