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의도는 무엇인가

지난 7월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부 회의실에서 하미 양국 국방장관을 수석대표로 18명의 양국 국방관계 고위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2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이하 안보협)가 열렸다. 미 회의와 행정부 일각에서 주한미군의 철군계획에 대한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열린 이 회의는 어느 때보다도 한미안보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안보협은 1968년 한미국방각료회담으로 시작돼 매년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열리는 것으로 사실상 한미 안보관계에서 제기되는 주요현안을 처리하는 최고 실무협상 테이블이다. 한편 안보협에 앞서 항상 양국 합참의장이 주재하는 한미군사위원회(이하 군사위)가 열려 양국 군부사이의 협력사항과 한미연합사에 하달하는 전력지도 내용을 결정하며, 안보협은 양국 행정부의 협력사항을 결정한다.

올해의 경우도 현재 양국간에 현안이 되고 있는 주요내용들이 협의․결정된바, 이를 분석하는 것은 현안 처리의 귀추를 이해하는데 뿐만 아니라 한미 군사동맹의 향후 전개방향을 전망하는데도 결정적 단서를 제기해 준다 하겠다.

주한 미군의 장래

안보협이 폐막된 후 20일 발표된 양국 공동성명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주한미군의 장래문제와 관련된 것이었다.

왜냐하면 부시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의회와 행정부 일각에서 주한미군의 철수 혹은 감축에 관한 논란이 계속돼 이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고양된 상태였거니와, 특히 안보협을 나흘 앞둔「뉴욕타임즈」7월13일자 보도는 미행정부가 『주한미군의 감축을 포함하여 동아시아지역의 미군배치에 관한 전면적 재평가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한미 양국관리들 사이에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13일 미 국방부의 한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의 존재는 성격상 고정된 것이, 여건에 따라 바뀌는 것』이라면서 『한미 양국은 주기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검토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혀「뉴욕타임즈」의 보도내용이 사실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협에 임하는 한국측의 가장 큰 목표는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 특히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 이전에는 감군계획을 세우지 말자는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있었다.
그 결과 양국 대표는 공동성명을 통해『주한미군이 필요한 한, 그리고 한미 양국정부와 국민이 미군의 주둔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한다고 판단하는 한 계속 주둔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미국의 핵우산이 한국의 안전을 계속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미양국정부와 국민이 원하는 한』이라는 단서가 종래의 『한국정부와 한국인이 원하는 한』이라는 고전 전 원칙에서 수정된 것이며 주둔시기가 못 박히기를 바란 한국측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사실을 들어 철군문제가 「유동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17일 열린 군사위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한 억지전력 확보 시 까지」현 한미연합방위체제를 계속 유지한다고 합의한 사실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즉,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 억지전력이 확보되면 현상변경이 가능하다고 해석될 수 있은 것이다.

그러나 안보협이 끝난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체니 미 국방장관은 공동성명 표현이 변화된 것과 관련해『주한미군은 한국국민의 이익과 아울러 미국의 국가적 이익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을 강조하는바』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한미군의 기능에 관한 이 같은 입장이 보다 명시적으로 밝혀진 것은 작년 5월26일에 있은 메네트리 주한미군사령관의 미의회 증언에서였다. 그는 미상원의 「태평양연안방위에 관한 청문회」증언을 통해『한국의 경이적 성장을 고려해 한국과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도 변경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제하고 『미 군사력의 광역적 역할을 감한한 좀 더 넓은 시각이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종래 주한미군의 역할을 대북억지력이라고만 규정해 온 점과 명백히 차이를 갖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주한미군의 기능변화 양상이 최근의 주한미군 전력증강 현황에 반영돼 나타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우선 올해 말까지 오끼나와의 카데나공군기지에 있던 제15 전술정찰비행대를 대구기지로 이전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전동기는 RF4C정찰기의 이․착륙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소음공해에 대한 오끼나와 주민의 반대 투쟁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결국 대소전력 수행을 위한 해외배치 미군 전력을 그 기지 사정 때문에 군에 배속시킨 것이다.

또 F15E 신형 전투폭격기를 한국을 포함한 극동지역에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주한미군 기능의 광역화와 관련해 중요한 변화이다. 미군 당국은 이 신형전투기가 일본 오코스카항을 기지로 하고 있는 미 7함대의 미드웨이 항공모함이 노후화함에 따른 전력손실(전술핵공격 능력 저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전후사정에 비추어 주한미군이 멀지 않아 감축 또는 철수할 것이라는 생각은 낭만적인 것이며, 오히려 주한미군의 가능변화는 대북억지책이라는 명분이 사라진 이후에도 계속 주둔할 명분을 찾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면 이번 안보협에 참가한 한국측대표들 사이에서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 이후 감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은 한국측이 분담한 대북용 지상저력의 일부 감축 가능성을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한국측 방위분담의 지향점

