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손실 위험·편법 가능성 우려 돼…우리 학교, 당장은 계획 없어

사립대학 자산운용에 대한 정부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식·펀드 투자를 통한 사립대학의 고수익 창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0일(목) 대학 적립금의 유가증권 투자·캠퍼스 내 공터에서의 수익사업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 학교도 장기적으로 적립금을 주식·펀드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부자가 사용 용도를 지정한 대학적립금은 지금까지 원금이 보장되는 은행 예금에만 투자됐다. 대학 내 유·휴용지 활용도 산학협력·강의실 확충 등 교육과정과 연관된 건물 신축에만 허용됐다. 그 때문에 예금을 통한 사립대의 수익률은 연 평균 4%에 불과했고,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평균 70%에 달했다.

규제가 완화되면 적립금을 주식·펀드에 투자해 보다 더 높은 이윤 창출이 가능해진다. 펀드·주식의 성공적인 투자가 이뤄지면 사립대학들은 높은 등록금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또 학생들은 장학금과 등록금 보조 등의 혜택도 받게 된다. 이 밖에 캠퍼스 내 공터 임대로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캠퍼스 내 상업시설 설립· 운영도 가능해진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규제 완화 움직임에 맞춰 ‘사립대학투자풀’(가칭)을 준비 중이다. 사립대학투자풀은 적립금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의 자금을 모아 주식·펀드 등에 공동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한국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사립대학투자풀을 통한 적극적 투자는 대학의 높은 등록금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는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당장 투자방식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재무처 신경식 부처장은 “완화되는 규제가 유가증권 투자의 위험부담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며 “단기적으로는 투자방침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주식·펀드와 같은 분야에도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는 적립금을 주로 은행예금에 투자함으로써 고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해 왔다. 현재 우리 학교의 적립금 5400억(2006년 결산 기준) 중 대부분이 은행예금 등의 투자에 사용된다. 1년 적립금의 수익률은 4∼5%다.

규제가 완화돼도 사립대학들이 빠른 시일 내에 투자방식을 변화시키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주식·펀드 투자로 인한 손실이 학생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펀드에 투자될 교비회계 운영수입의 70%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사립대학재정관리자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손실액이 커질 경우 손실액이 학생들의 인상된 등록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제2금융분야의 투자는 고수익을 주는 만큼 위험부담도 크다”며 “각 대학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규제가 완화됐다고 투자를 먼저 하기 보다는 현재 대학이 갖고 있는 수익용 기본 재산의 활용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수익을 창출하고자 편법을 쓰는 대학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수연 연구원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적립금이 투자를 목적으로 쓰이게 되면 대학들은 이월적립금을 많이 남기려고 예산을 부풀려 책정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해외 대학은 주식·펀드 투자, 펀드매니저 고용 등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하버드대는 자산 운용사인 HMC(Harvard  Management Company)를 설립해 운영한다. 하버드대는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자산 규모를 50억 달러에서 259억 달러로 늘렸으며(2005년 기준) 연평균 16%의 고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예일대도 펀드매니저로 구성된 전문 투자위원회에서 기금 투자를 관리해 연간 152억  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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