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레닌주의 민족이론」을 중심으로


 종래에 있어 마르크스-레닌주의 민족이론은 그들의 이론체계중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인식되었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계급지배와 그것을 가능케하는 사회경제적 구조 자체의 척결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이러한「토대」의 근본적인 변혁을 지향하는 그들에게 민족이나 국가와 같은 제반「상부구조」적 논리의 세계는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되며 오히려 민족문제를 강조하는 것은 계급투쟁전선을 모호하게 만든다고 생각되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래의 견해에 대하여「마르크스-레닌주의 민족이론」(칼 마르크스 외, 편집부 역, 나라사랑, 1989)은 원전학습과 역사적 맥락속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민족이론을 접근하면서 이상의 통론이 마르크스-레닌주의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려는 의도에서 편집되었다. 이 책은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스탈린, 모택동의 민족문제에 대한 인식과 그것의 해결방식을 끊임없이 새로운 현상과 맞서 과학적으로 해석해냄으로써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론이 변화·발전하여 형성되었다는 것과 더욱이 구체적 실천의 지침을 제공했던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이 책이 그 이론을 계승·발전시켜 분단된 한국사회에서 민족해방운동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적의식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칙적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민족이론을 원전을 통해서 밝힘과 동시에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민족문제를 주체적 입장 속에서 풀어나간「정치경제학과 민족문제」(장민성)라는 해설부분은 이를 더욱 확실하게 나타내준다고 하겠다.
 이 책은 민족형성론과 제국주의 단계의 민족해방운동에 관한 마르크스-레닌주의 민족이론체계와 이를 식민지 사회에 구체적으로 적용시킨 모택동의 민족이론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민족에 대한 초기의 견해는「공산당 선언」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마르크스는「부르조아는 주민을 결집시키고 생산수단을 집중시키며… 그 필연적 결과는 정치적 중앙집권화였다… 독립적인 각 지방들이 하나의 정부, …하나의 국민으로 결합되었다…」라고 하여 민족을 인류발달의 산물로서 자본주의의 생성과 함께 맞물려서 형성된 것으로 파악한다. 식민지 종속국의 민족해방운동에 관한 견해는 아일랜드론과 폴란드론에서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식민지종속국의 민족투쟁은 바로 선진자본주의국가의 프롤레타리아계급해방의 전제조건이 될 때 계급투쟁뿐 아니라 민족투쟁 또한 인류역사발전의 사상적 단초가 된다는 것이 표현되어 있다.
 마르크스, 엥겔스의 민족이론을 발전시켜 제국주의 시대의 민족해방운동으로 제국주의 상호간, 제국주의와 식민지 종속국과의 관계에 대한 분석은 레닌과 스탈린에 의해 수행되었다. 레닌은 자본주의가 제국주의로 한 단계 발전한 조건 아래에서 자본주의 발전의 일반적 법칙을 이론화하였고 이것에 의해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지종속국 사이의 일반적 관계에 대한 구체적 분석이 행해졌다.
 그는 제국주의 시대에 있어서 각 민족에게는 민족자결을 쟁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다고 보았다. 그는 민족자결에 대해「억압민족의 프롤레타리아는 모든 부르조아적 평화주의가 되풀이하고 있는 일반적인 민족평등의 옹호와 병합의 반대라는 판에 박힌 문구에 한정해서는 안된다」라고 보아 윌슨류의 민족자결권과는 구별된다.「프롤레타리아는 자기민족에 의해 억압받는 민족과 식민지의 정치적 분리의 자유를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는 공허한 말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억압민족의 노동자들과 피억압민족의 노동자들 사이의 신뢰나 계급적 연대는 불가능할 것이다」라고 하여 식민지종속국민족의 해방투쟁은 세계 프롤레타리아계급 혁명과의 관계 속에서 해결하고 있다. 스탈린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민족문제를 파악하였다. 그는「민족이란 공동의 언어, 지역, 경제적 생활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람들의 안정된 공동체」로써 민족개념을 처음으로 정식화하였다.
