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조세정책이 문란이 극도에 달했던 시기, 일반 백성이 세금을 못내 도주를 하게되면 이웃이나 친척이 대신해서 세금을 물게하는 「인징」, 「족징」이라는 강제 수탈정책이 횡행했었다. 

그로부터 백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의 우리사회는 아들이 죄를 지으면 아버지 또한 죄인이 되어야 하고, 친구나 애인도 덩달아 수배대상에 함께 오르는 또다른「인징」, 「족징」의 형태인 연좌제가 부활되고 있다.

최근 치안본부는 일선 경찰에「수배자와 관련된 사람, 소속 대학에 대한 압력을 넣어 수배자가 자수하거나 관련자가 신고할 수 있도록 하라」「미행이나 간섭수사를 지양하고 연행조사등 직접 수사에 나서라」는 내용의 수배지침을 내렸다. 

민생치안을 위해 발휘해야 할 경찰본연의 임무들은 이미 땅바닥에 떨어진지 오래지만 오늘의 경찰력은 오로지 좌경·용공학생이라 이름붙인 이들을 잡는다는 명목아래 온갖 공갈과 협박으로 죄없는 국민을 괴롭히는데 열심이다.

이미 우리는 전대협대표로 북한에 가 있는 임수경양의 언니가 직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했으며, 그 아버지가지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들었다. 또한 그밖의 다른 수배학생에게는 결혼한 누나, 여자친구에게까지 메일 찾아가 협박을 해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는 얘기까지 들려오고 있다.

5공화국 출범시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에는「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연좌제 폐지 조항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법조문에도 불구하고 수배자의 가족들에게 (특히 양심수일 경우)항상 미행의 눈초리를 곤두세워 그 마을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게 하는등 암묵적으로 가족이나 인근친척, 친구들이 피해를 당해왔었다는 사실을 무심코 지나쳐 왔다. 그러나 이제는 노골적으로 사생활의 권리침범을 적극 권장하고, 경찰관들에게 비열한 공갈범, 협박범이되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 이러한 소식들은 가히 위대한(?)경찰국가 치안담당자의 의식수준을 짐작하게 해주는 일이라 하겠다.

「자유민주주의」를 끝까지(?)수호하겠다는 위대한 보통사람의 허풍이 아니더라도 연좌제는 어떠한 구실로도 국민에게 설득력을 지닐 수 없으며 실정법을 위반한 불법조치이다. 구안습을 부활시켜 충실히 시행하고 있는 현정권의 민주화의지가 무엇인지 이제는 가히 짐작이 가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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