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생산수단의 변화와 결합돼야
토지공개념, 생산수단의 변화와 결합돼야
  • 이나리
  • 승인 198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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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한 평 값이 천만원을 호가하고 전체 국민의 상층 5%가 국토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엄청난 나라. 그 속에서 서민들의「내 집 마련의 꿈」은 말 그대로「꿈」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제시한「토지공개념」이라는 묘약(?)이 던진 파장은 대단한 것이었다. 신문은 연일 이것이 얼마나 획기적인 대전환인지를 흥분된 목소리로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그토록 혁명적인「사건」인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투기가 이렇게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후반부터였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극히 편향적으로 집중·집적된 매판자본은 과잉 시설투자와 이에 의한 과잉생산, 국제관세장벽의 강화, 임금인상의 압박 등에 의해 생산부문에서 이윤율이 점차 저하되고 확대재투자가 기피됨에 따라 독점자본내에 일단의 유휴자본을 형성하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유휴자본을 통해 새로운 자본의 집적을 이루려는 시도가 토지에 대한 투기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이러한 자본축적과정과 토지자본의 형성은 정권의 정치적 지원에 의해 뒷받침되어 왔다. 다시 말해 국가에 의한 토지개발정책의 일차적 목적은 생산부문에서의 가치 증식과 아울러, 창출된 가치의 실현과 배분을 독점자본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한 제조건을 제공하는데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토지용도의 변화만으로도 지가는 폭등하고 이렇게 하여 고가화된 토지는 그 분양에 있어 일정수준 이하의 계층을 배제하는 효과를 가지게 되어, 결국 소수 상위계층에 의해 주변지역의 토지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유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껏 이러한 반민중적 토지개발정책이 바로 그 토지공개념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토지공개념은「공공복리」를 앞세워 특정집단의 이해를 도모하고 정책의 계급성을 은폐하며 이를 합법화시켜주는 정책도구적·허구적개념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현재의 토지공개념의 확대실시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더 이상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고조된 사회의 불균등과 빈곤의 분노감에 대한 지배세력의 우려가, 현재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자본의 체제유지를 위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소위「체제관리비 분담론」으로 나타난 것일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자·농민의 정치적 진출과 이에 따른 지배구조의 변화 및 자본운동의 변화를 일정하게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정부의 정책이 노리는 효과는 분배영역의 가시적 불균등을 무마하고 자본의 안정적인 재생산 조건을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에게 분배 정의 확립의 환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구체적인 몇몇 법안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정부가 제시한 토지공개념 확대 도입에 그 근거를 두고 제도화되는 구체적 방안들은 과세허가제 강화,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 개발부담금제, 그리고 기업부동산투기규제대책 등을 포함한다. 이 중 특히 중시되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개발이익세제 및 개발부담금제, 토지종합세와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등이다.
 그 중에서도 개발이익환수문제와 관련된 개발부담금제와 개발이익세제는 실상 이번 토지공개념제도의 핵심을 차지하는 것이다.
 개발부담금제는 토지의 형질이나 용도변경이 뒤따르는 개발사업의 시행자로부터 개발에 따른 이익을 공시지가에 의거하여 환수하는 제도이다. 개발부담금제의 대상이 되는 사업은 도시계획 및 토지형질변경, 토지구획정리, 택지개발, 산업기지개발, 대형도소매업개설, 유통근대화촉진, 온천개발, 관광산업, 도시재개발,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토지개발사업 등이다.
 당초 정부가 내놓은 안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사업담당자는 개발이익의 70%를 개발부담금으로 납부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안이 발표되자마자, 대자본과 이에 야합한 민정당 측은 당자아 이익환수율을 50%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나섰으며 정부 역시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개발이익세제는 지가상승이 현격한 지역을 대상으로 도시지대 상승분의 50%를 국세로 환수할 것을 골자로 하는 세제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앞으로 국회통과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예외조항이 첨가되고 법률의 실제적 집행과정에서 더욱 많은 편법과 탈법이 행해지리라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개발이익환수 관련법안은 그 자체에 있어 개발이익의 산정에 행정적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를 안고 있기에 개발이익환수과정에서 토지투기를 오히려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효과를 담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 제도는 그 자체가 정부에게 엄청난 개발이익을 가져다줌으로써 개발재정의 확보를 바탕으로 한 지배권력의 유지·강화에 기여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또한 개발이익세와 더불어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때 1년 이내 처분의 경우 100% 공제, 3년 이내 70% 공제, 5년 이내 50% 공제, 5년 이상 30% 공제 등으로 연차별 차등공제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단기토지투기를 조장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토지초과이득세와 토지종합세이다.
