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한 우리의 선언

 84년 학원자율화 조치가 발표되면서 어둡고 암울했던 대학가는 다시금 활기를 되찾은 듯 했다.

 도서관, 강의실, 휴게실 등 대학생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느 곳에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짧은 머리, 가죽장갑의 사복경찰들….

 외면적으로 상주경찰들이 대학에서 철수하게 됨으로써, 대학생들의 행동을 구속하던 그들의 번뜩이는 시선이 희미해졌다는 것은 대학가의 또다른 해방이었다.

 그러나 외형적인 철수와는 달리 학원에 대한 감시와 사찰은「학원 프락치」나 학내정보사찰의 전위초소인「CP(경찰상황실)」라는 고도의 수법으로 은밀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이같은 사실은 얼마 전 일간지마다「대학생 양심선언」이라는 충격적인 기사로써 우리에게 그 실체를 드러내었다.

「수사관들에게 강제로 끌려가 갖은 협박과 고문을 당한 나머지「학원 프락치」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지난 4월 부산 동아대생들에 의해「CP」가 피습되었던 사건과 더불어 국민대생의 이번 양심선언은,「설마 6공에는…」했던 우리의 순박한 믿음(?)에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이 땅에 군부독재문화가 시작된 이래 그들은 온갖 명분으로 학원탄압을 계속해왔다. 박정희 유신독재 치하의 중앙정보부·경찰의 학원공작, 전두환 시대의 녹화사업과 학원 프락치.

「5공청산」을 당면 최대 과제로 내세우며 출범한 6공 역시 5공의 학원사찰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기반으로 유지되는 현 정권의 비도덕성을 다시 한 번 폭로케 한다.

 대학은 자율성이 고도로 보장되어야 할 장소이다.「CP」나「학원 프락치」를 통해 교권을 침해하고 학생들 사이에 불신감을 조장하는 지금의 비밀채널은 더 이상 존재해서도, 존재할 수도 없다.

 억눌리고 척박한 식민지 조국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인 까닭에「양심선언」은 모두가 그 자체로서 소중하고 값진 의미를 지닌다.

 일신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불의를 과감히 폭로하고 나선 대학생의「위대한 용기」는 반드시 보답을 받아야 한다.

 대학사찰 중단, 프락치 공작 책임자 처벌 등의 강력한 대응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같은 우리의 양심선언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때 독재정권의 말로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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