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을 살펴본다.

 

  지난 4월 1일,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이하 고평법)이 공포되었다. 이공평법은 제정될 당시의 법제정주체가 정부와 민정당이었으며 제정의 시기 또한 대통령선거 막바지 였다는 점에서 여성유권자의 표를 겨냥한 선심공세라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남녀고용평등」이라는 법자체의 이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효성없는 선언에 불과했다는 의견도 분분했다.


  당초 제정된 고평법은 벌칙규정이 근로기준법에도 미치지 못하며, 특별법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차별철폐의 핵심사항인 동일노동 ·동일임금규정이 빠져있어 그야말로 실속없는 껍데기였다. 헌법과 근로기준법에는 남녀차별금지, 균등처우조항이 명문화되어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성에 대한 갖가지 차별,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이 제도적으로 관행으로 별 제지나 규제없이 행해져 왔다. 그러므로 고평법의 제정은 이러한 차별을 시정하고 평등한 노동권, 모성보호의 보장을 약속하는 제도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여성단체, 노동단체들은 이러한 차별을 시정해가는 하나의 무기로서 고평법을 실효성있게 개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여 근 1년간 개정운동을 전개하였다. 금번에 고평법이 개정될 수 있었던 것도 공청회, 촉구대회를 비롯한 각종 집회, 서명운동 등을 벌여 일하는 여성들의 의지를 모아낸 데 있다.


  그러나 개정운동과정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면 노조 등을 통해 일하는 여성들의 조직적 참여가 낮았다는 점이다. 이는 노동법개정투쟁의 일부분으로서 고평법개정의 필요성이 널리 선전되지 못한 측면의 반영이기도 하거니와 아직 여성노동자운동의 대중적 토대가 그리 굳건하지 못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개정된 고평법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장 총칙

제2조의 2(정의) ①이 법에서 「차별」이라함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또는 가족상의 지위, 임신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달리하거나 기타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마한다.


제2장 고용에 있어서의 남녀의 평등한 기회 및 대우


제6조(모집과 채용) 사업주는 근로자의 모집 및 채용에 있어서 여성에게 남성과 평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제6조의 2(임금) ①사업주는 동일한 사업내의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은 노동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등으로 한다.

③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사업주에 의하여 설립된 별개의 사업은 동일한사업으로 본다.


제7조(교육, 배치 및 승진) 사업주는 근로자의 교육, 배치 및 승진에 있어서 여성인 것을 이유로 남성과 차별대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8조(정년·퇴직 및 해고) ①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 및 해고에 관하여 여성인 것을 이유로 남성과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

②사업주는 근로여성의 혼인, 임신또는 출산을 퇴직사유로 예정하는 근로조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된다.


제3장 모성보호및 복지시설설치

제11조(육아휴직) ①사업주는 생후 1년미만의 영아를 가진 근로여성이 그 영아의 양육을 위하여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②제 1항의 규정에 의한 육아휴직기간은 근로기준법 제60조의 규정에 의한 산전·산후 유급휴가기간을 포함하여 1년 이내로 이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한다.

③사업주는 근로여성에게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12조(육아시설)①사업주는 근로여성의 계속 취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수유, 탁아동 육아에 필요한 시설을 제공하여야 한다.


제4장 분쟁의 조정

제14조 (분쟁의 자율적 해결) ②제1항의 고충처리기관은 각기 동수의 사업주를 대표하는 자와 당해사업장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로 구성하되, 당해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여성근로자대표를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로 하여야 한다.


제15조 (분쟁해결의 지원) 지방노동행정기관의 장은 제14조의 규정에 의하여 근로여성이 신고한 고충이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아니한 경우 그 근로여성 또는 근로여성이 속한 사업장의 노동조합과 당해 사업주의 쌍방 또는 일방으로부터 그 고충의 해결에 대한 지원을 요청받은 때에는 10일 이내에 그 관계당사자에게 필요한 조언, 지도 또는 권고를 하거나 고용문제조정위언회로 하여금 조정하도록 한다.



