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보상제도의 문제점
산업재해 보상제도의 문제점
  • 이대학보
  • 승인 198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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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대 이후 경제성장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한국사회는 선발중진공업국으로 변모하였으나 「선성장 후분배」의 고도성장정책으로 노동자는 저임금과 산업재해에 시달리고, 농민들은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저곡가정책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당하면서 전근대적인 영농방식으로 인한 농부증과 농약중독으로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급속한 산업화 과정 속에서 사회 전체가 소외현상을 보이고 있고, 일하는 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동할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노동은 모든 인간사회의 첫 번째 조건으로 사회발전의 근간이 되고 노동이 없이는 사회적 생산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노동력의 담지자인 농민․노동자의 건강은 사회발전의 필수적인 부분이고, 노동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과 조건에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기본적 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산업재해왕국이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산업재해와 직업병이 올바르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로 제기된다.

 이글에서는 한국의 산업재해의 원인과 이에 따른 산업재해보상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산업재해」라 함은 노동과정에서 기인하거나 이에 동반된 질환을 총칭한다. 그리고 「직업병」이란 일정한 직업에 종사함으로써 야기되는 질병을 말하며, 또한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환될 가능성이 있는 질병을 말한다.

 공식통계에 의하면 산업재해나 직업병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유해물질과 위해 공정, 안전장치와 시설․보호구의 미비, 안전교육의 보재, 불안전한 노동행위, 행정감독의 불충분등이 흔히 지적된다.

 그 중에서도 노동자의 부주의나 안전작업미숙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들은 피상적이고 현상적인 것에 불과하다. 산업재해․직업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산업안전과 보건의 구조적 제조건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한국사회의 기본적 성격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다.

 한국의 자본주의 성격은 반민주적 권력과의 유착 속에서 성장해온 자본의 특성과 외국자본에 의한 경제잉여 착취에 따르는 특성을 갖는다. 반민주적 권력과의 유착은 노동통제의 강화와 국가에 의한 경제 간섭, 절대적 잉여가치의 착취를 위한 노동시간을 외국에 비해 장시간 유지시키고, 상대적 잉여가치를 위해 노동 강도를 높인다.

 또한 보다 많은 이익을 보장하는 유해 물질이나 위해공정을 노동탄압에 의해 강요하고, 불이익을 초래하는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를 삭감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축적해왔다.

 이러한 절대적․상대적 잉여가치 창출을 위한 자본가의 지나친 욕구에 의해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노동 강도의 강화는 안전장치나 설비에 따른 작업 속도의 둔화를 기피하는 한편 피로, 주의력 감소 등 인간육체의 마멸과 극심한 훼손으로 산업재해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자본주의의 매판성과 외국자본의 신식민지적 초과이윤의 추구를 보장하는 기초위에서 성장해 온 지배 권력은 외국자본의 중층적인 지배―종속의 관계 속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므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 노동 강화, 노동통제를 더욱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은 반민주적․반민중적인 정경유착의 과정과 함께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고 이러한 구조와 힘의 산물이 산재다발의 악순환으로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산업 재해국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이제부터는 산업재해보상제도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산업재해보상은 「산업재해보상 보험법」에 의해 노동부로부터 지급받는 보상과 민사재판을 통해 사업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좁은 의미로의 산업재해 보상은 전자를 의미한다. 먼저 적용 대상을 보면, 종업원이 5인 이상이면서 광업, 제조업, 전기가스업, 운수창고업, 벌목업, 서비스업 중 일부 그리고 4천 만원 이상인 건설공사장의 경우에만 무조건 강제적으로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게 되고 5인 이상인 사업장으로서 농업, 벌목업을 제외한 임업, 수렵업, 어업 금융업, 보험업, 증권업, 도매업, 소매업, 부동산업, 서비스업 중 일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영하는 사업장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 8장 제 78조에 따라 보상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동적 사업장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종업원이 5인 미만인 사업장은 산재보상보험법도, 근로기분법도 적용바디 못하므로 산재를 당했을 경우 형사고소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상을 받기도 하나 주로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노동법에서의 산재보상과 민사상의 배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는 노동자가 재해를 입었을 경우 민법의 체계 하에서는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의 제도에 의존하여 배상을 받게 되는 것이고 민법상의 불법행위는 과실 책임의 원칙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사용자의 안전보건위반이나 가해자의 위법한 행위를 근거로 하여 민사상의 소송절차를 행하여야 한다.

