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성 획득하려는 학문적 실천행위 「변혁운동의 과학화」로 부터 출발한 학술운동이란 무엇인가. 또 급변하는 국내외적 상황 속에서 학술운동은 사회변혁에 필요한 과학적 이론창출의 임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가. 페레스트로이카 충격 이후 계속된 문제제기 속에서 분야별 학술운동의 역사적으로 고찰하여 이론적 실천적 전환기에 선 현시기 학술운동의 나아갈 바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오유석 ­사회학과 박사과정 4학기 1980년대 중반이후 학국사회에서는 민족·민주화운동의 폭발적인 고양과 이러한 전체 사회운동의 일부분으로서 이에 기여하고자 하는 비판적 학술운동과 연구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특히 인문·사회 과학계에서의 이러한 흐름은 해방이후 우리의 의식과 학문활동을 지배해온 냉전·반공이데올로기 그리고 60·70년대 국가주도의 성장이데돌로기를 중심으로 한 여러 지배이데올로기와 지배적인 학문적 패러다임의 허루성을 폭로하면서 우리사회의 구체적인 모순과 지배구조를 올바르게 분석하고 그 「해결」을 모색하고자 하는 비판적 학술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전체 사회운동의 발전이 요구하는 「운동의 과학화」와 이에 부응하고자하는 연구자집단 내·외부에서의 주체적 움직임으로써 「과학의 운동화」가 상호 배합되어 부문운동으로서 학술운동의 객관적조건과 성립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사회운동에서 과학이론의 방향으로 진전되는운동의 과학화는 바로 각각 분화된 부문운동과 전체운동의 각 실천에 필요한 제반정책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이론의 요구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의 운동화」라는 또다른 방향에서의 과제가 요구되어지는 것이며 이것은 곧 역사발전의동력인 변혁운동의 사상적 기반을 닦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요구가 동시에 연구자집단의 끊임없는 지직작업의 축척과 사상의 사회적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이것이 우리 학술운동·학문연구활동에서의 변혁적이론과 사고의 확대발전을 상승시키고 이로 말미암아 현재 학술운동·과학운동·연구자운동이라 불리울만한 현실적 움직임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과정에서 각각의 특별한 연구영역을 중심으로 특별한 연구 주제를 가진 그러나 그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 않은 단체들에 의해 학술운동의 주체적조건들이 구체적인 조직적역량으로 표출되게 되었다.

이시기 이제 학술운동은 그동안 지배이데올로기의 엄청난 위력과 맞서면서 비판적 활동에 전념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새로운 대항적 헤게모니를 창출하고 학술운동의 대중적 기ㅊ초를 튼튼히 하려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우리나라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1991년 현시점에서 우리의 학술운동(연구활동)은 급격하고도 새로운 국내외적 상황변화에 따른 지형의 변화된 조건에 대응해야 하는 학술운동의 두번째 자기변신을 적극적으로 무색하지 않으면 안될 실천적으로 이론적으로 커다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현실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사회주의적 내용이 견지되어왔고 과학적 사회운동의 이론적지침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모든 연구자들에게 견지되어 온 것이 사실이었다고할 대 이러한 모든것이 위기에 직면하고 또 근본적인 현실부적합성을 노정하는 것을 보면서 전환시대에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학술활동도 이러한 흐름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비록 그렇께 많지 않고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운동의 경험 속에서 거의 선험적으로 무시되어 온 사회민주주의적 대안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아야한다는 주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현실의 정세변화에도 불구하고 사상과 운동에서의 계급적원칙이 관철되어야한다는 정통적 입장을 고수하고자하는 입장도 보인다.

그리고 연구자와 학술운동·사회운동 일각에서 제기하는 새로운 세계관 또는 사상이론의 혁신이 포함하는 진지한 문제의식이 있다.

돌이켜볼 때 80년대 중반이후 우리의 학술운동은 거듭되는 학술단체의 분화(전공이 다른 학문연구자들간의 분산)와 결집(학술단체협의회의 발족및 같은 전공단체의 통합 등)을 통해 현실의 변화와 운동의 발전에 기여해 오는 동안 전체 사회(변혁)운동과의 역동적인 상호관계를 넘어 적지않은 경직성과 교조성을 띠게 되었다.

우리는 요즘 회의(데카르트가 말하는 『모든것을 의심해도봐야 한다』는 고전적 언명에서처럼 『진리를 탐구하기 위하여­모든 것을 회의함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와 비판적 성찰(철학적·방법론적 의미에서)이 결여, 또는 배제되어 있는 잘 정리된 선언적테제와 주장들이 우리 주위에난무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런 회의도 없이 도식적으로 쏟아내는 이러한 성과는 그것이 아무리 실천·변혁·혁명의 이름을 빌어 그것을 지향한다고 해도 전혀 유용하지 않을 뿐아니라 「과학의 운동화」라 불리는 영역에서 추방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80년대 학술운동이 견지해온 사상이론의 내용들과 각종의 논쟁구도가 편협하고 경직되었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구체적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채 학술연구자의 인식발전이 정체됨으로서 학술연구의 (과학의)운동성이 희석화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비판적인 검토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마치 역사발전의 진보를 확신하는 철학적·실천적원칙 자체에서 기인한다고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

특히 「과학의 운동화」라는 것은 학문을 그 대상과 방법으로 한다는 것이므로 「항상 진보해야가야하는 운명」(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을 갖고 있는 학문자체의 지적실천행위의 성격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실로 과학적인 과학의 운동이라는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방법을 이론적으로 구체화하고 그것을 실천적으로 견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요구되어지고 있는 학술운동의 앞날에 문제가 되는 것은 사상·이론적 측면보다는 구체적인 삶의 조건의 변화와 그것을 극복하고 보다 민중성을 획득하려는 학문적 실천행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에게는 「과거」로부터 단절되지 않은 지적전통을 갖고 있다.

어느 역사사회학자의 말처럼 『과거로부터 단절된 민족은 역사위에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

』 역시 우리에게도 일제 식민지 시대 이후 수많은 전환기에 있어서 「굽히지 않는」잔절되지 않는 선배 연구자들의 지성사가 있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과 그의식이 전환기에 있어서 변혁에 대한 여러 가능성과 민중들 내에서의 여러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필히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역사적 전환기는 「위기와 가능성」의 양명성을 갖는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일정한 역사적 전환기의 시대적 한계와 동시에 그 중층적 의미를 간과하는 주관적 인식은 지난 80년대를 통해 확보되었던 나름대로 유의미한 학술운동의 성과를 약화시켜 버린채 한편으로는 「청산주의적 오류」와 다른 한편으로는 「근거없는 낙관주의」로 경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우리는오늘의 시대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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