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에는 지금 일 백 만 명의 함께 살고 있다. 그 중 약 30만 명이 외국인 회사 등 여러 가지 국제적인 업무 등으로 머무는 사람들이고 근 70만 명이 외국인 노동자들 또는 국제결혼 등으로 우리의 도움을 바라는 분들이다. 이들 중에 새터민(탈북자) 1만1천여 명은 포함 돼 있지 않다.

우리의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도전을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젠 다민족 국가에 들어섰으니 단일 민족의 공과 실을 떠나서 이런 비현실적인 이해에서 자유로워야겠다.

서구 선진국들의 사회정책 성공, 실패여부의 중요한 분야 중의 하나는 자국 내에 사는 타민족과의 매끄러운 통합 여부이다. 아직도 평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스리랑카는 사회통합의 실패의 전형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즉 원주민 싱가리 족과 300년 전 영국 식민지세력이 인도의 타밀나두 주에서 차 재배를 위해 노동자로 데려온 타밀족과의 갈등이 그것이다. 이 갈등은 간헐적 폭동을 일으키면서 이미 수십만 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다. 원인 중 하나를 서구 식민세력의 분리 통치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아직도 사회통합은 요원하게 보인다.

이외의 사례는 독일에 사는 약 800만 명의 터키인들의 경우이다. 약 100년 전 빌헬름 II 세 때부터 독일의 편에 있었던 터키인들은 독일에서 말하는 손님일꾼(Gast Arbeiter)의 주를 이루고 있다. 독일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이들은 독일 정부의 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독일사회에 완전히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회통합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프랑스는 1830년부터 알제리가 식민지가 되면서 북부 아프리카 인들과 그 이외의 식민지인들이 프랑스에 많이 이주하여 같이 살게 되었다. 사회의 통합이 잘 되는 듯했지만 작년에 일어났던 알제리인 중심의 소요는 자국인과 외국인이 어떻게 화합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외국인이 소수가 아닌 커다란 집단을 이루고 있고 그들과 이웃하며 같이 살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경우 그들의 고유한 전통과 관습을 유지하도록 하고, 우리나라의 사회 일반에 거부감 없이 동화되면서 삶에 전연 지장이 없게 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이를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는 알아야 한다.

다민족 국가에 돌입한 우리 모두는 우리와 함께 사는 외국인들을-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을 돌볼 책임이 있다. 이들은 우리가 싫어하는 일들을 묵묵히 해내는 분들로써 우리 모두가 감사해야한다.

정부의 외국인 정책은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그리고 외국인과 자국인이 서로 보완을 하면서 나아갈 때, 그 성공의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한국인들은 하얀 피부의 서양인들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고 친절하지만 피부색이 우리보다 검은 제3세계의 외국인 노동자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는 인권대사 및 국가인권위원회 재직시절 방글라데시 외국인 노동자연합으로부터 “흰색은 살색 즉 피부색”이라고 되어 있는 한국의 크레용과 물감 표기를 시정해달라는 집단청원을 받은 적이 있다. 자라나는 한국 어린이들이 살색 즉, 피부색이 어두운 자기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는 곧 흰색 대신 ‘옅은 살구색’이라고 표기하도록 권고해 고쳐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 8월9일, 10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종차별 철폐 71차 정기회의에서 “한국은 외국인 차별철폐 법률제정은 물론 단일 민족의 환상에서 벗어나서 명실상부 세계 10위권의 경제발전과 국력에 걸맞은 많은 인종차별을 시정하고 개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많은 잘못을 저지른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깊은 영성 그리고 그들의 값진 전통들을 배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하는 것이 다반사다. 우리와 같이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참 이웃이 되어야 하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격체이기에, 그들의 존엄성과 인권을 진심으로 존경해야 하는 일에 우리 학생들이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만 유엔으로부터 다시는 같은 지적을 받지 않을 것이며 우리나라가 인권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박경서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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