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변사, 익사아닌 고문살인 가능성 높아
이철규변사, 익사아닌 고문살인 가능성 높아
  • 이나리
  • 승인 1989.0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상규명 위해 「대책위원회」,「구국단식농성」진행돼
 

 처참한 죽음으로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이철규군의 사인이 결국 「익사」로 결론지워졌다. 마치 잘 짜여진 연극에서처럼 신속정확하게(?) 가장 간편한 결론을 끄집어낸 후, 검찰은 서둘러 수사를 종결지워버린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도리어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이군의 죽음이 공권력에 의한 고문살인임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사건발생의 초기, 이군의 죽음이 사체의 상태나 수원지주변의 지리적 여건으로 보아 타살일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과수연)의 플랑크톤 및 혈중 알콜검출사실 보고를 토대로, 일주일만에 이군의 죽음을 「음주 후 실족에 의한 익사」로 단정지었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과학적인」결론임을 당당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군의 사체 부검의였던 이정빈교수(서울의대)는, 발견된 플랑크톤은 가장 흔한 종류로 수돗물에서도 검출되는 것이며, 알콜의 경우 역시 시신이 부패․발효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만큼 소량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외에도 위에 물이 들어가지 않은 점, 얼굴만 까맣게 변색된 점, 왼쪽 안구와 오른쪽 어깨가 부어있는 점등은 익사라는 결론으로는 결코 설명되어질 수 없는 것들이며, 도리어 이군의 죽음이 전기고문이나 물고문에 의한 것임을 입증해준다.

 부검을 통해 제기되는 의문점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과수연측은 위장에서 2시간 이내에 먹은 밥알, 시금치등이 확인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사망일, 이군은 짜장면 외에는 음료수 밖에 먹은 것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사망시기와 사체가 물에 잠겨있었던 기간 사이 4~5일간의 사체의 행방에 대해서도 아무런 수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한편, 지금까지 이군변사사건을 수사해 온 과정 역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국민 여론을 오도,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위장수사」라는 의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먼저, 근처의 험난한 지리나 경비를 볼 때 이군이 뒤쫓는 경찰관을 따돌리고 다시 수원지로 들어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검문경찰관의 진술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이 많다. 또한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경찰의 주장이나, 이군 추적 후 택시운전사 및 이군의 목적지인 호반산장에 대한 허술한 탐색과 검문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않는 부분이다. 한편, 사파리잠바나 속옷이 바뀐점, 수사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잠바나 현금이 발견된 점 등은 이러한 의혹을 더욱 심화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의문점이 계속 드러남에 따라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은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전국적 연계 속에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먼저 광주지역의 재야인사․학생․교수 및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간부 등은 「애국학생 고 이철규열사 고문살인진상규명 범국민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위원회는 사건의 여러 의문점을 지적, 증거와 증인을 모으고 이를 정리해 정부측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동시에 대국민홍보사업에 총력을 기울여 전국적인 여론을 형성하고자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와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등의 학생운동조직도 각 학교별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들어간 가운데 기타 운동단체들과 공동으로 시민대회등을 계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또한, 지난 24일부터는 명동성당에서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과 함께 이군변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6백여명의 학생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제언론의 의도적인 왜곡․은폐보도에 의해, 국민들의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도가 아직 저조한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민족민주운동단체들은 여론의 확산과 그 주도를 위해 여기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하고, 이미 많은 수의 재야인사가 합류, 단식에 들어간 상태이다.

 이와 더불어, 이군의 죽음이 정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자, 국회에서도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여 정확한 진상규명에 착수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4당은 모두 적극적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의도보다는 이군의 변사가  「또하나의 의문사로 남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회차원의 조사가 국민의 의혹을 거르고 여론을 무마시킬 「여과장치」로 끝나버릴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이철규군의 참사는 노정권의 무분별한 공권력 남용에 의해 필연적으로 나타난 폭압의 결과물이며, 6공화국이 5공화국과 다를바 없는 반인권, 반민중집단임을 여실히 증명해준 것이다.

 따라서 모든 애국민주세력은 단결된 힘을 통해 이번 사건을 노태우정권의 본질을 폭로하는 계기로 삼아야할 것이며, 막 시작된 국정조사에 임하는 국회의원들 역시 국민에 대한 막중한 임무를 자각하여 진실을 찾아내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