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민중가요의 정수들이 한곳에 모아졌다. 서울 동성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노래공연「우리, 노동자」는 비록「전국노동자신문 창간맞이」라는 명분으로 기획된 것이지만, 기라성같은 노래패들이 모여 그간의 결실을 맘껏 풀어놓은 한마당이었다. 그 노래패들이란 바로 노래를 찾는 사람들, 한국음악극연구소 민중문화운동연합 음악분과, 민족음악연구회, 예울림소리물결, 전교조노래패이다.

 이번 공연은 총3부로 나뉘어,「깜빡잠」,「천생연분」,「포장마차」등 노동자들의 소박한 생활얘기 8곡과,「노동의 새벽」,「민주노조사수가」,「참교육의 노래」,「철의 기지」등 다방면에 걸친 투쟁가 9곡, 그리고「단결투쟁가」,「노동조합가」,「선언」같은 노동해방을 그리는 노래들 7곡으로 메꿔졌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관객들에게 특히 환호를 받았던 곡은「닭똥집이 벌벌벌/닭다리 덜덜덜/잔업철야 지친몸/소주로 달래네…(포장마차)」,「굴종의 삶을 떨쳐/반교육의 벽 부수고/침묵의 교단을 딛고서…(참교육의 노래)」였다.「포장마차」를 부를때는 노래패들이 진짜 옹기종기 모여 소주잔을 붓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전교조」노래패가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들은 여느 때보다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었고 그 중 한 교사는 재미난 율동과 노래를 가르치며 관객들을 대상으로「음악교실」을 연출하여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80년대를 마감하며 노동가요가 얼마만큼 발전하였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계기였다.「님을 위한 행진곡」같은 서정적 가요 서너 편을 제외하면 거의가 후반기 노동자대투쟁과 맞물려 창작된 최신곡들이었으며 민중적 낙관주의로 일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리를 총정리하며 다함께 불렀던「전노협진군가」는 현단계 노동운동의 과제가 무엇인가를 일깨워주는 대표곡이었다.

 기술적으로는 슬라이드를 사용한 효과(이를테면 소주잔이 오가는 포장마차,「선생님 사랑해요」가 쓰인 플래카드, 노동자들의 투쟁모습 등)는 오래전부터 다른 노래극에서도 쓰여왔긴 했지만 노래에 감동과 현장감을 더하였고 대형걸개그림 역시 힘찬 맥박을 느끼게 했다. 빨강, 노랑, 청색 등 노래패마다 구별하여 입었던 티셔츠도 일종의 무대 의상으로서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그러나 3부에 삽입된 곡「노동조합가」는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되었는데(마치 클래식 연주회에 온 것 같았다) 참신한 면은 있었으나 과연 이번 공연에 어울리는「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에 의한」음악이었던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또한「철의 기지」,「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같이 예술성은 뛰어나지만 노동자들이 일상화하는데 별로 쉽지 않은 노래들도 끼어 있었다.

 아뭏든 터질듯한 박수와 앵콜 요청 속에 막을 내린「우리, 노동자」는 그간의 노동가요를 총집결시켜 평가할 수 있었단 모처럼의 자리였다. 앞으로 노동자들의 정서와 삶에 맞는 더 좋은 곡들이 만들어지고 불려질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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