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국정감사를 살펴본다

 계속되는 공안정국의 찬바람에 휩싸여「실종」되었던 제도권정치가 11일 정기국회의 개회와 함께 새로운 몸부림을 시작했다.

 이번 국회는 현정권이 집권중반기로 돌입하는 시기에 열린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야권 모두에게 매우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민정당의 경우엔 이번 정기국회의 목적을 5공청산작업의 중단과 공안정국 유지의 대외적 명분 획득, 나아가서는 노정권 집권 후반기의「안정」과「번영」을 확보하는 것에 두고 있다. 이에 반해 평민·민주당 등 야권은 5공청산을 관철시키고 정권의 5공회귀 음모를 폭로하며 6공의 새로운 비리를 파헤치는 데에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첨예한 의견대립의 상황속에서 진행될 이번 국회의 쟁점은 결국 5공청산과 제반 악법의 개폐, 공안정국에 대한 공방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정기국회는 5공청산문제와 국정전반에 대한 각당의 입장 개진과 결론도출을 강제하고 있어, 사안별 협조체제가 활성화 될 것이고 이는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이같은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개회되는 정기국회에서는 국정감사, 90년도 예산안 심의, 토지공개념 관련 법안 및 지방자치제 관련 법안 등의 사안에 대한 처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런 일정 중 지난 18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는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6년만에 국정감사가 부활되었던 작년에는 주로 5공의 비리를 폭로하는데 그 초점이 모아졌으나 이번 감사는 그보다는 정책의 감사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중인 국정감사에 임하는 여·야의 기본태도는 정기국회에 대한 입장과 별차이가 없다. 또한 국정감사는 감사 후 있을 여러 현안에 관한 결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더욱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여러 감사위원회 중 그 무엇보다도 많은 사안이 걸려있는 것은 법사위다. 야당은 주요 공안 사건 피의자들의 변호인 접견을 안기부나 경찰이 금지하거나 시간·질문의 내용을 제한한 것은 체포·구속시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 제12조 4항, 형사소송법 제34조에 위반되는 점임을 추궁할 방침이다.(한겨례, 17일자) 특히 안기부가 법원의 변호인 접견 허용 준항고 결정을 거부하였던 것과 관련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문제가 새롭게 제기될 것이다.

 이와 함께 불법연행, 밀실·고문수사와 같은 인권유린과 무분별한 영장남발, 5공인사의 대거석방문제도 법사위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외무통일위는 공안정국 조성의 직간접원인을 제공했던 것이 통일관련사건인만큼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야당측은 우선 7·7 선언과 현행 국가보안법 및 안기부법의 정면대립현상을 지적, 이 부분을 집중공격할 예정이다.

 또한 일련의 방북에 대한 사법처리의 형평성 문제와 조작수사 가능성도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철언 정무1장관의 방북설의 진위와 창구단일화 문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

 한편 18일부터 10월 6일까지 진행될 국방위 역시,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 증액문제, 팀스피리트 훈련 축소문제, 특히 보안사의 국민대생 납치·협박 사건등에 대한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경제분야에서는 토지공개념 관련문제와 수입개방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재무위와 농림수산위가 주목을 끌고 있다.

 재무위에서는 재벌의 부동산 독점현상과 정경유착 비리에 대한 성토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금융실명제 추진상황 및 한은법 개정문제, 조세정책이 집중적으로 거론될 예정이다.

 최근의 수입개방 압력과 수입식품의 안정성문제가 제기될 농림수산위에서는 추곡수매가 한자리수 인상방침과 농가부채에 대한 야당쪽의 폭로가 요구되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올해의 최대현안으로 떠오른 전교조문제가 다루어지는 문공위야말로 이번 국정감사의 초점이라 하겠다. 여기서는 교육환경의 문제와 전교조의 합법성 문제가 주로 다뤄질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5개대학 감사 및 총장징계요구의 정치적 의도 등이 관심사항으로 대두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체위와 노동위에서는 각각 안기부의 도청문제와 공안당국의 노동운동 개입과 탄압 및 다국적기업의 위장폐업 등이 쟁점사항으로 논의된다.

 그러나 이렇듯 수많은 과제를 안고 출발한 국정감사의 올바른 역할 수행에는 몇 가지 걸림돌과 한계가 있다.

 첫째, 정부의 자료제출 기피와 위증이다. 얼마전 밝혀진 총리실과 안기부의「자료요구 대처방법」과「자료제출 보안대책」이라는 지시공문의 각부처 발송은 이를 가장 뚜렷하게 증명해주는 것이다.

 둘째는 민정당의 5공청산에 대한 명료한(?)입장과 체제수호적인 시각에 의해 본질적인 문제가 희석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난점에 앞서 가장 본질적인 한계는 현야당 역시 국민의 진정한 뜻을 대변하기엔 그 기반 자체나 성격에서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5공청산을 정치협상의 대상으로 축소·왜곡시키고 기층민중의 절실한 요구에 등을 돌린 바 있는 그들에겐 이번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또한 하나의 정치력 담보를 위한 도구로 전락될 가능성이 충분하며 이것은 바로 야권의 분열로 가시화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현 제도권정치의 뚜렷한 한계는 각 민주세력사이에 노동자·농민 등의 기층민중을 기반으로 하는 합법정당의 논의를 활성화시켰고 이미 많은 진척이 이루어진 상태이다.

 그러나 이런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여소야대의 국회 체계는 야당측에 매우 많은 권한을 주고 있으며 국민들의 감시의 눈 역시 결코 만만치 않음을 감안할 때 이번 정기국회는 공안정국의 타개와 6공의 본질폭로라는 하나의 기점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이에 덧붙여 야당의 발전적인 변모와 한계극복의 노력은 사회의 전반적인 민주역량의 성장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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