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고교생대표자협의회 활동을 살펴본다

『우리는 일방적 강요를 통한 침묵과 복종만을 배워왔다. 이제 올바른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이 일어서야 할 때이다.』
 지난 7월 26일 광주에서는 황폐한 교육풍토의 모순들을 척결하고 참교육을 이루려는 고교생들의 당당하고도 단결된 움직임이 있었다. 즉 4·19 이후 고교생들의 실질적 연합조직으로는 최초로 결성된「광주지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광고협)가 그것이다.
 87년 사회민주화대투쟁속에서 고교생 운동조직인「광주지역고등학생연합회」(이하 광고련)를 등장시킴으로써 많은 주목을 받아온 고교생 운동은 88년의 보충·자율학습폐지투쟁에 많은 수의 학생들이 참여함으로써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일류대학 졸업장을 받아야만 큰소리치는 교육풍토」속에서 수동적이고 타율적인 교육을 거부하고 참교육을 받으려는 많은 학생들의 절실한 의지가 발현된 것이다.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현재 고교생운동내부에서는 체계적·과학적인 의식과 조직을 갖추어 학생대중을 지도하는 연합조직의 결성이 나타나게 되었다.
 고교생운동은 그 방향이 교육문제 이외에 사회·민주화 과제와 일치할 때 청년학생운동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들 조직은 결성움직임이 나타날 때부터 많은 주목을 끌었다. 특히 고교생 운동세력 중 광고협은 타지역 고교생 연합조직 결성에 큰 영향을 끼쳤고,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더욱 더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광고협을 중심으로 고교생 운동이 전개된 배경과 진행과정, 전체 민족민주운동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의의와 앞으로의 전망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80년 광주의 경험은 민족민주운동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광주지역은 직·간접 투쟁경험을 통해 민족민주운동역량을 더 한층 축적하였다.
 이런 기반들은 타지역보다 먼저 광주지역에서 고교생 운동이 시작되게 하였고 83년에 들어서는 본격적인 고교생운동조직화가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이후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87년의 사회민주화대투쟁 과정속에서 광고련결성을 통해 나타나게 된다.
 광고련은 대개 학교내의 소모임 활동 등을 통해 현실의 모순을 자각하게 된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학생다수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지도할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상층부끼리 결합되는 한계를 지녔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광고련의 결성은 뒤에 등장할 광고협 등 고교생 운동조직화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민족민주운동세력에게 고교생 운동의 존재를 알리고, 이들이 앞으로 운동세력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 등을 예고하였다.
 이어 88년에 들어서는 지금까지 누적되어 온 교육현실에 대한 비판이 학생 대중들로부터 자발적·폭발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부 선진학생들에 의해 제기되었던 고교생 운동이 대중적으로 확산되게 되는 시기를 맞게 되었다.
 즉, 학생들이 교육현장에서 직접 겪는 교육모순을 고교생 운동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로 내세우며 구체적으로 보충·자율학습폐지를 위한 움직임, 학생회 직선제 쟁취투쟁, 사학재단의 비리 척결 등을 전개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많은 학생들이 고교생 운동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으나 계속적으로 이어나갈 투쟁방안의 미약성, 성과물에 대한 과학적·체계적 조직지도력의 부족 등으로해서 큰 결실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은 89년에 있어 조직건설의 필요성을 학생대중들로 하여금 절감하게 만들었다.
 89년에 들어와서는 참교육을 내걸고 많은 수의 교사들이 전교조에 가입하면서 고교생 운동에 있어 일대 성장의 발판이 구축된다.
 당국의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학생들로 하여금「사랑하는 선생님을 내가 지키겠다」는 의지뿐 아니라, 우리 교육현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였다. 또한 학생 자신이 교육의 주체임을 각인하면서 계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조직결성을 좀 더 앞당기게 되었다.
 7월 15일 광주지역에서는 고등학생 대표자회의가 최초로 열렸다.
 이를 통해 각 학교의 전교조 지원 등을 위한 연대투쟁논의가 제기되면서 20일 전남대학교를 비롯, 무등경기장, 백운동로터리 등에서 동시다발적인 집회가 열렸다. 여기서 당국의 경찰력 투입으로 6백여명의 학생들이 연행되고 다수 학생이 부상하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다.
