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기의 여성들-'인간은 인간으로서 살 권리가 있다. '
변혁기의 여성들-'인간은 인간으로서 살 권리가 있다. '
  • 이영숙
  • 승인 198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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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시대 문학의 거목, 강경애
 

  1907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강경애가 작품 활동을 했던 시기는 1930년대였다. 식민지 시대 조선의 현실, 그 삶의 현장에서 시작된 그의 문학이 해방과 분단과 전쟁을 거쳐 분단시대어언 40여년이 경과한 이 시대에 밀알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인간문제」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 권리가 있다.」고 외치던 그의 부르짖음은 오늘날 한평생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살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대변해 준다. 일제의 잔악한 식민지 통치와 일부 유산자 계급의 착취 아래 신음하는 조선 민중들의 문제를 일관되게 고발하면서, 「인간이 걸어가는 앞길에 가로질러 있는 이 뭉치야말로 인간문제가 아니고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인간은 이 문제를 위하여 몇 천 만년을 두고 싸워왔다. 그러나 아직 이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던 불합리한 사회구조의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강경애가 37세의 젊은나이로 1943년 타계할때까지 남긴 20여편의 소설에는 작가 자신이 겪은 경제적인 궁핌함과 그러한 가난을 낳을수밖에 없는 모순된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강경애는 어머니의 개가와 물질적인 곤궁함으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다.

1921년, 15세때에 의붓 언니의 남편인 형부의 도움으로 평양 숭의학교에 입학하지만 이듬해 학생들의 스트라이크에 가담했다가 퇴학당한다. 17세 때 강경애는 문학 강연에서 만났던 양주동과 상경, 함께 기거하게 된다. 동덕여학교 3학년에 편입하여 1년간 공부하면서 문학을 시작한 강경애는 다음 해 양주동과 헤어진 뒤 황해도 장연으로 돌아간다. 1931년 조선일보에 단편 「파금」을 7회에 걸쳐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한다.


  이 작품에서 강경애는 「목장에서 기르는 소, 양, 돼지같이 어떤 특수계급사람들에게 털과 젖과 고기를 제공하기 위하여 살아 있는 농민의 처절한 생활」을 고발하는데 사회 구조의 불평등에 대한 비판의식은 강경애 전체작품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경향 중의 하나이다.


  구여성과 결혼생활 경험이 있던 장하일과 결혼한  강경애는 간도로 이주하여, 대부분의 작품이 간도에서 쓰여지게 된다. 남편 장하일은 항일민족운동에 관여하는 당시의 진보적인 지식인이었으나 가정 내에서는 가부장적 권위를 여느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행사하여 강경애는 갈등을 느끼며 자주 부부싸움을 하게 된다. 봉건적 인습과 남존여비의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로 여성의 삶이 심하게 제약되던 당시 상황에서 강경애는 남편의 보수적인 여성관에 적응하는 것으로 갈등을 해소하게 되는데, 사회의 봉건적 가치관에 순응하여 살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내면적인 고통이 자전적 소설「원고료 이백원」과 수필등에 나타나고 있다.


  중편소설「어머니와 딸」에서 작가는 「내 팔자 사나와 그렇다」며 숙명적으로 자기의 불행을 수용하는 어머니(예쁜이)와 봉건적인 억압을 거부하고 자기의 길을 찾아나가는 딸(옥)을 대비시키면서 여성들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인간문제」, 「모자」등의 작품에서는 가부장제를 매개로 여성의 노동력ㅇ르 착취하여 일제의 본원적 자본축적을 이루어가던 1930년대 당시 여성들의 해방은 민족 해방과 연관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정」,「마약」등의 작품에서는 인신매매로 인해 자기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모순된 사회체제와 제도의 희생물로 전락해가는 여성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지하촌」에서는 구입한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어둡고 습한, 빛의 불모지대인 지하촌으로 상징하여 가난의 실상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축구전」등에서는 자기의 출신 계층과 봉건적 유습을 극복하고 민족해방운동에 참여하는 여성을 바람직한 신여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간문제」는 1930년대 한국소설사의 새로운 경지를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식민지의 농촌 구조속에서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 식민지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여성 공장노동자들의 문제점, 지식인의 출신 계급의 한계 등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적극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 때 불행했던 시대를 살다간 강경애의 생애와 문학세계가 새롭게 조명을 받아가고 있음은 우리 역시 행복하지 못한 시대에 갖가지 인간문제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