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사무직 여성노동자의 상태에 관한 일연구

문제제기
지난 87년 7,8월 이후 한국노동운동이 특징적인 변화는 사무직 · 전문기술직 · 판매서비스직의 노동운동이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체 노동운동에서의 변화는 자본주의 사회 특히 한국사화의 현실속에서 이들의 위치를 규명하는 연구과제를 촉발한다. 

특정층의 계급적 위치를 밝히는 작업은 이론적 수준에서의 한두가지 특성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상태를 경험적으로 밝힘으로써 가능하다. 노동자의 상태는 모든 사회운동의 진정한 토대이자 출발점을 이루기 때문에 계급적 위치를 밝히는데 있어서의 선행 작업이다.

본 연구는 화이트칼러 노동자들의 계급적 위치에 관한 경험적 연구의 일부로서 화이트칼라중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사무직 특히 하위사무직을 대상으로 그들이 처해있는 객관적 상태를 밝혀보고자 한다. 특히 하위사무직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족한 상태나마 몇몇 학자들에 의하여 진행된 연구에서 하위사무직 노동자들 노동자계급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상태에 관한 경험적 연구를 통해서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둘째, 사무직의 경우 급격한 양적 성장과 함께 주목되는 사실은 전체 사무직 취업자중 여성이 1963년 11.3%에 불과하던것이 1987년36.9%로 현저히 증가하였으나 여성들은 대부분 하위직이 편중되어 있기때문이다 .

따라서 본연구의 대상은 하위 사무직 여성노동자로서 직접적 대상을 타자원, 은행출납원, 전화조작원들이며 주된 연구방법으로는 사례연구방법으로 연구대상의 심층면접과 연구대상들이 속해있는 조직의 사례자료 이용 및 관리자 면접도 부분적으로 하였다.

하위사무직 여성노동자의 조직 내 위치와 노동조건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한부분을 구성하는 하위사무직 여성노동자 특히 전화조작원, 은행출납원, 타자원들의 조직내 위치와 노동조건을 중심으로 그들의 상태를 알아봄으로써 생산직 노동자에 비해 어떠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전화조작원과 은행출납원의 학력은 대부분 고졸이며 연령은 여성 사무 관련 종사자의 80%이상이 몰려있는 15~24세층 보다 약간 높게 나타나 전화조작원의 경우는 31~35세에 은행출납원의 경우는 26~28세에 가장 많이 몰려있다.

타자원의 경우도 대부분 고졸이며, 연령층은 20대 초반으로 낮은 연령층에 속하고 있다. 이들의 조직내 위치를 살펴보면, 전화조작원은 하위직급 6,7급에 속해 있고 책임자급은 단지 2%에 불과하다. 은행출납원은 여행원급이라는 최하위 직급에 속해있다.

관리자로 승진할 기회의 부분적인 존재는 관리자층과 구분선을 모호하게해 노동자 의식을 희석시키는 중요한 조건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관리자로의 승진 기회는 노동자로서의 위치를 알아보는데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들 하위사무직의 경우 승진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목되는 사실이다.

한편, 하위사무직 여성노동자의 임금수준을 알아보면 생산직 여성노동자의 임금수준인 15만 6천5백원을 크게 상회하고 있지 않다 .전화조작원의 경우 22만원에서 30만원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으나 10년 이상의 근속연수를 고려할 때 생산직 여성노동자의 임금을 크게 상회하고 있지 않다.

은행의 임금체계는 책임자 및 행원급과 여행원급 양자의 분리 호봉을 이루어져 남녀가 각각 다르게 적용되어 입행시 여성은 남성의 86.1%를 받으나 근속연수가 높아질수록 격차가 커져 10년이 되면 남성의 73.4%에 불과한 임금수준에 도달할 뿐이며 입행시 17만8천5백원으로 생산직 여성노동자와 커다란 차아를 나타내지 않은다. 따라서 상태면에서 전체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생산직 노동장 비해 더나은 조건에 있었고 현재도 그러하지만 이 격차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노동성격 
자본주의적 노동과정의 특징은 기계화, 단순화, 합리화라는 생산조건의 변화를 통해 특별한 기술, 기능, 판단력, 근력을 필요로 하지 않고 단지 정밀함과 인내력만을 요구하는 단순노동분야의 확대는 노동강도의 강화를 가능하게 하고 기존의 숙련노동조차 탈숙련화된 노동으로 그 성격을 변화시킨다. 이러한 자본주의 노동과정 일반의 특성은 하위 사무직 노동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현상이다.

