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은 지배세력에 의해 주입되는 이데올로기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래서인지 TV시사토론 등의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교수, 학자들은 일반인보다 폭넓고 수용적이며 진보적이라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긱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온 사회의 경우 국민은 더욱 집단적 · 일면적 인식을 갖기 쉽다. 그리고 이에 비례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식인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얼마전 어느 일간지에 실린 글을 읽고는 이러한 지식인의 역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상의 적」이라는 제목하의 그 글을「반외세를 내세우면서 미제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었다. …모든 가상의 적 조작에 속아서는 안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수탈은 남미 등 지의 제3세계국가에서는 공동의 적으로 규정될 정도로 공인된 사실이며 이는 자본주의의 자연적 귀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영원한 우방, 구원자로 여기에 하는 친미 의식이 우리 사회에 유별나게 퍼져왔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더해 앞서 인영한 것과 같은 지식인의 무책임한 말들은 미국농산물 수입에 반대하고, 부정을 저지르고 달아난 미국기업주의에 대항하는 민중의 생존권 싸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뿐이다.

우리나라의 언론매체나, 지배체제를 재생산하기위해 이용된 치우친 학문연구풍토등은 민중이 이익을 위해 앞장서기 보다는 지배세력의 이데올로기에 민중을 더욱 꽁꽁 묶고 경도된 인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잘못된, 집단적이고 일면적인 인식을 극복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국민을 호도하는데 한몫하는 것은 올바른 지식인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예비지식인을 자처하는 우리학생들도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진짜적」을 물리칠수 있어야 한다.
벗의 참혹한 죽음, 그리고 어린 후배들의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외침에 부끄러움으로 대신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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