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역에서부터 학교 정문까지는 300m 남짓한 거리지만, 그 곳을 지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과 부딪혀야 한다. 쇼핑을 하러 온 사람들 무리를 간신히 빠져나오면 그 다음은 미용실 광고를 하기 위해 전단지를 내미는 아주머니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미용실 호객 행위와 주변 공사의 소음과 먼지는 이대를 다니는 동안 매일 겪어야 하는 생활의 한 부분이었다.

더구나 학교 앞이 ‘찾고 싶은 거리’로 지정되면서부터는 이러한 상황이 더욱 심각해졌다. 현재 ‘미용 특화 거리’ 그리고 ‘특급 상권’ 이대는 ‘이화여대 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화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거리로 사용되고 있다. 이대는 지하철 역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루 오만명의 유동인구와 끊이지 않은 일본·중국인 관광객으로 인해 일찌감치 관광특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듯 상권이 발달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갖고 있기에 무조건 적인 비판은 하고 싶지는 않다. 나 또한 그 상권 덕에 멀리 가지 않고도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화여대 길은 쇼핑이나 관광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만을 위한 특급상권이기전에 학생을 위한 이화여대 길이다. 그런데 모 신문에서 이대 앞 ‘찾고 싶은 거리’ 조성 사업이 마무리 되면서 쇼핑의 편의성이 증대돼, 대형 쇼핑몰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입지조건을 갖추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서울시는 학생과 지역 주민을 위한 ‘걷고 싶은 거리’·‘행복한 거리’ 가 아닌 대형 쇼핑몰을 위한‘찾고 싶은 거리’를 조성한 것이다. 그 이름만을 보더라도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목적을 위한 거리 조성인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대로 몰려들고 있다. 글을 쓸 때에도 독자가 누구냐에 따라 글의 방향이 바뀌는데 서울시는 이대 앞을 학생은 없고 찾아오는 사람만 많은 특급상권으로 보고 있으니 대형쇼핑몰이 잇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작년 정문 옆 ‘메이퀸’이라는 이름의 대형쇼핑몰이 이름만 바꾼 채 개장되었고 올해 ‘밀리오레’에 이어 ‘yesapm’과 ‘메르체’가 하반기에 개장할 예정이다. 정문에서 100m 거리 안에 4개의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는 것이다. 대학가를 상권으로만 인지하는 서울시와 이를 이용해 한 몫 챙겨보겠다는 상가는 다시 한번 사고를 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학가에서 학생을 생각하지 않는 정책은 파비와 신촌 밀리오레의 3·4·5층의 공실로 그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

최푸른(특교·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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