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를 다니는 우리들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다. 이미 한 학기를 경험하고 2007학년도 2학기를 맞이하는 시기니만큼 07학번 새내기들에게도 이제 이화란 이름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에서 이화란 단어가 등장하면 저절로 눈길이 멈추고 내용을 살피게 되는 건, 재학생이기에 당연히 갖게 되는 관심이자 어쩌면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세상은 이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최근 학력위조 파문으로 인하여 세상이 시끄럽다. 동국대 신정아 교수를 비롯하여 단국대 김옥랑 교수, 연극배우 윤석화 등 각계 유명인사에서부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미희, 최수종, 주영훈 등 유명 연예인들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이들의 학력위조 사실이 밝혀지거나 또는 그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나 위조된 학력 중에서도 이화여자대학교란 이름이 다른 것들보다 먼저 눈에 띤다. 텔레비전 뉴스나 인터넷 신문 등에 학교의 이름이나 학생문화관의 모습이 나오면 내게 너무나 익숙한 공간을 익숙지 않은 한 명의 대중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면서도 학력위조라는 결코 즐겁지 않은 연관 때문인지 씁쓸함이 남는다.

특히 "2년 전 이대 생활미술과에 진학 후 대학 가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마음을 다잡았으나, 다들 미팅하고 땡땡이칠 궁리만 하고 공부를 소홀히 해 대학이 재미없어져, 그때부터 오로지 유학만 생각했다"는 월간지 신동아 2005년 5월호에 실린 윤석화씨의 인터뷰를 보면서 더욱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연예전문 인터넷 신문 스타뉴스에서는 이러한 윤석화씨의 거짓말에 이대생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싣고 있는데 사회적인 편견을 더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 바로 분노의 이유였다. 그렇다. 사회의 편견. 세상은 이화를 바라봄에 있어서 너무나 많은 색안경을 사용한다. 이화부띠끄라는 실속 없이 멋 내기에만 치중한다는 의미의 별명, 왜곡된 페미니스트 이미지, 된장녀 이미지 등등 세상이 이대를 바라보는 시각 중에는 이화의 건강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장벽이 꽤 많이 있다. 그 유명한 타짜라는 영화에서는 정마담이 자신의 속물근성과 과시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이 한 마디를 선택하지 않았는가.

이러한 이화에 대한 편견이 꼭 이화여자대학교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사회가 바라보는 여자대학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곧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연결된다. 이화가 여자대학이 아니었다면 지금 세상이 이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180도 다를 것이라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을뿐더러 이화여대가 아닌 타 여자대학들도 사회가 인식하는, 또는 사회에서 인식시키는 여대만의 특수한 이미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성만이 알 수 있고, 여성들만이 안고 가는 사회 속 여성의 문제를 이화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뉴스 단독 진행을 맡은 김주하 선배는 그러한 편견이 오히려 특혜가 되었다고 말한다. 편견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또 시련이 오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오기와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그런 사회의 편견을 뚫고 자기의 분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많은 선배들이 있다.

또 편견은 왜곡되고 과장되어 드러나는 또 하나의 단면이다. 편견을 진중하게 들여다봄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반성할 부분이나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화여자대학교 전체가 하나의 이슈라고 본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의 문제를 볼 수 있다면, 당연히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현답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지금의 이슈가 아니라 앞으로의 이슈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그리고 그 고민은 졸업한 선배들보다도 지금 학교를 다니는 우리들에게 더 큰 무게를 준다. 나는 이대 다니는 여자다. 우리는 이화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김은혜 (국문·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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