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동문회의 낡은 틀 벗어나야

「민주동문회」의 건강한 모습을 보며

 기나긴 방학동안 신문들은 전교조에 대한 기사로 가득차 있었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답답한 가운데에서도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전교조 탄압저지를 위해 대학 재학생들로 이뤄진 동문회가 단식농성하는 선생님들을 찾아뵙고 지지하거나 가두에 나서 전교조 지지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계기로 기존의 동문회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대학입학 초기에 학교의 요소요소에 나붙은 많은 알록달록한 동문회 개최소식들은 신입생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선배들의 후배들에 대한 사랑, 기대감동이 엿보이는 짤막한 글들을 보며 신입생들은 새삼스레 솟아나는 애교심에 뿌듯함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동문회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능동적인 모습들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쩌다 선배나 동기들의 강요에 의해 한번쯤 참석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이러한 이유는 고학년이 될수록 학업량이 증가하고 여러가지로 바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근본이유는 따로 있는 듯하다. 주위 친구들의 말로는 동문회에 나가면 친구들, 선배, 후배들을 만나니까 반갑기는 하지만 어쩐지 돈만 쓰고 오는 기분이 들고 시간낭비라고 생각이 들어서 참석을 꺼리게 된다고 한다.

 사실 동문회에 나가면 하는 일은 거의 고정적이다. 서로의 소식을 묻고, 일상적인 주변의 사정들을 얘기하며 구성원들의 성격에 따라 술이나 차를 마시거나 디스코장에 가기도 한다.

 동문회에서 하는 행사도 소위 고팅이나 일일찻집이며, 남학교 동문회의 경우「카니발」이라는 제목으로 쌍쌍파티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동문회를 통해 선후배가 만나 진한 정을 느끼며 소속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동문회가 소비적인 모습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겉도는 대화, 무의미한 만남에 지쳐 동문회에 나가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참교육을 외치며 일어선 전교조에 대한 탄압에 공동대처하기 위해 모여서 같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단결된 동문회의 모습들은 너무나 건강하게만 느껴진다.

 이제는 굳이 민주동문회라는 이름을 빌리지 않더라도 과거의 소비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이었던 동문회들의 낡은 면들을 걷어내고 새로운 동문회로 바뀔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번 전교조의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 참교육의 함성을 계기로 동문회가 건강하고 생산적인 만남의 장으로 진실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선·후배의 굳건한 공동체로 탈바꿈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홍은정 (행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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