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에서 만난 이화인 송창주 관장

 

네덜란드 헤이그 시내에는 365일 태극기가 휘날리는 곳이 있다. 헤이그 특사를 기리는 ‘이준 평화 박물관’이 바로 그곳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헤이그에 온 3인을 기리고자 설립한 박물관을 이화인 송창주(가정·62년졸)씨가 지키고 있었다.

“무슨 일로 왔슈” 한국인은 오랜만이라 반갑다며 송창주 관장은 차분히 박물관을 안내했다.
박물관은 헤이그 특사가 머물렀던 드 용 호텔을 개조해 만들었다. 약 400여 년간 당구장·극장·상가 등으로 이용하던 건물이 재개발 대상으로 선정돼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한민족의 역사가 남아있는 곳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지요” 송씨는 급한 마음에 헤이그 시청에 청원서를 냈다. ‘한국 역사 유적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청원서는 받아들여졌고 그는 건물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송창주씨는 선뜻 개인 재산 20만 달러(약 2억 원)를 들여 95년에 박물관을 열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자료들은 송씨가 일일이 수집한 것이다. 네덜란드·일본·러시아 등 헤이그 특사의 발자취가 서린 곳이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이준 열사가 입었던 옷과 훈장, 고종의 친필 휘호 등은 모두 그의 발품을 팔아 모은 귀중한 유품이다.

그가 공을 들여 운영하는 박물관이지만 방문객이 많지는 않다. “간혹 단체 예약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없을 때가 더 많아요.” 때문에 1인당 5유로(6천 원)를 받는 입장료 수익만으로 박물관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개관 초기에는 국가 보훈처 등에서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요즘은 2년마다 열리는 기념행사 때 보조금으로 2~3천 달러(약 2백만~3백만 원) 정도를 받는 게 지원금 전부다.

올해로 예순 일곱인 송씨는 자손들에게 역사를 교육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박물관을 설립하기 전부터 ‘이준 아카데미’를 만들어 역사 교육을 추진했다. 지금은 박물관을 찾아오는 한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도슨트 교육도 하고 있다.

박물관에서 얘기를 나누는 동안 한인 유학생 두 명이 다녀갔다. “저 학생들을 보니 예전에 찾아왔던 한 학생이 생각나요.” 혼자 배낭을 메고 와 반나절 동안 박물관 자료를 보고 간 학생이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쉬는 날 없이 1년 내내 이곳을 지키느라 힘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젊은이들이 다녀갈 때마다 그는 뿌듯함을 느낀다.

그가 건넨 따끈한 둥글레차는 어느덧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러나 조국을 사랑하는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이준 평화 기념관을 찾아가려면? 네덜란드 헤이그 중앙역(Den Haag Centraal Station)에서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스푸이 역에서 하차한다. 그리고 바겐슈트라트(Wagenstraat) 172번지 건물을 찾으면 된다. 이메일은 yijunpeacemuseum@hotmail.com다.

한지혜 기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