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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은 스스로 차려먹는 「밥상」
1989년 05월 29일 (월) 김미애 inews@ewha.ac.kr
 

  인간이 세운 계획이 과연 얼마나 실행 될 수 있을까?


  12년 전 배꽃 모양의 뱃지를 달고 보란 듯이 이화교를 넘나들 수 있게 되었을 땐  지루하고 답답하던 대입준비시절도 그저 빛깔 고운 과거이기만 했다.


  세상이 온통 내 것 같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틈나면 그려보던 졸업 후의 장래는 철없게도 늘 은빛 나래였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 있어 대학 시절은 아쉬움 그 자체이다.


  황금같은 시기를 돌처럼 보내버린 지난 날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도서관 의자가 패이도록 앉아 충혈된 눈으르 새벽을 맞을수도 있으련만….교수님들이 나만 보면 「학」을 떼고 달아나도록 묻고 또 물을 수도 있겠건만…. 또 제대로 된 써클 하나 찾아들어 자유와 정의와 진리를 논할수도 있겠건만…. 세상에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 바로 후회하는 것일게다.


  그럼에도 이처럼 나의 대학생활에 스스로 도리질을 치고 있는 까닭은 그 시절에 미처 채워놓지 못한 것들로 인해 졸업후 두고두고 한숨을 내쉬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엔 누구나 졸업 후의 진로를 그저 결혼으로 못박아버리지는 않는다.


  대학원진학이나 취직, 그리고 결혼 후에도 마음에 드는 일거리를 그대로 가지게 될 것임을 별로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한국적 자본주의도 아직은 여성, 특히나 대졸 여성을 전폭적으로 환영하는 단계는 아니다.


  전폭적이 다 무언가 몇몇 전문직종을 제외하고는 대기업에서 조차 비싼 임금에, 콧대 높고 성취욕 낮으며, 근무년수가 짧다는 이유등을 들어 대졸 여성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고생해서 학위를 따도 웬만해서는 마음에 드는 직장구하기가 여간 힘드는게 아니다.


  이 화창한 5월에 고학력 실업적체가 나날이 심화되고, 취업문 뚫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우울한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이유는 그럴수록 촌음을 아껴 공부를 하라는 실로 진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다.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흘러 넘치고 있는 그 이면에 정치가는 말한다. 기업가도 말한다. 학계며 문화계 인사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그렇다면 문제는 우선 그 쓸만한 인재가 되고 볼 일이 아니겠는가?


  대학은 정성스레 밥상을 차려주는 어머니의 손길과는 좀 거리가 있다.


  스스로 찾아 먹지 않고는, 공연히 남 따라 헛배만 불려서는 아무런 실속도 기대할 수 가 없는 것이다.


  나보다 2년위인 J선배는 어린 딸 뒤치닥거리며 돌 지난 아들 녀석 극성에 저녁이면 파김치가 되어 눕고만 싶어지는 내게 따끔한 채찍과도 같은 존재이다.


  피곤하기로 말하자면 연년생을 키우는 그녀가 나보다 결코 덜하지 않을터인데도 결혼후 더욱 더 실력을 쌓아가는 것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수그러진다.


  그러나 햇병아리 음악 평론가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그녀의 지금은 결코 거저온 것이 아니다.


  우는 아이를 업고 얼르느라 한밤 중에 책상을 마주하고, 꼭 봐둬야 할 공연에 아이들 봐줄 사람이 없어 동동거리면서도 생활에 쉽게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우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충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와 웃음 뒤에 가려진 경쟁의식들ㅡ.그러나 그속엔 자기를 갈고 닦은 사람만이 잡을수 있는 절호의 기회들이 있었다.


  후배들이여, 세상의 냉혹함에 일찍 눈을 드라! 그리고 부디 인재가 되라! 그대들 앞날에 서광이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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