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정권 집권 2기에 접어들면서 한국정부와 미국 부시정권의 막후 접촉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민중들의 노골적인 반대와 미국의회안의 만만치않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CIA 활동 31년의 유능한 정보공작 베테랑 그레그가 신임 미대사로 임며, 내한하였다. 미-부대통령 퀘일도 19일 방한,「어떤 협상」또는 노태우정권측에게「양보」를 얻어내며 정권의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노태우는 다음달 15일 정도에 방미할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통상적으로 한국의 대통령은 취임 후 곧장 미국행 비행기를 탔었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역대군부독재정권들은 이반된 국민들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옹립자(?) 미국의 지원을 받아 통치하고자 했던 것이다. 전두환, 박정희 더 거슬러 올라가 이승만, 장면 역시도 대소전진기지의 제공과 민중의 경제적 수탈의 용인이라는 보따리를 안겨주고 정권의 지원을 보장받았다.

 현재 노태우정권 역시도 6·29선언 후와 취임 후에 백악관을 방문하여「어떤 협상」을 벌였던 것이 사실이다. 핑크빛 2천년대를 약속했던 올림픽이 끝난 후 봇물 쏟아지듯 밀려들어온 수입개방과 원화절상, 방위비 분담승인 등이 그것이다.

 역대 독재정권과 미국과의 관계는 민주주의 수호자의 모습을 보인 백악관의「소리높은 외교」에 의해 은폐되어 독재정권만의 일방적「짝사랑」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방한·방미의 움직임들은「베트남 참전」이란 사안이 생겼을 때 부산을 떨며 접촉을 벌인 60년대 말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했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은 2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신식민지 지배질서의 안정화를 꾀하는 것, 둘째 두 개의 한국을 정착하는 것이다.

 그것의 구체적 실현은 이데올로기 탐압을 수반한 민족민주세력에 대한 물리적 탄압(노동운동과 전교조에 대한 백색테러가 그것을 증명한다)과 유사개량정책으로 중간층을 흡수, 민족민주세력에서 분리시키고, 보수야권에게 정치적 지분 즉 정계개편, 지자제, 내각제 등을 떼어주어 민족민주세력의 정치적 진출로 위기감을 느끼는 보수야당들을 보수대연합의 구도속에 흡수하는 방책이다.

 한편 한국민중의 위대한 승리인 6월항쟁은 미국의 제3세계 신개입전략「저강도 전략」에 의해 6·29선언으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민족민주운동세력의 자주적 진출은 정치공간을 확대하였고, 비록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했으나 4월 국회의원총선에서 여소야대의 정치판을 구축하였다.

 현 공안정국은 집권2기 정치체제 안정화를 꾀하기 위한 노태우 정권의 필사적 노력인 것이다. 초기 집권부터 민족민주세력의 민주와 통일 그리고 자주의 영역에서 활발한 움직임은 노정권을 궁지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88년 통일운동의 열기는 북방정책을 강제하였고 사회전반에 걸쳐 유사개량정책을 유도하였다.

 그러나 정권의 북방정책은 미국측의 강력한 우려와 여권 내부의 분열을 가져왔고 유사개량정책은 식민지적 사회구조에서 이제 그 한계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보수대연합이란 구조를 관철하기 위해서 좀 더 고도의 정치공작과 강화된 이데올로기공세가 2개의 분단한국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는 한도내에서 북방정책의 전면조정이 요구되었다.

 수많은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레그의 주한 미국대사 임명이 관철된 것은 미국의 그러한 필요에 근거한다.

「보이지 않는 정부」라고 명명되는 CIA에서 그레그의 31년간의 근속은 비밀공작 정치의「진수」를 한국에서 펼칠 것이라 예상하게 한다.

 CIA 한국지부장을 지낸 경력은 한국지배세력과 보수 야당에 뿌리 깊은 인맥을 가지고 있다. 그 인맥활용은 점차 가속화되어가는 보수대연합(그 실상은 비록 반민주연합이지만)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며 고도의 정보공작을 통해 민족민주세력에 대한 고도한 이데올로기 공세와 폭력테러 역시 강화될 것이다.

 그레그의 주한미대사 임명은 비밀공작을 통한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완성구도를 획책하는 것이다. 부시미대통령, 그레그 주한미대사, 존스타인 주한  CIA지부장으로 관통하는 대한정책결정권자들이 모두 CIA출신자들이라는 것은 80년 광주에서 저지른 실수(?)를 방지하고 한반도에 대한 내정간섭을 고도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김현자(법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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