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사회의 왜곡된 진실을 폭로하고 변혁운동의 한가닥으로서 큰 몫을 차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명동에서 한꺼번에 두군데나 열렸다. 더구나 둘 다 대학생들의 사진적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남겼다. 바로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산하 사진부 기자들의 보도사진전과 우리학교 신방과 학생들의 제21회 보도사진전「또 하나의 이웃…」이 그것이다.

 대학신문사진기자들의 사진전이 열린 한일관 4층전시관은「통일의 꽃」,「이한열추모가」등의 노래가 엄숙한 분위기로 방문객을 압도한다.

 하얀 벽면에는 55개의 사진들이, 6·10남북학생회담, 5공비리청산, 농민, 노동자, 전교조, 이철규 죽음, 평축 등 상반기투쟁이 주제별로 엮어 걸려있다. 이 사진들 중에서도 특히 이철규 열사의 영정 앞에「진상규명」띠를 두른 여학생의 모습과 내 아들「문목사」를 석방하라는 문목사 노모의 비장한 얼굴이 보는 이의 발길을 머무르게 한다. 또한 모의축전때「굴비엮듯이」끌려가는 학생들, 민주교육을 외치는 전교조가입교사의 절규는 파란만장했던 89년 상반기를 생생히 재현한다.

 이번 보도사진전은 전국적차원에서 사진운동을 추스려나갈「전국대학신문사진기자연합」의 결성계기로 기획되었다. 처음에는 평축을 앞두고 대학신문 공동기자단이 제의한 것을「전대기련」이 수용, 확장시킨 것이다. 학생기자들에 의한 것이니만큼 학생이 중심이 되었던 이철규진상규명, 평축 등의 학생운동을 부각시켰다는 점이 여타의 사진전과 다른 점이다.

 한편 처음 시도된 것이라 캡션에 소홀했다든가 하는 서투른 점도 많이 나타났는데 이홍천군(한양대·수학·2)은『작업과정에서 드러난 책임주체의 문제와 예산의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덕분에 카메라스트로브까지 저당잡혔다』고 전한다.

 하지만 대학문화운동 중 전국적인 사진운동의 시초를 마련하고 보도, 정보로서 기존의 제도언론, 정부에서 내미는 사진에 대해 정면도전했다는데에 이번 사진전은 큰 의의를 갖는다고 본다.

 한편, 같은 시기 서울투자신탁 하늘공원에서 열린 본교 신방과 21회 보도사진전「또 하나의 이웃…」은 사진「운동」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한 하늘 아래 이런 이웃도 있다!」는 강한 문제제기로 철거민의 삶을 기획하였다. 돈암동, 도화동, 상계동 등 빈민·철거지역주민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담기 위해 신방과 학생들은『방학내내 사전세미나와 답사를 거쳐 직접 그들속으로 뛰어들어가 생활하며 사진을 찍었다』는 당돌한(?) 면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예년과 같이 이번 역시 인물중심으로 사진을 전시한 신방인들은『환경속의 인물을 통해 그들의 삶을 포착할 수 있다』며『그들은 비록 철거민이지만 같이 생활하는 동안 그들의 밝은 미소를 느꼈기 때문에 그들의 평범한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처음엔 카메라를 꺼려하던 사람들이 친해지자 곧 응해주었어요. 아이들도 사랑에 굶주린 것처럼 안기고 잘 따랐구요』김희정양(신방·3)의 이야기는 그들이 단순히 피사체를 복사하는 사진가들이 아닌, 직접 느끼고 실천하는 사진인들임을 증명해주었다.

 젊은 사진인들은 더 이상 살롱사진이나 고급예술사진으로만 안주하기를 거부한다.「삶의 진실을 필름에 담을 때 비로소 외부의 가식과 왜곡은 무력해짐」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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