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 단식투쟁, 6월 총궐기로 일어나야
목숨을 건 단식투쟁, 6월 총궐기로 일어나야
  • 서수현
  • 승인 198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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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명동성당 안에서는 학생들과 애국시민이 모여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5공화국을 능가하는 6공화국의 폭력적 억압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보면서 우리는 87년 6월,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났던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조국의 민주화는 요원하기에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으며 이들만의 외로운 투쟁이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6월을 맞아 이화인의 뜨거운 민주화 열망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편집자>


「명동성당을 나가는 것은 노태우 정권에 끌려나가든지, 죽어서 관에 실려 나가는 것이다. 아니면 승리해서 앰블란스에 실려 나가는 것이다.」

 광주시민의 억울한 죽음이 되살아나는 5월, 또다시 노태우정권의 폭력만행이 5공화국 전두환의 폭력통치를 낭가하는 89년의 5월, 이철규를 고문살해하고 이작도 살인주범들이 뻔뻔히 권좌에 앉아 있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명동성당에 87년 6월항쟁의 그날처럼 다시 모였다.

 이들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이하 전대협) 소속 70여개 대학 학생 5백여명으로, 「애국학생 이철규군 고문살인진상규명 및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을 위한 전대협 구국단식」을 지난 5월 25일부터 시작, 10여일째 해오고 있다.

 물과 소금만으로 조국으 민주화를 위해 죽음마저도 불사하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성당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경과 사복경찰이 대치해 있는 팽팽한 긴장 속의 성당입구, 그러나 평소와 다름없는 힘찬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지나는 시민들에게 선전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농성을 시작하며 이철규열사 사망의 진상규명과 광주학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이같은 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국민의 적극적 지지를 끌어내 「무기한 단식농성」을 전개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성당내 곳곳에 붙어있는 혈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처절한 투쟁의지를 나타내고 있었으며, 성당을 오가는 일반시민들은 대자보와 사진을 통해 독재정권의 본질을 차츰차츰 깨닫게 되면서 학생들을 지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첫날부터 계속 옥외의 차가운 시멘트바닥 위에서 잠을 자고 있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고, 또한 심각한 탈진상태를 보이고 있다. 10여일의 단식과 함께 전경과 사복경찰들로 포위된 단절된 공간에서의 생활은 단식 다음날인 26일부터 탈진자를 발생시켰다. 10여일이 지난 현재 탈진자 수는 100여명을 넘어섰으며 이들 중 6명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었다. 나머지 학생들도 현장에서 포도당주사를 맞으며 치료를 하고 또다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어 이들의 투쟁의지는 지칠 줄 모르고 전개되고 있다.

 한편, 시민들과 각 사회단체의 지원 또한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농성 소식을 듣고 달려 온 시민들은 현장의 즉석 모금함에 아낌없이 성금을 지원하였으며, 각종 지원금 및 물품을 제공하여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에 명동성당 정문 모금함에는 하루 백만원에 가까운 성금이 모아지고 있으며 지방에서 올라온 학우들을 위해 옷가지, 모포 등의 지원물품이 제공되고 있다.

 정문모금함에 성금을 넣은 어느 시민은 『학생들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비록 같이 동참은 못하지만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의혹을 버릴 수 없는 조선대생 이철규군의 정확한 사인규명이 밝혀져야 하고 하루 빨리 은폐된 독재정권의 본질을 밝혀 학생들이 더 이상 희생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라며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시민의 동참과 함께 각계 민족민주운동 세력들도 잇따라 지지 성명을 발표하면서 지지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전국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에서는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의 성스러운 제단에 우리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자식들을 바쳐야 했던 유가족들은 오랜 단식에 지쳐있을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살인마 노태우를 퇴진시키는 투쟁을 불러일으키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학생들과 더불어 싸울 것을 결의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또한 「천주고정의평화위원회」는 단식자들을 위해 생수 60통을 제공하였으며 「병원노조연합회」에서는 의료진을 파견해 학생들의 건강을 검진하고 쓰러진 학생들과 탈진자들을 위해 천막을 치고 함께 치료를 해주고 있다. 이러한 투쟁 속에서 27일에는 김희선씨(서울민족민주운동연합 공동의장)등 민주인사 6명이 단식농성에 참가하였고, 「노태우퇴진 공동투쟁본부」는 29일부터 단식농성학생, 전대협등과 결합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29일에는 95세인 문익환목사의 어머니가 명동성당에 나와 「통일과 독재정권의 타도를 위해 젊은이들의 투쟁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며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참의사를 밝히자 명동성당의 투쟁 열기는 더욱더 고조되었다.

 31일에는 1백 30여명이 단식투쟁에 새로 결합하면서 탈진한 학우들을 대신하여 힘차게 투쟁의 대열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이날 오후 6시에 있었던 집회에서는 학생과 시민, 사회단체를 포함한 1천 3백여명이 모여들어 명동성당의 의로운 투쟁을 알리기도 하였다.

 본교에서는 25일부터 단식에 참가한 5명외에 10명이 결합하여 탈진한 학우를 대신하여 힘찬 모습을 보였다. 2차로 결합한 본교 총부학생회장 김남현양(사생․4)은 『우리들의 의지는 결코 꺾일 수 없습니다. 앞서 시작한 학우에 이어 계속적으로 단식투쟁을 벌여 끊이지 않는 의지를 표출할 것입니다. 이후 6월을 맞아 전국민이 총궐기할 수 있도록 이화인들도 학내에서 활발한 과토론회를 통해 현정세를 파악하고 성당내 있는 학우들을 위해 열심히 투쟁해야 할 것입니다』라며 제 2차 단식에 지원한 의의와 함께 이화인의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이제 명동성당의 투쟁은 80년 5월의 광주처럼 고립되고 외로운 투쟁으로는 전개되지 않을 것이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각지에서는 이철규열사의 사인규명과 5공비리청산, 광주학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에 대해 구국단식농성에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광주에서도 하루에 수만 명이 모여 아직도 밝혀지지 않는 이철규 군의 사인진상규명과 광주학살주범에 대한 처벌을 바라는 집회를 갖고 있으며 학생과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희생을 무릅쓰고 싸우는 그들의 투쟁에 대해 제도언론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으며, 이들의 심각한 상태에 대한 한마디의 보도기사도 내지 않고 있어 이들의 싸움을 고립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이철규 군의 사인을 밝히려는 국회조사단이 구성되었을 뿐 사태수습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방관만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80년 5월 광주 2천여 영혼들의 한을.

 그리고 5공화국과 다름없는 6공화국의 고문정권에 살해된 이철규 열사의 부릅뜬 눈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6월을 맞아 2년전 독재정권에 맞서 일어섰던 그날을 다시 기억해야만 한다. 5공비리가 척결되지 않고서, 광주학살의 주범이 밝혀지지 않고는 민주화의 새벽을 다시는 맞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명동성당 구국단식투쟁을 통해 다시 한 번 독재 권력에 철퇴를 가하는 걸림돌로 이 투쟁을 확대시켜 민주화를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서야 할 것이다.



서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