전화조작원, 은행출납원, 타자원들이 수행하는 업무에서 복잡성을 발견할 수 없다. 모든 학자들이 동의 하듯이 숙련이 업무의 복잡성을 가리키는 노동은 탈숙련노동을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노동성격은 단기간의 훈련기간동안 습득할 수 있다는 점과 하위사무직 노동자들 자신의 인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노동의 탈숙련적 성격은 표준화를 의미하고 이는 업무의 양화(量化)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업무의 양화가능성은 노동 강도의 강화현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전화조작원으 경우 한시간당 시준 건수를 정해 놓고 이를 달성하도록하여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은행출납원의 경우도 은행의 전산화로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전산화 이전보다 퇴근시간이 빨라졌다는 사실이 노동강도의 강화현상을 은폐하고 있다.

하위사무직직의 탈숙련적 노동성격으로 인한 노동강도의 강화현성 그리고 이와 밀접히 관련되는 직업병의 문제는 생산직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사무직 노동자에 대해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 

노동통제
노동을 행함에 있어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과정을 합목적적으로 계획하고 이에 따라 노동을 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노동과정하에서는 자신의 노동과정이 자본가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다. 잉여가치의 생산이  그 목적인 자본주의적 노동과정의 특징은 노동자가 생산수단의 소유 및 통제로부터 분리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본가의 노동과정에 대한 개입이 생겨나고 자본은 노동력이라는 불확실한 상품을 노동으로 전화시켜 최대의 효율성을 창출하기 위해서 노동럭을 통제한다. 이것이 잉여가치 생산을 위한 노동과정에 대한 자본주의적 통제의 특성이다.

하위사무직, 특히 전화조작원, 은행출납원, 타자원을 중심으로 사무실내에서의 노동통제 방식을 고찰해보면, 전화조작원의 경우 안내업무가 자동화됨에 따라 몇초안에 안내를 했으며, 1시간당 안내한 건수는 얼마이며 어느시간에 비어 있었는가 등이 모두 기술적으로 통제된다. 이러한 노동과정의 기술적 통제에서는 현장 감독의 역할이 부각되는데 전화조작원의 경우는 3급과장이 감독자로서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다.
 현장감독격인 과정들은 전화조작원으로 일하다가 승진해서 감독자의 위치에 서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내부상황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하 노동과정의 기술적 통제는 노동자로 하여금 실질합리성 즉 자본의 지배관계를 순탄하게 재생산해내지 못하고 노동자들로 하여금 반발을 일으키게 한다. 
은행출납원의 경우, 업무의 지시, 평가, 규율이 체계적으로 기획된 제규칙과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관료적 통제방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적통제방식외에도 일종의 인격적 통제라고 할 수 있는 「모니터」라는 통제방식도 발견되어지며 모니터 통제의 직접적 대상은 여행원이 되고 있다. 
 타자원은 타자원들이 속해있는 조직의 규모에 따라 통제가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규모회사에 속해있는 타자원의 경우에는 노동과정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장이 실적이 좋을 때 보상하거나 또는 즉석에서 해고하는 등 개인적을 권력을 행사하고 노동과정에 개입하고있다. 

H 법률사무소 타자원은 앞의 은행출납원으 통제 방식과 같은 관료적 통제를 받고있다. 작업지시, 평가, 규율이 체계화되어 있으며 비인격적, 비가시적으로 되고 있어 소규모 회사의 타자원과 다른 형태로 통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료적 통제외에도 사무국장이나 총무부장이 출근시간이나 쉬는 시간을 수시로 체크하여 주의를 주는 인격적 통제방식도 발견된다. 
노동과정상의 통제는 생산직의 경우에서 뿐만 아니라 사무직의 경우에도 그것이 자본주의적 노동과정인 이상 발견되어지는 현상이다. 
지배적인 통제위험이 각 사례에서 발견됨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유형도 발견할 수 있어 노동통제가 하나의 유형을 이루어 진다고 하기보다는 복합적으로 이루어 진다고 할 수 있다. 

