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태평양군은 9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 두 달에 걸쳐 북태평양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 대소 전면적 상황을 가상한 사상 최대규모의 해상훈련인「태평양 군사훈련」(Pacific Excercise, 약칭 PACEX)을 실시한다.
 이 대군사연습에는 미군만으로도 제3함대(동 태평양 담당)와 제7참대(서태평양~인도양 담당)의 4개 항공모함(이하 항모) 기동부대를 주축으로, 육군 2~3개사단, 해병대 1개사단, B52전략폭격기를 포함한 항공기 5백여기 등이 참가하는데, 미 본토와 하와이의 부대뿐 아니라 주일, 주한, 주필리핀, 주마리아나의 미군도 동원된다.
 게다가 미국은 이 군사연습에 태평양지역의 대부분의 동맹국들에게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한국, 필리핀,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 오스트레일리아는「태평양 군사연습」의 전초전으로 8월 1일부터 미국과 약 한달간「캥거루89」연습을 실시해 왔다.
「태평양 군사연습」은 미국이 레이건정권 등장 이래 실험해 온 호전적인 반소 세계전략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미 미국은 레이건정권 당시 유럽 및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미·소 분쟁이 발발할 경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소련의 극동지역에 일방적으로 공격을 감행한다는「동시다발전략」을 수립한 바 있으며, 이로부터 당연히 제기되는「그러면 어떻게 이 지역에 새로운 제2전선을 형성할 것인가」하는 과제를 검토해왔다. 이 제2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제시된 것이「해양전략」이었는바, 86년에 발표된 와트킨스 해군작전본부장의 글을 통해 그 내용을 정리하면 이 전략은 다음 3단계로 구상된다.
 제1단계는 위기 발생시 전방배치된 해양부대가 즉시 전투태세에 돌입함과 함께, 특히 대잠수함작전전력을 소련의 전략탄도 미사일 잠수함(이하 전략탄도 잠수함)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도록 소련함대를 전략탄도 잠수함 방어에 몰아 넣고 해상교통로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한다.
 제2단계는 미소 개전시 해군은 가능한한 깊숙이 전진해 주도권을 잡아 일거에 공격을 가한다. 동맹국과 함께 일본의 3해협 등 세계의 전략적 협로를 봉쇄하며, 전략탄도 잠수함을 포함한 모든 소련 잠수함에 공격을 가한다.
 제3단계는 2단계에서 시작된 모든 소련함대의 파괴를 완료하는데, 특히 전략탄도 잠수함을 괴멸시켜 핵균형을 미국측 우위로 변화시키고, 해병대는 치시마와 사할린 등 소련영토에 상륙작전을 전개, 미국이 유리한 가운데 전쟁을 종결짓는다는 것이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미 태평양군이 겨냥하고 있는 군사적 목적이①소련 극동함대의 태평양 진출 봉쇄②전략탄도 잠수함에 대한 선제공격③소련 육·공군의 주요거점인 오호츠크해 주변기지에 대한 상륙작전④전선의 확대에 따른 w수송로 보호를 위한 해상교통로 방위 등임을 알 수 있다.
「태평양 군사연습」의 시나리오도 이러한 목표에 따라 ①캄챠카반도의 무력화②알류산열도와 키치마열도의 점령③오호츠크해와 동해의 제압④일본과 한국의 방어 및 반격⑤해상교통로의 확보⑥연해주에 대한 공격 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태평양군t이 이같은 전략을 수립·실험하게 된 데는 소련 극동지역의 취약성과 태평양지역에서의 미 해군의 강점이 근거가 되고 있다. 동서가 9천Km로 넓은 소련은 동시다발공격에 약하다.
 특히 극동이 취약하다. 극동 소련은 캄챠카, 치시마, 사할린, 연해주가 분리되어 있다. 미국은 이를 각개격파하기 위해 항모 기동부대의 뛰어난 기동성을 최대한 살리려는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소련은 숙명적으로 해양에 군사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자신의 지배권을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세계 최강의 독보적인 해군력을 자랑해왔다. 특히「해양전략」의 제창자인 레이먼 해군장관이「600척 해군계획」을 추진함으로써 해양에 있어 미국의 우위는 결정적으로 되었다.
 레이건정권이 83년부터 레이먼해군장관의 해군력 증강계획에 입각해 대소전면전을 상정한 북태평양에서의 공격적이고 대규모적인 해상훈련을 실시해왔다. 이것이 소위「함대연습」(Fleet Exercise, 약칭 FLEETEX)인데, 어떤 경우에는 소련 해군기지인 블라디보스톡 해안 50마일 지점에서 기동연습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또 2년마다 한번씩 실시하고 있는「환태평양 군사연습」(Rim of Pacific Exercise, RIMPAC)은 치시마열도 및 알류산열도에 대한 상륙작전을 실험해왔다. 일련의 해상연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미국의 동맹군은 역시 일본의 자위대이다. 미국은 자위대에게 미 항모 기동부대의 공격작전을 보완한 방어작전으로서의 3해협 봉쇄와 1천마일 해상교통로 방위를 담당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이번「태평양 군사연습」에서도 자위대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맞춰져 있다.