  이렇듯 고평법은 광범위한 개정운동을 통해 여성의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들을 제도화하는 어느정도의 성과를 얻어내었지만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현재 임금교섭이나 노조의 활동, 조직방향이 산업별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인데, 고평법에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적용범위를 동일사업장내로 국한하고 있다.

  둘째, 법의 강행성, 벌칙이 근로기준법에 미달하고 잇다. 예를 들어 여성에 대한 차별적 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 위반으로는 징역5년, 3,000만원이하의 벌금규정이 해당된다. 그러나 고평법의 8조위반시에는 징역2년,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해 법의 형평에 어긋나고 있다.

  셋째, 차별에 대한 구제의 경우 고용문제조정위원회의 권한이 권고, 조언정도에 그쳐 조정안을 당사자중 어느쪽이라도(특히 사업주일 가능성이 많은데)받아들이지 않을 때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 구제의 실효성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넷째, 제12조 육아시설의 경우 실시를 강제하는 조치가 아니어서 현실화하기 힘들다는 점 등이 개정된 고평법이 여전히 안고있는 주요 문제이다.

근로기준법이나 고평법은 지켜져야 할 지켜야할 최소한의 규정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법조차 묻혀지기 일쑤다.


  고평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결혼퇴직, 임신퇴직 등의 명백한 여성노동자 차별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차별행위가 과거처럼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관행이나 기타 여러 이유, 압력을 가해 결혼하거나 임신한 여성을 직장밖으로 내쫓고 있다.


  또한 모집, 채용에서 여성의 응시자체를 봉쇄하는 명백한 차별적 광고가 대부분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실제 채용시에 남녀를 평등하게 능력에 따라 채용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대졸여성의 경우 몇몇 전문직종을 제외하고는 배운바를 인정받고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간신히 직장을 구해도 남녀분리호봉체계에 의한 현격한 임금차별, 교육, 배치, 승진에서의 제외 등 각종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두터운 현실의 벽을 부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은행에서의 결혼각서제폐지, 대한투자신탁 주소녀씨의 결혼퇴직철회싸움, 전화교환원 김영희씨의 조기정년철폐싸움등 개별노사관계에서의 싸움 외에도 근래에는 전산업, 업종에 걸쳐 노동조합이 활발히 건설되어 조직적으로 대처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노조여성부의 설치와 일상활동의 강화, 여직원회의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노조여성부의 강화를 통해 노조의 조직력을 강화하고 강화된 노조의 힘으로 남녀노동자가 함께 각종 불이익, 차별에 대항, 권리투쟁을 전개할 때 승리는 쟁취될 것이다.

  이제 여성노동자들이 평생노동권의 확보, 평등한 노동조건의 확보, 모성보호의 확보에 박차를 가할 한 제도로서 고평법이 개정되었다. 남은 문제는 이법을 현실화, 정착화해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제거하며 평등을 보장받는 디딤돌로 만드는 것이다. 이 디딤돌을 딛고 법내용의 실질적 확보 뿐만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가 고평법의 최소한의 보장을 뛰어넘는 권리를 쟁취해내야 한다. 1년유급육아휴직제의 쟁취, 수유시간쟁취, 직장탁아소설치, 남녀단일호봉체계의 채택 등 고평법의 내용을 넘어서는 권리들이 몇몇 사업장에서 이미 쟁취되고 있다. 이는 물론 노조의 단결된 조직력이 그 바탕이었다.


  이제 여성노동자들의 제반 권리쟁취투쟁은 여성노동자운동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여성운동의, 노동운동의 주역으로 여성노동자들이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노동현장에서의 민주화·사회민주화의 당당한 주체로 일어서야 할 여성노동자를 속박하는 굴레를 벗어 던지느데 고평법은 기여를 할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철저한 감시와 현실에의 정착, 그리고 단결된 조직력으로 법의 한계를 딛고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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