 이런 상황속에서 먼저 거론되었던「교원노조대책공동위원회」가 상설기구로 건설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마침내 26일 광고협이라는 광주지역 고교생의 공식연합조직이 결성되게 된다.
 광고협은 이전에 결성됐던 광고련과는 달리 그 구성원이 실질적으로 각 학교의 학생자지활동의 대효자(학생회장)들로 구성되어서 광주지역 고교생들의 명실상부한 대표기구의 성격을 띤다.
 현재 광고협에는 광주시내 학교 중 27개 학교가 가입되어, 주요사안에 관해서는 대표자총회의 논의를 거쳐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광고협의 조직은 처음에 의장, 부의장, 실무기구인 5부를 두었다. 그러나 광고협을 당국이 불법단체로 규정하여 탄압이 시작되면서 각부 부장이 수배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에 효율적인 실무수행을 위해 2학기에는 상황에 맞게 각부서를 없애고 사안에 융통성있게 대처하기 위해 현재 조직개편작업이 진행중이다.
 이런 당국의 탄압으로 인해 광고협의 의장, 기획부장을 비롯한 간부진들이 조사기관에소의 연행 혹은 수배되어 등교는 물론,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약 2달 째 은신중이다.
 한편, 광고협 결성 이후 진행된 사업으로는 전교조사수를 위한 지원투쟁이 주류를 이루었다. 각 학교에 성명서를 배포, 대표자총회를 통해 각 학교의 상황을 보고하면서 광주지역 고교생 운동의 방향을 모색하였다.
 그리하여 8월 30일에는 전교조 지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동성명서 3만장이 광주시내 각 고교에 배포될 수 있었다.
 이보다 앞서 8월 26일에는 2달째 당국의 수배에 의해 은신중인 광고협의장 강위원군(서석고·3)을 비롯 27개 학교대표자들이 전남대에서 열린 대표자총회에서 전교조 지지 및 2학기 활동 방향 등을 논의하였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강군은『앞으로 전교조지지투쟁은 물론 어용교사퇴진 등 의학내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움직임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2학기 초에 진행되는 각 학교 학생회장선거에서 선진적이고 역량있는 학생이 뽑혀야겠지요』라며 2학기 활동방향을 밝혔다.
 광주지역은 타지역보다 비교적 고교생운동이 활발하다. 그것은 광주의 많은 학교에서 학생회를 직선제를 통해 구성함으로써 일반학생들의 의사가 쉽게 전달되며, 많은 학생들의 참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각 소모임 활동이나 써클 등의 확산으로 타지역보다 좀 더 성숙된 운동역량을 지닌 학생들이 든든한 기반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번의 경우 전교조가입교사가 타지역보다 많음으로 해서 학생과 교사가「교원노조사수」의 통일적 과제를 함께 벌일 수 있는 장들이 확대되었다.
 이처럼 비교적 고교운동이 활발한 이 지역도 광고협결성 이후 조직건설에 따른 몇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강군은『너무 급박하게 조직을 결성함으로써 우리의 역량이 성숙하기도 전에 당국의 탄압이 가해져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한, 지도능력의 부족으로 많은 학생들을 계속적인 투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였습니다』라며 조직건설의 문제점으로 조직운영상 부족한 자금, 조직구성원의 개인주의적 자세 등을 지적했다.
 광주지역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고교생운동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첫째 투쟁이 일회적 계기적 한계를 벗기 어렵다는 점, 둘째 대중과 지도부간의 의식차가 현격하여 일방적인 상부의 지도가 이루어진다는 점, 셋째 각 학교내의 상황에만 너무 매몰되어 전체 민족민주운동과의 결합이 힘들다는 점 등이다.
이것의 극복을 위해서는 첫째, 직선제에 의한 학생회의 완전한 정착과 계속적인 소모임활동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계속적으로 학원민주화투쟁의 성과들이 이후 투쟁을 위해 효율적으로 조직되는 강력한 조직이 결성되어야 한다. 셋째, 이러한 지역별 조직들이 연대함으로써 전국적 조직체인「전고협」이 결성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의 전고협 결성의 과제는 각 지역별 조직역량의 미숙과 당국의 탄압으로 인한 역량손실 등에서 어려움을 맞고 있다. 그러나 고교생 운동은 전교협결성과제를 이룸으로써 전체 민족민주운동내에서 청년학생운동으로 자리매김하여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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