 민족문제해결의 요소로서는 자결권을 비롯하여 지역적 자치, 언어 학교 민족의 평등한 상태, 그리고 프롤레타리아계급의 국제적 연대의 원칙 등을 들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 민족이론을 모택동은 식민지·반식민지에서의 민족해방운동의 전략·전술로 발전시켰으며 식민지종속국에서의 민족투쟁과 계급투쟁의 일치성을 주장하였다.
 이상에서 볼 때 민족문제에 관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원칙적 입장은, 프롤레타리아계급해방속에서 민족해방운동이 추구되며, 프롤레타리아혁명의 세계사적인 전략 속에서 논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족이론에 대한 논쟁의 양상은 민족개념에서부터 민족형성의 시기, 민족해방운동에 있어서 민족과 계급 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논의는 민족과 계급의 관계, 민족 자체에 대한 올바른 이론정립을 통해서 정확한 변혁전망을 해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런 변혁전망과 관련해 현재 나타나는 이론은 각기 그들의 변혁논의 속에서 민족문제의 비중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심각하게 제기되는 민족문제를 장민성의 글을 중심으로 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민족은 단순한 역사적 범주가 아니라 자본주의 발흥기라는 특정시대에 속한 역사적 범주이다」,「자본주의 발달과정은 동시에 민족형성의 과정」에서 보듯 마르크스-레닌주의 민족형성론의 기본적 생산력의 토대 위에 근거하는 경제생활의 공통성이 그 햇을 이룬다. 이에 비해 장민성은「한 핏줄로서의 겨례, 사회경제적 공동체, 언어를 수단으로 한 문화, 정신, 사상으로서의 민족의식」을 민족형성의 규정요인으로 설명해 낸다. 과연 이와 같이 달리 정의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이로 인한 문제점은 무엇인가?「유럽의 민족관, 민족학설을 아시아, 아프리카에 적용시킬 때 자본주의적 근대화를 실현하지 못한 후진민족들에게는 이들은 완전한 민족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된다. 따라서 유럽의 견해, 이론을 절대화하지 말고, 주체적 견해와 입장을 확립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장민성의 출발점이다. 이것은 40년에 걸친 분단상황으로 남북간의 문화, 경제면에서 현저한 차이, 그것이 야기하는 민족의 이질성, 바로 이것이 민족의 분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유럽적인 민족이론」을 부정하고 혈연중심의 민족이론을 창안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민족구성의 주요 요인으로 혈연이 가장 강조된다면 종족, 부족, 인종과 민족을 구별할 지표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민족의 개념을 혈연중심으로 파악한다면, 위의 단위들은 단지 양적인 차이밖에는 없는 것이 되며, 민족이란 개념은 역사를 뛰어넘어 존재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민족형성에 관한 문제와 함께 제기되는 문제는 민족해방운동의 문제이다. 제국주의시대에 있어서 민족문제는 단지 민족형성의 문제가 아니라, 제국주의적 침략에 의한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지종속국민족과의 문제로 그 성격을 변화시켰다.
