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군주라 하더라도 민의를 배반한 통치자는 바꿀 수 있다”
덕으로 다스리는 왕도정치를 추구한 맹자는 '군주답지 못한 군주는 바꾸어야 한다‘는 ‘역성혁명론’을 주장했다. 그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국가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벼운 존재’라고 주장하며 민의의 바탕을 둔 정치를 강조해왔다. 지난 5월부터 시행된 주민소환제는 맹자의 민본주의적 정치사상을 실현할 제도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주민소환제는 임기가 보장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해직시킬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선출직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이다. 지난달 9일(목) 화장장 유치를 적극 추진해온 하남시장과 시의원 3명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확정된 이후 불안함은 더욱 커졌다. 투표일을 놓고 소환대상자와 선거관리위원회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하남시장이 제1호 소환 대상자가 될 것인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소환제의 도입은 반길만하다. 지방자치제도의 맹점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역구 의원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음 선거에서 해당 후보를 다시 뽑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결국 주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선거 때만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게 만들었다. 지방정치인들 역시 특별한 견제장치가 없었기에 정책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졌으며 지위를 이용해 온갖 비리와 부정을 일삼았다.

이러한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주민소환제도다. 주민들이 주민소환제로 독단적 행정, 비리, 무능력 등을 막을 수 있게 된다면 지방행정은 한 층 투명해지고 선출직 공무원들의 책임성도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지방행정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이들은 지속적으로 지방행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단체장과 지역 주민들 간의 대화와 타협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들은 보다 굳건한 민주주의가 자리매김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주민소환제가 부작용없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 장치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청구 사유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현행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은 청구사유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어 주민소환이 남발되거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앞서 주민소환제를 채택한 미국의 경우 무기소지에 반대하거나 동성애 문제에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소환운동을 전개한 사례가 있었다. 민주주의의 순기능을 위해 고안된 주민소환제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민소환 청구 사유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

주민소환제는 일부 자치단체장의 불만처럼 그들의 소신행정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제도적 민주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실질적 민주주의의 틀에서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존재하게 하기 위함이다. 지방정치인의 도덕적 해이를 극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지방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인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소환제의 시행은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한다. ‘위험과 함께 구원 또한 온다’는 말이 있다.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시민들의 성숙한 자치의식과 지속적인 고민으로 보완하며 주민소환제를 풀뿌리 민주주의의 한 단계로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주민소환제: 임기가 보장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해직시킬 수 있는 제도다. 유권자의 3분의 1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2분의 1이상이 찬성하면 선출직 공무원들은 직위를 상실하게 된다. 근대적 형태의 주민소환제는 1903년 LA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현재 미국 26개 주, 스위스, 독일 등이 주민소환제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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