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정든 강단을 퇴임하는 이혜순 교수

 

 “제게 이화는 마치 저를 키워준 부모님같은 곳이에요. 감사한 마음만 가지고 떠납니다” 이혜순 교수(국어국문학과)는 73년 초록의 봄, 이화에 처음 발을 디뎠다. 30대에 강단에 처음 섰던 그는 이제 ‘늙음’에 대해 생각하는 나이가 됐다.


재직기간 동안 그는『고려전기한문학사』, 『한국 고전여성작가의 시세계』, 『비교문학의 새로운 조명』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그 중 『조선통신사 사행기록 시리즈』는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편집부문)을 수상했고, 『한국의 열녀전』이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는 등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34년 남짓 오롯이 연구에만 매진한 셈이다. “자유롭고 편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준 이화에게 정말 감사한다”는 그는 올해 5월 ‘제3회 이화학술상’을 수상하고, ‘강의 우수 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과제를 손으로 직접 써냈던 7,80년대시절, 그는 학생들의 필체를 ‘전부 기억’했을 만큼 학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교수였다. 그는 “이화엔 정말 우수하고 성실한 학생이 많다”며 “참신하고 뛰어난 과제물을 보면서 오히려 배우는 느낌도 받는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과제물은 제게 자산같은 것이었죠” 올해 초 모든 과제물과 강의 자료가 담긴 홈페이지가 초기화 됐을 때는 정말 참담했다고.


그런 그에게 지난학기 ‘한국한문학사’의 수업 마지막 날은 조금 특별하게 기억된다. 옛날 제자들이 그가 퇴임한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들어 강의실 뒤에까지 서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한 제자들이 그에게 선물처럼 느껴졌다.


그는 퇴임 후의 생활에 대해 “외국여행을 떠나는 것조차 교내 여행사를 이용할 정도로 대부분의 일을 학교 안에서 꾸려왔는데 앞으로의 일상이 다소 걱정된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퇴임 후에는 그동안 잊었던 것들을 돌보고 싶어요. 잊었던 친구도 ‘가꾸고’, 소소한 취미도 만들고 싶죠. 그리고 사실 할 수 있는 만큼 공부도 더 하고 싶어요. 저 스스로 느끼는 정년퇴임이 올 때까지요.”


그는 마지막으로 이화인들에게 “학교 공부는 후에 모든 일의 바탕이 되더라”며 학과 공부를 성실히 이행 한 뒤에,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라고 조언했다.
학관 앞 비탈잔디로 사진을 찍으러 가는 길에, 제자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원생 제자들과 대화하는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하고싶고, 또 할 수 있기에 계속 공부를 할 것”이라는 그의 정년퇴임은 아직 멀었다.

이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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