 일본 방위청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의 항공자위대와 해상자위대 병력은 9월 중순부터 10월 초순까지 주일 미공군 그리고 항모기동부대와 함께 합동군사연습을 벌이며 육상자위대의 경우 10월에 하와이 주둔 미 경보병사단인 25사단, 홋까이도 주둔 해병대 병력이 합동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기에 참가하는 자위대 각 부대의 면면을 보면 일본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우선 홋까이도의 배치된 육상 자위대의 제7사단과 5사단, 특히 기갑사단으로 편성된 7사단은 미·소개전시 소련측이 소야해협 등을 돌파하기 위해 홋까이도에 공격해 올 것이라는 상정하에 그 저지작전을 담당하고 있는 부대이다.
 해상자위대에서는 구 일본제국군의 연합함대에 해당하는 자위함대가 참가하는데, 이는 해상자위대 중 최강의 전력으로 호위함대, 항공집단, 잠수함대 등으로 구성돼있다.
 그 주요임무는 미 항모기 등 부대의 호위(호위함대가 담당(와 소련 잠수함에 대한 대잠수함작전(항공집단의 대잠수함 초계기와 잠수함대가 담당)등이다.
 항공자위대에서 참가하는 항공총대는 항공전투의 제1선을 담당하는 부대이다.
 이들은 미 항모 기동부대의 호위를 위한 공중전투(미일 양국은 이를 해상방공체제라 부른다)를 주요 임무로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태평양 군사연습」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고 있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와 군부는 일체 언습하고 있지 않으며, 참가사실 자체도 공표하고 있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와 군부는 일체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참가사실 자체도 공표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산께이신문」은 미국의 항모 기동부대가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연습에 참가한뒤 동해로 빠져 나가 한국군과의 합동연습을 가질것이라고 밝혀 한국도 어떤 형태로든 참가할것으로 보인다.
 「태평양군사연습」에서 수행할 한국군의 역할은 미일 공동작전 내용의 일환으로 실시될 공산이 크다. 80년대에 들어 미일의 공동작전에 연동된 한미 연합군의 활동이 계속돼 왔는데, 특히 89년에 실시된 「팀 스피리트」연습에서는 대한해협 봉쇄작전이 실시되어 주목을 끈 바 있다. 이 작전은 일본 3해협 봉쇄의 일환으로, 쓰시마해협이 쓰시마섬을 중심으로 서수도(西水道)는 대한해협, 동수도(東水道)는 쓰시마해협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대한해협 봉쇄에 한국군이 참가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태평양 군사연습」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설정돼있는 「한국의 방어 및 반격」이 시사하는 내용도 포착되어야 할 것이다. 전부터 「팀스피리트」에서는 육상에서의 진격에 발맞춰 북한의 동해안에 대한 상륙작전과 이를위한 해상전투훈련이 실시돼 왔는데 이것이 그대로 실시될 경우 「태평양 군사연습」은 사실상 미국의 대소 전면전 구상과 한반도에서의 국지전 상황을 결합한 보다 고차원적인 내용을 담을 것이다. 그러나 「태평양 군사연습」을 단순히 군사적인 시각에서만 분석하는 것은 일면적이다. 미국은 이대연습을 통해 자신의 전략구상을 실험함과 함께 각 동맹국에 대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호기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일본의 안보소식통들은 「동맹국은 이 연습에 의해 미국의 군사전략에서 자국의 위치, 능력평가, 기대되는 역할 등을 다시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보다 진실된 저의는 이 연습을 통해 아시아지역에 유럽의 NATO와 같은 집단적 군사동맹체계 형성작업을 보다 가속화시키려는데 있다. 미국은 80년대에 들어 「미국에 있어서 전략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아시아·태평양지역 보다 더 큰 의의를 갖는 지역은 없다」고 하면서 아·태지역 중시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2월 부시 미국대통령도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 3국 순방을 끝마치고 앤드류스 공군기지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미국은 현재도 태평양 대국이며 앞으로도 태평양대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아시아의 나토화는 (유럽의 예에서 보듯)미국의 태평양대국으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토대로서 기능한다. 아시아 각국을 NATO식의 공수동맹으로 조직함으로써 미국은 태평양지역에서의 정치·경제·군사등 제분야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볼때「태평양 군사연습」은 아 ·태지역에서 날로 확산되고 있는 반전·반군확·반핵운동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 입장을 분명히 하는 무력시위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는 올해의「팀 스피리트」연습 감행이 남북간의 정치· 군사 문제에 대한 협상 열기를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던 사실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뉴질랜드, 롱이 정부의 미 핵함정 기항거부를 비롯한 남태평양 일대에서의 비핵지대화운동, 필리핀의 반핵 입법과 미군기지 반대운동, 자민당정권의 군국주의화정책에 반대하는 일본의 평화운동, 한국에서의 통일운동 등 미국의 태평양 전략을 위협하는 근저적 흐름이 그동안 꾸준히 성장해 온게 사실이다.
 게다가 고르바초프의 전면적 평화공세가 이 지역에 끼친 영향을 유럽지역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역시 막대한 것이었다. 이에 미국은 이 군사연습을 통해 태평양지역에서의 체제간 대결을 새삼 부가시킴으로써 이같은 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결국「태평양 군사연습」은 아 · 태지역을 둘러싸고 진행되는 데탕트와 냉전, 군축과 군확, 전쟁과 평화의 치열한 공방이 새롭게 격화되는 촛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이것이 아· 태지역 전체는 물론 한반도의 평화에도 새로운 도전요인이 될것임은 분명하다.
 이에 한국군의 연습 참가를 반대하는 노력은 물론이고, 아· 태지역 각국평화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평화옹호운동이 모든 평화애호민들에게 절실이 요청된다 하겠다.

김영환(군사문제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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