이번 안보협에서 방위분담문제와 관련해 언론들은 연합방위력증강사업(CDIP)을 위한 한국측의 추가부담내용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측은 CDIP에 연평균 4천만달러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이번합의 내용에서 90년은 연 3만달러, 91년은 4천만달러, 92년부터는 연 5천만달러씩을 추가 지원키로 해, 사실 이 부분은 결코 적지 않은 문제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미타결 되었지만, 전시주둔 국지원협정(공동성명에서는 조기타결을 위한 공동노력의 중요성 강조)이 체결될 경우 유사시 미군이 증원 투입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대규모 추가지원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또 다른 차원의 방위분담문제는 거의 주목받고 있지 못하나 이는 앞의 사항과 거의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 문제이다. 즉 공동성명 제7항에서 규정한『한국이 자국방위를 위한 책임을 증대시켜야한다』는 사항이다. 군사위에서는 이와 관련해『한국이 독자적인 대북 억지전력을 갖춰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문제의 중요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방어력과 억지력의 개념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미 합참본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89년 종합군사력 순행 가보고서」에서는 『89년 현재 한미 군사력을 합치면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을 무력화, 공격이전 상탤 되돌려 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며 주한 미군이 전쟁억지력을 절대수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이 보고서는 『한국군의 장비현대화와 포병 및 기갑전력 확충이 계속된다면 오는 96년이면 북한의 공격을 봉쇄, 격퇴할 수 있는 능력(=억지력)을 갖추게 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방어 전력을 넘어서 억지전력을 갖추려면「공격을 무력화, 공격이전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반격전력(=공격능력)이 증강돼야 한다. 이는 최신예 공격병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최근의 대한 무기판매 내역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88년 동안 미국은 한국에 하푼미샤일, 스팅거미사일, F16전투폭격기 등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는 RF4C정찰기, 스패로 공대공미사일, F4E전투폭격기.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 등을 판매할 계획이다.

게다가 하반기 중 타결될 것으로 알려진 차기전투기생산계획(FX사업)은 최신형 전투폭격기(F16이나 F18중 택일) 1백20대를 증강하는 사업이다. 결국 한국의 방위분담이란 주한미군에 대한 지원뿐만 아닐 한국군의 독자적인 대북억지력 보유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는 곧 미국으로부터의 대량이 무기구입으로 직결된다. 이 같은 한국군의 전력증강이 앞서 밝힌 주한미군 기능의 광역화(=대소전략 수행)작업과 표리를 구성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휘체계 개선(?)의 허실

한편 군사위에서는 한미연합사 작전지휘체계 개선과 관련해 지난 1여간 공동연구한 안을 놓고 토의한 결과, 군수참모부장직을 종전의 미군장성에서 한국군으로 교체하고, 한국군이 맡고 있는 연합사 부사령관과 공군구성군 부사령관과 권한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반에게는 작전권 이양작업으로 알려져 있는 이 작업은 애초에 한국군이 미군사령관의 지휘 하에 있는데 따른 한국인의 반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양국정부는 연합방위태세상의 난점을 들어 이양문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그 개선을 위해 이번 안보협에서 대신에 군수참모, 작전참모 등 실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의 「대부분」을 한국군으로 대체키로 하는데 사전협의가 있었다고 보도 되었으나, 이번 합의내용 그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지휘체제 개편작업이 단순히 한국인의 국민감정을 고려한 차원이 아니라, 한미 안보관계의 새로운 단체를 향한 조치라는데 있다.

연합사 개편문제는 미국 군부 내에서 주한미군의 기능변화와 이에 따른 한국측의 역할중대를 겨냥해 오랫동안 모색해 온 것으로, 미국의 고위관리들은 이 개편이 1990년대 초에 완성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개편내용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 계획의 주요주창자 중 한사람인 미 해군대학원의 아시아 안보문제 전문가인 올센교수의 설명을 통해 확인된다.

그는 지난해 7월29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 계획에 대해『한국군과 소규모 미군 파견부대로 구성된 제1연합사는 한국군 장성의 지휘 아래서 대북한 방위만을 전담하고 주로 미군으로 구성된 제2연합사는 미군 장성의 지휘 아래서 대소 견제 등 보다 거시적인 동북아 방위를 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그는 이미 89년8월에 발표한「한국정치와 미국의 정책」이라는 논문에서 현재의 연합사체계가 미 태평양사령부와의 연합작전수행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며 태평양지역에서의 효과적인 대소전략수행을 위해 연합사가 이원화 돼야 한ㄷ고 밝힌바 있다. (그는 이글에서 여전히 최고사령관직은 미군 장성이 쥐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을 잊지 않고 있다.)

결국 연합사 개편계획은 앞서 말한 주한미군 기능의 광역화와 한국측의 역할증대의 실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 안보협의 합의 사항도 그 완성을 위한 첫 걸음인 것이다. 또한 안보협 전반의 합의내용은 이 같은 맥락으로 모두 귀결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전원하(한겨레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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