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됐습니다』

 가을 햇살이 안온한 빛을 던져주는 정오. 갑자기 일단의「괴한」이 마창노련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전화선을 끊고 불을 끈 뒤 5명의 노동자를 못이 박힌 각목과 헝겊이 감긴 흉기로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살이 찢기고 온몸에 피멍이 맺힌 모습을 플래쉬에 비춰가며 확인한 후에야 괴한들은 워키토키를 꺼내 그들의「배후」에게 보고했다.『다 됐습니다.』

 마치 무슨 미국갱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하는 이러한 사건이 우리「자유대한」의 한 귀퉁이에서 자행되었다. 지난 1일 밤과 2일 낮에 마산과 울산의 노동단체와 재야단체 사무실을 대사아으로 벌어진 집단테러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테러의 대상이 각 운동단체이고 그 방법이 잔인하면서도 용의주도했던 점, 그리고 워키토키와 경찰용 포승줄이 사용된 것은 그들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같은 만행을 저질렀는가를 쉽게 짐작케 해준다. 특히 테러범들이 모두 짧은 머리에 민방위복을 입고 있었던 것도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마저도「좌경」들의「자작극」이거나 혹은「조직원 내부의 의견차이에 따른 충돌」일 가능성이 높다며, 또 다시 정권의 사병임을 자처하고 있다.

 테러란 흔히 자신의 적대세력에 물리적인 힘으로 공포심을 조장함으로써, 단결력을 말살하고 조직원의 신념을 무너뜨리려는 비열한 행위이다.

 그러나 민중에 대한 압제자들의 폭력은 저항을 약화시키기는 커녕, 도리어 그를 더욱 견고하게 단련시키는 연단의 채찍으로 작용해왔음을 역사는 증명해주고 있다. 지난 4월 현대 노동자들에게 가해졌던 살인적 테러가 결국엔 전국의 노동자를 한데 묶고 투쟁속에 온몸을 던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음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은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여름부터 부쩍 늘어난 물불을 가리지 않는 독재의 칼춤은 점점 도를 더해가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아직도 철저하게 은폐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잔인한 테러분자들과 그 뒤에 숨어 음흉한 미소를 흘리고 있을 누군가의 실체를.

 지금도 선명한 전교조 사무실의 피묻은 군화자국이 1천만 노동자의 민주를 향한 열망을 꺾을 수는 없음이다. 어떻게 지키고 보듬어 온 우리 모두의 소중한 흼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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