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 신뢰회복 되찾아야

 써클 모임이 있던 날 강사선생님께서 체본을 다 써 주신 후 영문을 모를 커피 이야기를 하셨다.

『커피를 온통 계단에 흘려놨던데, 데걸레를 못 찾아 닦아 놓지는 않았어도 종이컵은 주워 버렸어야지…』나는 영문을 몰라 웃어버렸는데 그 분은 또 혼자 말씀을 하셨다.『그래도 이대생이 그랬을텐데.』순간 낯을 알지도 모를 그 누구로 인해 이대생 전체가 무책임하고 철없는 학생들로 인식되어지는 것 같아 몹시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에서든 이대생들은 이쁘고 똑똑한 학생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분이셨는데, 이런 조그마한 일로 실망하셨을까봐 더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이 가신 후 그 문제의 현장을 발견하기란 아주 쉬웠다. 바로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었고 그 때까지 어느 누구도 문제의 종이컵을 치우지 않았었다. 씁쓸한 웃음을 지우며 얼른 주워들었다.

 어느 대학보다 깨끗하고 깔끔한 캠퍼스와 건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은근히 자랑스러웠는데 그것이 오로지 열심히 쓸고 닦으시며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덕분이었나?

 우리는 대학생의 신분이 되면서 중·고등학교 때 하던 청소는 다 잊어버렸고, 학교 안에서 남이 버린 휴지를 치워주는 일은 마다하고라도 자기의 부주의로 버려지는 물건들 하나 치우지 않는 이들이 되어 버린 것 같다.「청소는 하는 사람이 있는데 뭐」하는 생각이 수업이 다 끝난 대형 강의실의 그 지저분함으로 나타나는 것인 것 같다.

 도서관 게시판의 그 쓰임이 점점 지갑과 수첩과 그 외 물건들을 잊어버린 사람들의 호소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애써 주인을 찾아 주는 우리의 조그마한 성의와 깨끗한 양심이 더없이 요구되는 때이다. 우리는 너무 작은 일들까지도 우리의 의무를 남들에게 짐지우게 하고 있지 않는가?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체험적 인간 신뢰의 회복을 서로 느끼게 해주어야겠다.

신혜숙 (정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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