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열사의 사인에 대한 의혹과 그에 대한 분노가 대동제의 즐거움 속에서 희석될까 걱정이 앞서긴 했어도 5월대동제는 이화여성들의 거대한 잠재력을 확인하고 하나됨을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자리였다.

 그러나 그 속에서 오도된 애교심과 「치기」로 조화로운 대동제의 흥을 깬 모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여러면에서 보는 사람을 몹시도 착잡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3일내내 밤마다 이화광장을 점거하고 신발을 벗어 땅바닥을 두드리며 「엘리제를 위하」고 본교생은 물론 X대생까지도 자신들의 것이라고 하는 것까지는(그것이 비록 시대적인 70년대식 놀이방법이라 할지라도)그냥 봐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함께 함으로써 공동체임을 자각하고 그위에 우리의 투쟁결의를 다지는 자리에서 자신들만 똘똘 뭉쳐 공동의 행사를 방해한 처사는 백번양보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의 간곡한 만류나 협박(?)을, 그들 놀이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양념쯤으로 치부하는 듯한 모습은 경멸감마저 자아냈다.

 그러나 결정적이었던 것은 그런 행동이 교내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술이 취한 상태로 스크럼을 짜고 정문 밖에 나가 시민들에게 정권타도와 이철규군 진상규명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친 것이었다.

 우리의 투쟁은 결코 「치기」나 술김에 흘려보내는 낭만일 수 없다. 거나하게 취하여 악을 쓰는 모습을 보며 시민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런 모습이 우리의 투쟁을 「한때의 낭만」으로 일축해버리는 사람들의 좋은 빌미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주 사소한 것을 지나치게 비약시키고 있다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 그시간 명동성당에서는 우리의 동료들이 죽음을 불사한 단식투쟁을 벌이며 애타게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었음을 상기할 때 너무도 부끄러운 광경이었다.

 끝으로 이글은 여러 후배들의 강력한 추천에 의해 쓰여졌음을 고백하며 다음해엔 어떠한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그 엄청난 단결력(?)이 제발이지 올바르게 표출되길 바란다.


김순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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