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우아한 주방예술-키친아트」로 유명한 경동산업에서 4명의 노동자가 분신을 하고 1명이 할복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해있던 강현중씨와 김종하씨는 각각 9일 새벽과 15일 오전에 사망하였고, 하반신에 2도화상을 입고 인천연세세브란스병원에 입원중인 안증준·이종하씨 역시 사경을 헤매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할복을 했던 최용규씨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분신당시 화상을 입어 사망한 강의신씨(경동산업 노무관리 이사)에 대한 살인죄를 적용, 6일 연행하였다.

 한편 경찰은 이 사건을「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며 일반적인 폭력으로 호도하고 있다.

 5명의 젊은 노동자에게 자신의 몸을 불사르게 한 경동산업은 인천시에 위치한 재벌 삼활그룹의 계열회사로 종업원 2천여명 규모의 세계최대의 주방용품 생산업체이다.

 그러나「우아한 주방예술-키친아트」의 검은 광택 속에는 경동산업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가득차 있다.

 경동산업은 무엇보다도「경동에서 잘리어나간 손가락만도 8톤트럭 몇 대 분은 될 것」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엄청난 산업재해 발생률로 유명한 회사이다. 뿐만아니라 경동의 노동자들은 동일업종 최저임금과 한달 중 23일 철야라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까지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참혹한 노동조건에 맞서 84년부터 본격화된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조간부가 직접 칼을 휘두를 정도의 어용노조와 구사대의 무자비한 폭력, 그리고 번번히 협상내용을 묵살하는 회사측에 의해 철저히 유린되어왔다. 이번 분신투쟁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사건 역시 민주노조건설을 위해 마련된「디딤돌」이라는 노동자친목회에 대한 탄압이었다.

 회사측은 9월의 노조대의원선거를 앞두고「디딤돌」이 개최한「해고 동료돕기 일일찻집」을 빌미삼아, 디딤돌 간부 3인을 불법단체 구성 및 티켓 강매라는 구실로 징계조치하였다. 또한 이에 항의하는 노동들과 그 가족에게까지 구사대를 동원, 임산부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폭력을 자행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제 몸에 불을 질렀겠습니까? 구호 하나를 외치는 데에도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노동자들은 나이프와 신나같은 무기를 준비하고 자신의 배를 병조각으로 긋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최소한 가족만 건드리지 않았어도…』김학철씨(경동산업노동자탄압분쇄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임시위원장)는 분신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며 울분을 터뜨린다.

 분신사건이 있은 후 2백여명의 노동자들은 사장의 공개사과, 어용노조의 퇴진, 민주노조 건설의 자유보장, 연행노동자 석방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이에 농성장인 경동산업 공장에는 전기 공급이 중단되고 출입이 전면통제되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오후 11시 30분 정체불명의 괴한이 공장내에 방화, 불을 끄기 위해 무기를 버리고 달려나온 농성노동자 전원을 경찰이 연행하였다.

 또한 경찰은 방화를 목격한 노동자 박영호씨를 도리여 방화범으로 지목, 격리수사 중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상황속에서 공대위측은 회사와의 협상을 시도하고 있으나 회사측은 책임을 회피한채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철저한 통제 속에 관제언론은 왜곡된 보도만을 짤막하게 하고 있고 추석연휴가 끼어 국민적 관심을 유대해내지 못하고 있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공대위」는 9일 인천에서 있었던 규탄대회를 비롯, 계속적인 집회와 적극적인 홍보작업을 계획하고 있으나 인력과 자금 부족으로 세부적인 활동은 결정되지 못한 상태이다. 쓰러진 노동자와 오열하는 가족들에게 격려와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는 작은 실천과 함께 민주세력과의 연대속에서「공대위」의 자금·인력 등의 힘든 문제가 풀려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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