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로 서는 공동체 삶
주체로 서는 공동체 삶
  • 류수경
  • 승인 198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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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졸업생의 남녀평등 결혼식을 찾아가 본다.
 

24일 향군회관앞은 본교 여성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김효선선배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하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날 결혼식이 여느 결혼식과는 다른 형태로 치뤄질 것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결혼식전의 분주한 모습은 다른 쌍의 결혼식과 별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식이 시작됨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명쾌한 여성의 것으로 울리자 하객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신랑이 자신만만한 걸음으로 식장에 들어오고, 신부가 지나치게 다소곳한 모습으로 들어와, 신부의 손이 「소중한 것을 양도하듯 」 장인에서 사위에게로 옮겨지는 것에 익숙했던 하객들은, 신랑-신부가 당당하게 나란히 팔짱을 끼고 걸어 들어오고 뒤에 부모님들이 따르자 「세상이 변해서 결혼식도 변하는군 」하며 희한한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신랑, 신부 어느 측에도 치우치지않고 친분을 가진 주례가 이날 결혼식이 색다르게 치뤄지고 있는 이유와 왜 색달라야만 하는가를 설명해주는 주례사를 시작했다.


  「공동의 삶을 출발한다는 의미가 있는 결혼식에서 매우 주체적이며, 창조적이고 평등하게, 그러나 협력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바로 이 두사람이 함께 사는 동안 이 자세로 공동체를 꾸려나가겠다는 것을 의마합니다. 」


  그러나 무엇보다 이날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것은 주례사에 앞서가진 신랑, 신부의 선서였다.


  「주체적으로 스스로의 발로 섬으로서의 공동체가 된다는 믿음으로…인생의 동반자인 남편과 창조적, 주체적으로 함께 사는 삶을 꾸려갈 것을 여러분앞에 선서합니다」


  이렇게 선서하는 신부의 모습은 「여필종부 」,「무조건 복종 」의 의미를 암암리에 내포하였던 종전 결혼식의 악습을 거부하고 동시에 자신의 삶을 끝까지 주체적으로 지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해주고 있었다.

  「민중적인 멋과 우리의 것 」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웠으나, 이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고정희 시인이 지어준 시의 마지막 구절의 깊은 뜻이 가슴 속에 울려왔다.


「남쪽으로 창을 낸 평등의 집…어깨동무 늠름한 대동의 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