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의 작가 송재정(신방·96년졸)동문 인터뷰

 

‘순풍 산부인과’·‘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똑바로 살아라’·‘귀엽거나 미치거나’ 그리고 ‘거침없이 하이킥’까지… 이른바 ‘히트’친 역대 시트콤의 중심에는 숨은 주인공이 서 있다. 바로 가족 시트콤의 ‘마이더스의 손’ 송재정(신방·96년졸)작가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7월, 우리에겐 ‘하이킥 명랑 牛 작가’로 더욱 잘 알려진 그를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트콤에선 개성 있는 캐릭터가 생명이죠. 캐릭터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다 보니 이제는 ‘자식’ 같아요” ‘거침없이 하이킥’은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 동안 평균 20%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방영된 인기 시트콤이다. 특히 개성 넘치는 각 등장인물의 연기는 실제 모습인지 연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실제 연기자 개성을 그대로 살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실제로 미소 천사 민정·‘오~케이’를 외치는 당당한 해미 역할은 배우의 평소 모습과 동일하다. “민정 씨는 ‘똑바로 살아라’ 출연 섭외 때 처음 봤는데, 웃는 모습이 특히 예쁜 얼굴이더라고요” ‘거침없이 하이킥’ 최고의 유행어인 ‘오~케이’ 또한 박해미 씨가 평소에 쓰던 말에서 나온 것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규칙 이종 드라마’를 표방했다. 특히 수능시험 날까지도 도시락에 목메던 준하의 식탐에서부터 추리 소설과 같은 미궁의 살인 사건까지 매회 독특한 소재를 선보였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기까지 작가들은 밤을 새우며 회의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5명의 작가가 머리를 맞대고 대본을 구상하면 어느 순간 폭소가 터지는 순간이 있다고. 회의를 통해 1차 가공된 소재들로 시놉시스가 완성되면 송 작가의 손을 최종적으로 거쳐 ‘웃음보따리’가 탄생된다.

작가마다 취향과 경험이 달라 의견이 분분할 때도 있다. 특히 멜로 부분에서는 작가들 고집이 두드러진다. “민정­민용의 공항 이별 장면만 해도 별별 의견이 다 나왔다니까요”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주인공들의 사랑관계에서 ‘열린 결말’은 작가들의 여러 의견을 가능케 한 시도였다.

송재정 작가는 대학 졸업 직후 ‘방송 아카데미’를 다니며 방송 작가를 꿈꿨다. 강사로 온 작가에게 발탁돼 방송국에 첫발을 들인 그는 이제 베테랑 ‘시트콤 전문 작가’다. “꿈꿔왔던 세계를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점이 좋아요. ‘거침없이 하이킥’의 미스테리한 이야기도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들어서 저에겐 흥미진진했어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작가’는 모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 도전해보면 좋을 직업이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일일’시트콤의 특성상 어려운 점도 많았다. 매일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면서도 연속성 있게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아이디어 회의는 그야말로 ‘전쟁’이다. 실제로 그가 썼던 340회짜리 일일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는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방송됐지만 에피소드의 개수는 10년간 방송됐던 세계적인 시트콤 ‘프렌즈’보다도 많다. 빡빡한 촬영과 편집 일정 때문에 방송 두 시간 전에 편집이 끝난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다.

스토리 전개가 맘에 안 든다며 제작진을 욕하거나 특정 연기자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네티즌들은 ‘거침없이 하이킥’ 팀 전체를 슬럼프에 빠지게 했다. “혹시 저를 욕하던 네티즌 중 한 명 아니었나요?” 적잖이 맘 고생했을 법한 그이지만 농담 한마디로 ‘쿨’하게 날려버리려는 여유로움을 보였다.

그는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을 위해 ‘여행’이라는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다음 작품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준비해 시트콤이 아닌 ‘정극’에 도전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10여 년간 안방극장의 웃음을 책임져온 송재정 작가의 ‘거침없는’ 행보가 기대된다.

유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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