하위사무직 여성노동자의 계급적 위치에 관한 함의
앞의 분석을 통해서 하위사무직 여성노동자의 경우 그 상태면에서 생산직 노동자와 동질적인 계급적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조직내 위치, 승진체계 및 임금체계에서의 위치, 탈숙련화된 노동의 성격 그리고 마지막으로 살펴본 노동 통제방식을 고려해 볼때 하위 사무직 여성노동자의 상태가 생산직 노동자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없다.

하위사무직 노동자의 상태가 생산직 노동자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하위사무직 노동자가 생산직 노동자와 동질격인 노동자계급임을 충분하게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계급이라고 할때는 계급의식의 문제와 계급실천의 문제가 고려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위사무직 노동자와 동질격인 노동자 계급임을 충분히 설명하려면 하위사무직 노동자의 계급의식 측면이 필연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논의에서는 객관적 조건에 있어서는 프롤레타리아화되어가는 경향이 있으면서 의식면에 있어서는 같은 입장에 서지않는 허위계급의식을 가지기 때문에 노동자계급과는 구별된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사회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1987년 이후 정치적 환경이 변화되면서 7,8월에는 노동운동이 폭발적으로 고양되었고 이 과정에서 화이트 칼라 노동조합도 급증하였다. 이는 과게에 노동운동, 노동조합이라 하면 생산직 노동자만의 노동운동으로 국한해서 보는 것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를 고려해 볼때 하위사무직 노동자의 의식에 관한 기존의 논의는 재확인되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도 확인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는데 예를들어 조사대상이 된 하위사무직 여성노동자들의 대부분의 노동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생산직 노동자와의 관계설정 방식에 있어서도 적극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또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에 적극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    
본 연구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계급적 위치 규명의 일부분으로 하위사무직 여성노동자의 상태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발견된 사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위사무직 여성노동자는 조직내에서 하위직급에 속할 뿐아니라 관리직으로의 승진이 거의 불가능하여 노동자 의식을 희석할 요소로써 승진은 작용한다고 할수 없으며 임금수준에 있어서도 생산직 노동자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 
둘째, 하위사무직 노동 성격은 단순·반복적 노동으로서 개별노동자의 경험, 지식, 재능, 숙련등의 제자질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격은 작업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단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로 재검증된다.
셋째, 하위사무직 노동의 탈숙련적 성격은 업무의 양화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노동 강도의 강화현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노동강도의 강화현상은 각종 직업병으로 나타나고 있다.
넷째, 하위사무직 여성노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의 노동을 통제다하고 있다. 그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특성이나 그들이 속해 있는 조직의 규모에 따라 통제 방식은 상이하게 나타난다.
다섯째, 하위사무직 여성노동자들은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에 적극적 태도를 보여주는 예도 발견할 수 있어 앞으로 이들 의식문제의 본격적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이방윤
대학원 사회학과 5학기

 

논문평 - 노동의 비인간화 구체적으로 제시

60 · 70년대의 산업화과정에서 여성들의 노동력이 하위생산직에 대거 참여했다면 80년대에는 하위사무직에 그와 맞먹을 정도의 진출을 나타내었다.
이에따라 사무직노조운동이 여성들의 적극적 참여로써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무직여서노동의 실태에 관한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본 논문은 이에 부응하는 한 조사연구이다. 하위사무직을 대표할 만한 전화조직원, 은행출납원, 타자원등의 3개 직업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등을 사례연구방법을 접근한 제한된 성격을 지니고 있기는 하나 3개직업간의 업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노동형태 · 과정및 통제의 공통된 성격을 잘 파악하였다. 즉 단순반복적이며 조직적 통제하에서 나타나는 노동의 비인간화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다. 더욱이 사례연구의 장점을 살려 이러한 노동의 질곡을 노동자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자료로서 비인간화의 측면을 느낄수 있게 한다. 이러한 정점을 한편으로 여성이 왜 이러한 사무직노동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에 대한 노동통제가 구조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가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 부족하다고 하겠다.

이효재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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