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된 군사기밀보호법을 알아본다


지난 12일에 서울 형사지법 합의21부에서는 군사기밀의 탐지·수집·누설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군사기밀보호법 제6조(탐지·수집), 제7조(누설), 제10조(우연히 기밀을 알았거나 갖게된 자의 누설)가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와 언론출판의 자유조항에 위배된다며, 변호사들의 위헌제청신청을「이유있다」고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이들 조항의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것은 야당 국회의원의 비서관들이 군사 2급 비밀문서「국방업무보고」를 한 연구소에 준 것을 이유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담당 변호사들이 지난 6월 8일 이들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낸 것에 대한 것이었다.
 현행 헌법의 원칙으로 보자면 군은 국민의 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헌법에서 주장된 추상적 원칙들이 무수한 법령과 국가 행위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부정당하는 현실에 비추자면 군사기밀보호법(이하「군기법」이라 함)만이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겠지만, 서울형사지법의 위헌제청, 이유와 같이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과 수십년간 군사정권에 의해 사회전체가 병영화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군인과 같은 의무를 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번의 위헌제청을 통한 군기법에의 문제제기는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군기법의 구체적인 조항들의 문제점과 함께 군기법 자체가 남한 사회의 모순을 표현하고 있는 부분을 살펴보겠다.
 군기법은 10월 유신이라는 이름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군사정권이 군관련 정보의 차단을 목적으로 1972년 12월 26일 비상국무회의를 통해 통과시켜 입법화되었고 1981년 12월 31일에 국가보위입법회의를 통해 민간인까지도 국군보안사령부가 수사할 수 있도록 개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력을 갖고 있는 군기법에서 문제되는 조항은 이번에 위헌제청된 제6,7,10조와 제19조이다. 제6조는 군사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면서 범죄 행위의 구체적 형태를 특정하지 않음으로써 헌법 제12조1항의 죄형법정주의-특히,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즉, 범죄의 내용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법기관의 자의적인 처벌을 막고 행위의 준칙으로서의 법률의 의미를 지켜내기 위한 헌법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는 말이다.
 제7조와 10조는 군사기밀을 취득한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표현·전파하지 못하도록 금지함으로써 헌법 제12조 1항의 언론·출판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군사기밀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고, 공개의 예외사유도「대통령에 의해 적절히 기밀지정이 된 것」등의 특별한 경우에 명확한 내용을 명시하여 기밀을 유지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19조 1항은 군보안부대요원에게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하는 범죄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의 자격에서 민간인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것은 보다 철저히 국민을 군의 감시하에 두는 것을 일상화할 수 있는 조항이 된다.
 위와 같이 군기법의 개별 조항들의 문제점들이 이번에 위헌제청된 이유이고 흔히 얘기되어지는 것이지만, 법이 계급적 성격을 가진 그 사회의 현상들의 표현이라면 군기법이 문제가 되는 것도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될 것이다.
 그것을 검토해보기 위해서는 우선 군대에 대한 시각부터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한 사회의 지배계급이 그들의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집행기구로서「국가」를 갖게 되고, 그 국가를 유지시키는 물리력과 이데올로기가 있으며, 그 물리력의 핵심적인 기구로서 군대를 갖게 된다는 사실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 사회의 지배 계급은 끊임없이 일반 민중들의 국가 권력에의 참여를 저지시키고, 국가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신들의 이익을 위협하는 행위들을 철저히 뿌리 뽑으려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들의 행위를 일반 민중에게는 감추는 것이며, 알려져도 상관없는 행위도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않고, 알려지면 자신들의 국가지배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무기인 법으로써 기밀을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이란·콘트라 사건의 경우 일반 민중들의 이익에 위협을 주는 행위를 자신들의 자본 팽창을 위해 서슴없이 해치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행위는 군사기밀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된다. 놀라운 것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에 감염된 미국의 민중들이 그 사건의 실무담당자인 노스중령을 잠시나마 영웅시 했다는 점이다.
 일반론적인 얘기는 그만두고, 남한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수십년간 군사정권이 지배해 온 우리의 실정이고 보면 군기법등을 통해 군사행위가 철저히 밀봉된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군사정권의 지배가 우리 민중들에게는 견디기 힘들고 참을 수 없는 것이므로, 그로 인해 당연시되는 군기법 등의 법령 역시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정권 측에서 끊임없이「북한의 침략 야욕」운운하며, 국민의-즉, 일반 민중의-권리가 상당히 많이 유보됨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주장한다면, 또 군의 모든 정보들은 아무리 미미한 것이라 할지라도「북한의 침략 야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북한측에 제공되어 북한을 이롭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군기법은 유지되어야 하며, 개정한다 하더라도 약간 무리가 있는 몇몇 조항만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하면, 우리 민중들은 이렇게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의 특수한 사정으로 인하여 엄청난 수의 군대가 존재하므로 우리는 오히려 딴 나라의 경우보다도 더 철저히 군의 모든 행위가 우리의 이익에 반하는 것인지를 알아야겠다. 나아가 군사적 대결이 과연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군사적 우위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알아야겠다. 현재의 상황이 옳은 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손으로 뜯어 고쳐야겠다』고.
 민주주의의 일반적 원칙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공개와 선거」의 원칙이라고 얘기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문제 제기한 군기법은 철저하게 공개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며, 모든 국민을 그 처벌대상, 재판 대상으로 상정함으로써 남한 사회의 병영화를 확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조문에서 아무리 언론·출판의 자유를 되뇌이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일반 민중의 그 사회의 주인됨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물론, 어떠한 법률도 결코 일반 민중의 권리를 철저히 보상해주지는 않는다. 모든 법은 그 사회의 계급 역량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히 현행 군기법의 경우는 아무런 치장도 없이 일반 민중의 알 권리와 사회의 주인될 가능성을 배제시킴으로써 우리에게 별다른 혼란없이 법의 본질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한 국가의 헌법과 모든 법령은 끊임없이「공개와 선거」의 민주주의적 원칙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기울여지는 가운데 보다 일반 민중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기능에 충실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법률가들의 노력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핵심적으로는 스스로가 사회의 주인임을 자각해 나가는 민중들의 투쟁과정 속에서 가능해지는 것이며, 나아가서 민중들 스스로가 법을 움켜쥐어야 하는 것이다.
 민중의 주인됨을 가로막고,「공개」의 원칙에 위배되며 사회 전체를 병영화하려는 군사기밀보호법은 철폐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법률로도 민중들이 군사적 내용을 알 수 있는 권리를 막아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이종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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