 이에 따라 민족해방운동이 격화되고 민족문제의 해결은 제국주의국가, 식민지 종속국 민족의 계급모순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민족문제에 관한 원칙적 입장은 프롤레타리아계급해방속에 포괄되어진다. 즉, 식민지종속국의 민족해방운동의 역량을 사회주의세계혁명의 방향으로 결집시키고, 운동의 성격은 프롤레타리아적인 것으로 성격지운다. 따라서 민족과 계급의 두 역사적 산물은 제국주의의 전개과정속에서 통일적으로 파악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레닌은 식민지종속국민족의 모든 봉기가 아닌-반동계급의 반란이 아닌-프롤레타리아계급해방이 성취되는 한에서 각국의 민족해방운동을 지지해야한다고 하였다. 이것은「제국주의에 대한 모든 투쟁을 지지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가 아니다. 우리는 제국주의에 대한 반동적 계급의 투쟁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제국주의 및 자본주의에 대한 반동적 계급의 봉기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한 점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즉, 계급해방속에서 민족해방의 맥락이 이어져야 하며, 민족해방운동은 계급해방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장민성은 민족해방운동의 내용을 명확한 계급적 관점에서 진행됨이 없이 전개하고 있다. 민족적 이익이 전체로서 나타나고 있는 데에 비해 민족적 이익 앞에서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이익은 관철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민족 문제는 계급을 떠나서는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족은 단지 특정계급 이익을 표현하는 방식 중의 하나일 뿐이며, 따라서 그것이 어떤 계급적 입장에서 제기되고 파악되는가에 따라 정반대의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족문제는 그것이 제기되는 구체적인 정세 속에서 지배계급의 이해를 표현할 뿐인「민족전체의 이해」라는 일반적 개념으로부터 철저하게 구분되면서 파악되어야 하며, 따라서 철저하게 계급적 관점에서 제기되고 파악되어야 한다. 결국 장민성이 전개한 식민지종속국의 민족해방운동의 내용 즉, 특정한 민족이 다른 민족에 대해 자신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식의 설명은 막연하고도 추상적이며, 철저한 계급적 관점에 의해 제기되고 파악한 것이 아닌 것이다.
 식민지종속국의 민족해방운동의 내용이 철저하게 계급적 관점에서, 프롤레타리아계급해방의 전략적차원에서 민족해방이 함께 이루어져야한다고 했을 때 민족해방운동을 담당할 주체는 과연 어떻게 설정될 것인가? 여기에는 민족문제, 민족해방운동의 해결속에서만 자신들의 해방을 쟁취할 수 이씨는 사회세력, 사회계급을 전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민족해방운동의 내용이 철저하게 계급적 관점에서 관철되어진다고 했을 때 자기해방의 역할을 한다는 조건에서만 일체의 민족운동을 지지하고 더욱 혁명적으로 나아갈 것이다.
 바로 이런 까닭에 프롤레타리아 계급만이 식민지 종속국의 반제국주의 민족해방운동의 가장 철저하고 적극적인 지도세력으로 설정된다. 왜냐하면, 민족해방운동은 프롤레타리아계급의 궁극적인 해방의 필수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식민지종속국에서 압박받는 모든 민중이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계급적 관점이 결여된 민족해방운동이론은 모든 문제를 민족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파악하는 민족지상주의적 관점으로 전락해버릴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상의 민족해방운동의 내용과 주체의 설정으로 민족해방운동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식민지종속국에서의 민족해방운동은 철저한 계급적 관점을 지니고서 프롤레타리아계급이 주도하는 하에서만 올바르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민족문제는 민족지상적인 입장에서가 아닌 철저하게 계급문제의 발현태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민족문제에 대한 일반적 합의는 그것의 개념규정에서부터 어려움에 부딪친다. 각 민족이 처한 사회적 조건과 역사적 체험의 차이, 그리고 설정된 민족적 목표의 상위, 민족내부의 복잡다양한 정치적 제반문제들과 민족상호간의 국제관계의 혼란 등을 고려할 때 지상의 모든 민족에게 보편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일반적 민족개념의 정립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40여년 동안의 분단현실속에서 우리 사회에 제기되는 문제는 통일의 과제와 연관된 민족문제의 해결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올바로 인식함으로써, 운동법칙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함께 우리 시대의 올바른 민족적 과제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사회 성격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중에 있다. 그 논의 과정 속에서 전개되는 민족문제에 관한 이론화 작업은 우리 실천의 올바른 방향성을 정립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과 흐름의 맥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재조명하며, 또한 민족문제 일반에 관한 제이론을 체계적으로 흡수하여야 할 것이다.

 배진영(대학원 사학과 2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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