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생존은…
민족의 생존은…
  • 이은주
  • 승인 198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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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 운좋게도 중국에 가게 되는 기회를 얻었다. 사회주의 사회를 직접 가게 되었다는 설레임으로 우선은 들떴지만 북경사태의 돌발적인 발생은 방문계획을 암울하게 했다.

그러나 예정대로 방문이 진행되었고 방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심양에서 가진 조선족과의 만남이었다. 고등학교학생과 교사들과의 이 만남은 이국에서 느끼는 진한 민족의식으로 실로 뜨거운 자리였다. 그들이 갖는 조선족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의식은 오히려 우리를 무색케 했을 정도였다.
특히,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더욱 그러했다.
『남조선에서는 아직도 외래 작품이 많이 남아있지요.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학시험도 조선어로 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 돌아오자 새삼스럽게 우리사회의 서구주의적이고 사대주의적인 풍토들이 절실히 다가왔다. 잠시만 길거리를 걸어도 접하게 되는 곳곳에 설치된 간판들에서, 넘쳐흐르는 인파의 옷 위로 고개를 들고 서있는 활자들에서 젊은이들 입에서 흘러나오는 국적 없는 노래들에서.

뿐만이 아니다. 권력의 유지를 위해 조국의 자존권마저도 미제국주의에 넘겨주는 이 땅의 사대주의적 정권. 이들에게 민족의식은 허위의식일 뿐이다. 이 땅의 정치인들은 정권유지를 위해 주권을 팔아먹고, 경제인들은 부의 축적을 위해 민중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TV나 문화계는 장사를 위해 저속한 외래문화를 무책임하게 뿌려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의 주역은 노정권을 뒤에서 조정하고 있는 바로 미국임을 이제는 정말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사대주의적 현 상황의 타결책은 바로 미제국주의에 대한 투쟁으로 민족의 자존권을 되찾는 것에 있다. 조선족이 56개의 소수민족 중에서도 우대받고 민족의 자치권을 인정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항일전쟁시 중국과 같이 제국주의에 대항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서도 우리는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