 반면, 노동법상의 재해보상제도는 무과실책임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재해를 당했을 경우 사용주는 일정한 보상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법에 의한 재해보상은 산재판정만 나면 신속하고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등급화 된 규정에 따르므로 보상금액이 비현실적이다. 반면 손해배상은 소송절차로 시일과 경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재해시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효용성이 적으나, 재해보상에 비해 실제 손해액(정신적․육체적 손해)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두 번째로 용어해석상의 문제가 제기된다. 근로기준법과 산재보상 보험법에서는 산재를「업무상재해」라는 용어로 쓰고 있다.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려면 업무를 수행하다가 또는 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업무수행성」과 업무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재해가 발생하였다는 「업무기인성」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업무상 재해는 일반적으로 과거의 경험이나 행정해석 또는 판례 등을 참고로 판단하지만 사례를 유형화하여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노동부예규 제 93호로 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 유형은 취업중의 재해, 취업시간외의 재해, 사업장 시설 외에서의 재해, 기타재해로 구분할 수 있다.

 한편, 업무상 질병과 직업병이라고 불리우는 직업성 질병에 관해서는 산재보상보험법 제 3조 1항에서 「업무상 사유에 관한 근로자의 질병을 말한다」고 할 뿐 구체적 판단방법이나 업무상 질병의 예시 등에 고나하여 규정하여 있지 않고 근로기준법 제 78조 2항에서 「업무상 질병과 요양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법시행령 제54조에서 37개의 업무성 질병을 열거, 예시하고 있으며 「기타 업무로 기인한 것이 명확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작업환경을 측정하고 안전을 검사하며 직업병을 밝혀낼 수 있는 장비나 병원․시설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는 업무상 질병의 판단을 둘러싼 많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최근 산업구조의 질적인 변화, 급격한 기술혁신 및 합리화에 수반하여 새로운 유형의 직업병이 빈번히 발생한다. 따라서 직업병에 대한 해석은 법의 형식논리에만 얽매이지 말고 산업의학, 생리학, 생태학적 이론의 뒷받침을 받아 탄력적으로, 융통성 있게 그리고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재해보상의 내용을 보면, 산재보상의 종류에는 근로기준법상 요양보상․휴업보상․장해보상․유족보상․장사비가 있어 재해보상이라 하고, 산재보상보험법에서는 이와 다르게 요양급여․휴업급여․장해급여․유족급여가 있어 보험급여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요양급여란 업무상 부상․질병을 당한 노동자의 요양비에 필요한 비용전액을 보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재처리전의 요양비와 비지정병원에서의 요양비는 재해자가 직접 신청하여 수령해야 하므로 치료 중 신청절차를 밟아야하는 번거로움과 한방치료의 불인정, 비지정의료기관의 진단과 치료의 불인정 등 문제점이 있다.

 휴업급여는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평균임금의 60%의 보상액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보장된 휴업급여액이 현실적이지 못하며, 요양이 개시되었을 때 신청이 없으면 자동적으로 휴업급여가 제때 지급되지 않는 행정상의 문제점이 있다.

 장해급여는 요양이 끝난 후에도 피해자에게 장해가 남았을 때 그 정도에 따라 1급에서 14급까지를 구분하여 해당급에 적용되는 일정 일수에 피재자의 평균임금을 곱한 금액을 일시급으로 수령하는 것이다.

