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명물 고양이들이 있다. 이들은 중앙도서관(중도) 앞·대강당 계단 옆·중앙도서관(중도) 앞·대강당 계단 옆·포도길(이화-포스코관과 중앙도서관 사이의 숲길)에서 만날 수 있다. 고양이들을 내 가족처럼 아끼고 보살피는 이화인을 만나봤다.


▲고양이 돌보는 이화인들
고양이들을 돌보는 건 교직원들만이 아니다. “참 예쁘죠? 오늘은 저희가 고양이 식사 담당이에요”김미연(간호·3)씨는 밥 먹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들은 ‘고양이를 돌보기 위한 모임(가칭)의 일원이다. 이 모임원은 매일 오후6시~7시에 2명씩 짝을 이뤄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식단은 주로 참치 통조림 등 고단백 음식이다. 또 고양이가 다친 곳은 없는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다.

단짝 친구처럼 보이는 김미연씨와 송민정(경영·3)씨는 2005년 겨울, 중도 앞에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다가 만났다. 첫 만남에도 이들은 고양이 이야기로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었다. 약 석 달이 지나자 고양이를 함께 돌보는 사람은 네 명으로 늘어났다.

작년 겨울에는 ‘고양이를 돌보는 모임’이 결성됐다. 송씨가 이화이언 ‘비밀의 화원’에서 ‘포도길의 검은 고양이가 다리를 다쳤다’는 글을 읽게 된 것. 글에는 고양이를 도와야 한다는 실시간 댓글이 이어졌고 순식간에 게시판상에서 연락처도 오갔다. 온라인에서 만난 학생 세 명이 더 모여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이렇게 만난 7명은 그 자리에서 모임을 만들었다.

송민정 씨는 “그 후 2인 1조로 팀을 짜 순번을 정해, 주기적으로 고양이 예방 접종까지 하고 있다”며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 못지않은 사랑을 고양이에게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죽은 새끼를 낳을 정도로 허약했던 고양이 한 마리는 새끼를 낳고 오순도순 살고 있다.

“저희 공통점이요? 고양이 좋아한다는 것, 그거 딱 하나밖에 없어요.” 식성도, 취향도 모두 제각각인 이들은 말 그대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뭉쳤다. 지난 8월에는 4박 5일로 제주도도 다녀왔다. 고양이가 이어준 인연의 끈이 오래도록 이어진 것이다.

이화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교내 고양이들은 학교 관리 대상의 하나다. 안전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총무처는 ‘고양이를 잡아 달라’는 학생들의 제보가 접수되면 고양이를 잡아 동물보호협회에 보내고 있다. 공과대학에서는 재작년부터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마라’는 공지를 하기도 했다. 정경희 공대 행정실장은 “야생 고양이들이 새나 쥐를 잡아먹고 뒤처리를 하지 않아 미관상·위생상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고양이가 강의실에 들어와 컴퓨터나 실험 기자재를 고장 내는 일도 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한지혜 기자

▲대강당 고양이 돌보는 교직원 삼인방
해가 질 무렵 이화인 한 명이 대강당 계단에 앉아 “나비야”하고 부른다. 금세 회색 고양이가 사뿐사뿐 걸어 나온다. 그가 아기 어르듯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자 고양이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애교를 부린다. 그 둘의 모습은 영락없는 모녀지간이다.

‘나비’의 엄마는 바로 이경원(이대목동병원 직원)씨. 우리 학교 교직원인 이경원씨를 비롯해 윤희숙씨(교육공학전공 박사과정) 등 세 명이 대강당 고양이 ‘나비’를 돌보고 있다.

세 사람은 2004년 대학원 별관(당시 이화역사관)에서 근무하다가 고양이를 알게 됐다. 당시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니던 세 사람은 남은 밥을 고양이에게 나눠주던 것이 어느새 함께 밥 먹는 사이가 됐다고 회상했다. 낯을 많이 가리던 고양이는 대강당 숲과 도랑에서 놀다가도 점심시간이 되면 이들을 먼저 찾아왔다. 그런 고양이가 기특하고 예뻐 이들은 시간 날 때마다 털도 빗겨줬다. 고양이가 밥을 잘 먹지 못하거나 울음소리가 시원치 않은 등 아픈 기색이 있으면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병원에 데리고 가는 정성을 쏟았다.

“처음 만났을 땐 손바닥에 올려놓아도 될 만큼 작은 아기였는데 벌써 엄마가 됐네요.” 4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고양이의 연애 이야기와 가족 관계까지 빠짐없이 알게 됐다고. 나비는 ‘뚱’이라는 도서관 고양이와 첫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총무과에서 놓은 고양이 덫에 걸려 죽고 말았다. 그 후 나비에게는 ‘잘생긴 검은 고양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남자친구가 나타났지만 그 역시 덫에 걸려 나비와 이별했다. 나비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둘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 네 마리 중 세 마리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나비 역시 동물보호협회에 보내져 불임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직접 동물보호협회에 찾아가 데려왔다며 “그 후로 나비가 사람만 보면 겁을 먹고 슬금슬금 피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먹먹하더라”고 말했다.

이제는 목동에서 근무를 하는 ‘고양이 엄마’ 이경원 씨는 예전처럼 나비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모양이다. 그는 “제가 없는 동안 우리 나비 잘 돌봐주세요”라며 당부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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