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선


현     장  1


--빨래터에서


강 지 영(국어국문학과3)


몸 대신 바뀌어진 옷들 꼬이고 꼬인


빨래들이 물통 가득 거품을 물면


그들이 여지없이 찬물을 끼얹고 한동안 끓어오르던


상황은 안개가 된다


팔이 질질 끌려 나가고 어느 것은


목덜미가 잡혀 나가 더러 몇씩 엉겨서도 나가


거친 돌바닥에 퍽퍽 두둘겨 맞다 오면 하얗게


질린 기억 속으로 바람이 건드리고 땡볕 아래 빨래가 말랐다



◇시 당선 소감◇

좋고 부끄럽다.

 학보 자체가 어찌될지 모르던 봄, 반벙어리 시를 내밀고 나오던 날, 정문 앞은 다시 안개였다. 겁도 없이「현장」이란 제목을 부치는 것 따위가 이를테면 내 시쓰기의 동기이자 바람이랄까. 문학이 무얼 할 수 있으리라 하면서도 정작 내가 쓰는 시는 비고, 되지 못한 구석이 많아 어디 내놓기를 주저했다. 건강한 여자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데, 줄창 부자유한 시를 써온 나의 건강은 어떠한가. 우리의 건강은...

 분명 의욕을 가지면 나을 수 있다는 처방으로 알겠다. 심사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나의 가족과 오랜 벗들, 국문과 심포반에게도 감사한다.

 내 시에 하고 싶은 변명은 앞으로 더 바른 시를 씀으로 하여 온전하게 다루고 싶다.

강지영(국어국문학과 3)



◇시 심사평◇

89학년도 현상문예 시부문에 응모한 작품수는 예년에 비해 매우 적었다. 그 중 강지영양(국문․3)의 「현장1.…빨래터에서」와 「현장II…방」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 두작품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서 흔히 눈에 띌 수 있는 것을 소재로 삼아, 빨래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현장II」)등을 뛰어난 상상력으로 적절하게 묘사한 점이 돋보인다. 단지 표현면에서 시란 무엇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고, 상징 은유, 유추에 의한 시적 기법에 대한 관심도 넓혔으면 좋겠다.

 몇편 되지않는 시작속에서 그나마 강지영의 「현장 I,II」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심사자로서 큰 위안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김인환(불어불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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