 단, 1급에서 7급에 해당할 경우에는 연금으로 받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불합리한 등급의 설정과 함께 보상액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산재자의 나이에 따른 차이가 없으며, 실제로 장해등급 판정을 촉탁의사가 하는데 잘못 판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현행법상 장해급여의 지급방법에 있어서 연금의 경우 장애등급  1급~7급의 중장해자에 한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유족급여는 업무상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에게 지급되는 급여로 피재자의 평균임금 1천일 분을 보상한다.

 장해보상과 마찬가지로 일시금과 보상연금 중 선택하여 요구할 수 있다. 이 또한 보상액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가동연한에 따른 차이가 없다.

 이외의 상병보상연금, 장의비, 장해․유족 특별급여들도 현실적인 보상액이 주어지지 못하는 문제점은 마찬가지이다.

 또한 산재보상보험의 현행 운용방식은 사업주의 「책임보험방식」에도 철저하지 못한 상태로서 보험금으로 거둬들인 재원의 많은 부분이 노동부 산하 공단신설, 노동부 지방사무소 유지를 비롯 노동행정비용으로 유용되고 있는 등 보험금의 파행적 운영에 대해 비판도 받는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산재보상보험법이 사회보장의 성격을 표방하면서도 업무상의 재해를 입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호한다는 입법의 취지와는 다르게 현행법의 내용상 사업주가 악용할 소지가 많아 오히려 노동자에 대한 회유책 또는 현실 미봉책으로 흐르기 쉽다.

 그러므로 우선 산재보상보험 제도는 궁극적으로 모든 근로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므로 5인 미만의 영세업체에서 종사하는 노동자, 해외취업노동자, 농업, 어업, 금융, 보험, 소매업, 미8군 고용노동자, 공무원에게 까지도 적용대상의 범위를 확대시켜야 한다.

 둘째로, 보상수준이 너무 낮은데 이는 우리나라의 임금문제와 관련이 있다. 임금수준의 저위, 직종 간 임금격차, 임금의 생계비 충족도 미급 등 구조적 문제를 안은 가운데 현행 급여의 산출방식인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보상수준을 책정하는 것은 피재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러므로 전반적인 보상수준의 향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외의 산재보험보상제도의 합리적인 운용방식을 통한 피재자의 권익향상과 의료기관에서의 올바른 산재판단을 위한 전문성과 민주성이 요구된다 하겠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산재를 당한 경우에 보상이 생존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주요요한 의미를 갖기는 하지만 우리의 생명과 건강이 돈과 거래 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사용주로 하여금 해로운 노동 조건을 개선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경제적 압력이라는 측면에서 산재를 당했을 경우 최대한의 보상 투쟁이 필요하고, 특히 동일한 물질에 의해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보상투쟁도 중요하다.

 앞서도 말했듯이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산업재해의 사전예방이며 산재보상은 사후대책으로 다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이영란 (행정학과 4)

 

 

논문평 - 주제의 적실성 높이 평가돼

 

 논문에 대한 두어가지의 평가가 가능한데, 먼저 주제의 적실성이 인정된다. 사회적 생산의 주된 요소인 노동에 대한 보호는 단순한 고임금의 보장뿐 아니라 노동능력의 지속성보장을 통하여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현금의 노동운동의 방향을 확대시켰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현행 노동법상의 산업재해보상제도의 문제점 (예컨대 5인미만 사업장의 제외등)들을 정확히 지적하여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불균형성장정책의 필연적 부작용인 노동계층의 비참성을 극복하기 위하여는 열정적인 구호보다는 차분한 노동정책상의 문제점의 지적과 개선방향의 제시가 보다 실현성이 높은 문제해결의 방법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다만 논문의 두 부분인 산업재해의 원인과 보상문제에 대한 분석들 사이의 인과적 논리연계가 미흡한 감이 느껴지지만, 지면의 제약등을 고려할 때 필자의 논문의도나 체계자체를 왜곡시키거나 위협하는 수준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송희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