 정부는 지난 8월 26일 빈껍데기뿐인 토지초과이득세를 내놓았다. 개발사업 등으로 땅값이 전국 평균 상승률을 초과하여 오른 부분의 50%를 보유단계에서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겉으로는 대단한 듯 보이지만 막상 세금을 낼 사람은 별로 없게 되어 있다. 이진순 교수(숭실대·경제학)는 이에 대해『부동산시장의「큰손」들인 재벌들이 가지고 있는 땅은 업무용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들어 모두 빼주고 기껏해야「잔챙이」투기꾼들이 보유하고 있는 공한지·유휴지에 대해서만 과세할 계획인겁니다. 그러나 공한지·유휴지도 앞으로 3년 이내에 나무 몇 그루 심었거나 주차장·골프장을 만들어 버리면 모두 비과세 되는 거지요』라고 이 법안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토지종합세제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실시될 경우, 현시가로 7천만원인 토지의 내년 재산세는 70~80%정도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재산세 증가액 6만 2천원은 예상되는 토지가격의 인상분인 3천 1백 50만원에 비하면 거의 고려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
 이상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바에 의해서만으로도 정부당국이 인식하는 위기의 내용이란 민중생존의 위기가 아니라 자본축적 및 지배세력의 내적위기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부의 이번 법안의 마련은 독점자본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실제 도시노동자나 빈민들에게는 더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재산세의 인상분이나 개발이익환수분이 최종적으로 토지가격상승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토지가격상승은 주거비나 임대료를 폭등시킴으로써 결국 그 피해를 도시무토지·무주택계층에게 엄청나게 부담시키게 될 것이다.
 한편, 이렇듯 토지공개념의 확대실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자 야권에서도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놓고 있다.
 평민당은 재벌기업 등 대토지소유자의 과대한 비업무용 토지를 수용해 국공유율을 높여가면서 수용토지를 임대형식으로 빌려 주택과 공장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종합토지세제의 세율이나 과표 수준 강화, 양도소득세의 철저한 적용을 통해 토지소유에 따른 수익률을 낮춤으로써 토지경제정의를 실현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양당의 기본적 지지입장과 정부의 비교적 적극적인 자세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 내부에서의 이해대립과 사회계급간의 마찰, 또한 자산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의 한계를 고려할 때, 토지공개념이 지금의 내용이나마 보전한채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설사 이것이 국회에서 통과된다 할지라도 최소한의 효과라도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근본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각각의 방안들의 계급편향적 성격을 배제하기 위해서 온갖 복잡한 예외규정을 내포하고 있는 현행토지제도와 법령들이 정비되고 또한 이를 총괄할 수 있는 토지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둘째, 토지공개념의 도입에 의한 도시무토지·무주택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복지정책으로서 국가는 우선 대량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공급하고 이와 병행하여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인상하여 그들에게 전가되는 부담을 개량적으로라도 시정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셋째, 토지공개념의 시행을 통해서 형성된 세금과 기금을 민중의 이해를 위하여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방안 모색이 요구된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여러가지 해결방법도 결국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는 없다.
 현 한국사회가 지닌 경제적 모순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모순과 식민지적 상황에 의한 모순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이니만큼, 토지공개념의 도입은 궁극적으로 토지의 공유화를 포함한 생산 그 자체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와 결합되어야만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생산수단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을 당연시하는 경제체제하에서 몇몇 정책을 이요함으로써 부의 공평분배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분배의 형평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진정 필요한 것은 생산물의 재분배가 아니라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제한, 철폐하는데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