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의 노동자여」의 시인 백무산

 백무산. 그의 이름대로 무산자. 울산의 노동자, 노동시인, 신문지상에 잘 오르내리는 말로 산업역군. 그를 소개하고자 할 때 쓸 수 있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그는 위에 열거한 그런 사람인 동시에 결코 그런 사람만은 아니다. 그는 철저히 노동자이고자 고집하는 동시에 노동자이기만은 거부한다.

 게으른 역사의 수레바퀴를 서둘러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지상의 노동자들뿐이라는 확고한 신념과, 노동자로서의 투철한 계급의식을 지닌 자가 바로 시인 백무산이다.

 그가 노래하는, 그리고 고발하는 산업재해, 노동으로부터의 소외와 같은 노동현실은 그의 삶 자체이기에 그의 언어와 시는 철저하게「노동자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의 목소리는 이천만 노동자의 목소리이고 그의 분노, 흐느낌은 모든 노동자들의 분노와 흐느낌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노동계급의식이 단지 그의 노동하는 삶에서 싹튼 것만은 아니다. 노동자로서의 긍지와 자부심, 역사의 주체로 당당히 딛고 일어서고자하는 의지 속에 해방노래꾼, 백무산은 서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 소위 지식인이라는 이땅의 대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김형, 이 시대의 지식인/지식인이라는 완장을 낀 자들일 것이오/캠퍼스숲속의 은밀한 속삭임도 나는 모르오/그렇지만 그들이 나누는 사랑에도/빛나는 완장이 필요한 것이오/이제 곧 사랑의 행패를 시작할/수많은 젊은 놈들이 또 쏟아져 나올 것이오/완장을 낀 팔에 채찍을 들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겠소』(-「지식인이라는 완장」中) 상상으로만 운동하고 실천하지 아니하는 무기력한 지식인 운동가를 비롯한 우리들의 모습에 대한 섬찟하리만큼 날카로운 질책이다. 동시에 지식인에게 주어지는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는 것에 대한 충고이다.

 뿐만아니라 그는 분단조국의 아픔도 이야기하고 강제 철거민의 생활을 고발하고 또 오늘의 우리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교육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소비재 상품을 만들 학생을 위해/교사는 생산재 상품이 되도록」강요하는 교육현실을 그의 날카로운 시각으로 비판하는 것이다.(-「가르치는 것이 싸우는 것이라면 싸우는 것도 가르치는 것이다」中에서)

 이렇게, 시인 백무산은 힘들고 고된 노동으로 묶인 생활 속에서도 모든 것을 인식하고 비판하는, 그야말로 살아 숨쉬는 진짜 노동자이다.

 그의 시집의 표제가 된「만국의 노동자여」라는 시에서 그는 말한다.

『무슨 밥을 먹는가가 문제이다/우리는 밥에 따라 나뉘었다/그 밥에 따라 양심이 나뉘고/윤리가 나뉘고 도덕이 나뉘고/또 민족이 서로 나뉘고/…(중략)그대들은 무슨 밥을 먹는가…』

 우리들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무슨 밥을 먹고 있으며, 또 먹기를 원하며, 그 밥이 정당하게 지어진 것인지를. 그리고 깨끗한 그릇에 담겨 있는지를.

 전진영(정치외교학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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