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서은경양을 만나본다

 

명동성당에서의 구국단식투쟁은 6월 1일 현재 102명의 학우가 탈진된 상태이고, 6명의 학우가 위급하여 병원으로 옮겨질 만큼 급박한 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나 「애국학생 이철규군 고문 살인 진상규명 및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전대협구국단식 투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육체적으로 지친 상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의 구국단식투쟁을 계기로 국민총궐기가 가능할 것이라 낙관하고 있습니다.』8일째 단식 중인 본교 서은경양(영문․3)의 첫마디이다.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이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의 5.18 투쟁열기는 이철규열사의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의 요구로 더욱 고양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반면 서울에서의 투쟁은 80년 5월처럼 그 위급함과 절박함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쟁의 파고를 높이기 위해 단식투쟁을 결심했다는 서양은『서울에서의 선도적 투쟁이 없으면 광주는 고립되어 우리는 광주를 다시 80년의 광주로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서양은 검찰이 일방적으로 이철규열사의 죽음을 「실족사」라 판정내린 것에 대해 『5월투쟁에서 자발적 의지를 이끌어 내지 못해 이철규 열사의 진상도 규명해 내지 못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철규열사의 진상규명과 광주학살책임자 처벌부분을 확실하게 규정짓지 않는다면 광주문제는 연례적 행사가 될 것이고, 앞으로 진행될 평화통일운동도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한다.

 현재 명동성당안에서 구국단식을 하는 학생들과 재야단체회원들은 31일 결합한 사람들까지 그 수가 6백여명에 이르고 있다.

 그들의 단식투쟁의 목적은 단순히 굶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들은 끊임없이 시민들과 결합하여 그들의 투쟁의지를 밝히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의 하루 일정은 선전전, 모금활동, 전체집회를 가지면서 매우 조직적으로 진행된다.

 이는 구국단식의 목적을 정확히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대국민홍보투쟁에도 불구하고 전투경찰들에 의해 현재 방송 매체기자들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결국 그들의 요구와 현재상황은 제대로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고립적 투쟁의 양상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지지방문단의 역할은 매우 중대한 투쟁전파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성당안의 상황을 밖에서는 잘 모르고, 밖의 상황을 성당안에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유기적 투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지방문단은 유기적 싸움을 이루어 나가는데 매개고리가 되어 투쟁열기를 높이는 역할을 해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저 아는 사람을 만나는 면회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라는 서양은 지지방문단의 적절한 역할 수행을 강조한다.

 학교상황과 시민들의 호응에 대해 질문을 하던 서양은 『여기에 있으면 자꾸 전 이화인이 민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어섰던 87년 6월의 이화가 생각납니다. 이제 소수의 싸움이 아닌 민주를 사랑하는 모든 이화인들이 일어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탈진학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계속 탈진하는 학우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 학우들 대부분이 치료를 받은 후 다시 단식투쟁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전경이나 사복경찰에 의해 끌려 나가거나 죽어 나가지 않는 한, 민주가 승리하는 그 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일어서는 서양은 보통사람보다 반 박자 느리게 걸음을 옮기며, 찾아온 후배를 밝은 얼굴로 맞는다.



 고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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