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이화에서 가장 화려한 ‘골반’

우리 학교에 아이비가 떴다? 21일(월) 학생문화관(학문관) 앞은 ‘해방톱10­가요제’를 관람하는 학생들의 환호성으로 들썩였다. 환호성의 주인공은 바로 ‘사이비’서리나(사과·07)씨. 빨간 양말을 종아리까지 올려 신은 그는 아이비의 노래 ‘유혹의 소나타’에 맞춘 즉흥 안무로 대동제의 인기스타가 됐다.

서씨는 학문관에서 가요제 참여 안내 포스터를 보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참가신청서를 냈다. 대학생이 되면 꼭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이번 축제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단숨에 그를 대동제 인기스타로 올려놓은 곡은 ‘유혹의 소나타’. 얌전한 발라드만 부를 것 같은 이화인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고른 노래다. “유혹의 소나타 안무는 아이비가 춰서 섹시한 거죠. 제가 추면 학생들을 웃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결정했어요”

이번 가요제를 통해 그는 ‘사이비’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별명은 ‘사회대의 아이비’의 줄임말로, 아이비와 비슷하지만 코믹한 그의 춤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요제를 위한 안무 연습은 따로 하지 않았다. 아이비가 춘 무대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긴 했지만 모든 안무를 그대로 따라한 것은 아니다. “손가락을 꺾으며 고개를 돌리는 등 아이비만의 특징을 강조했더니 반응이 좋더라구요” 그 외 모든 안무는 즉석에서 췄다.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췄던 막춤 실력으로 아이비 댄스를 완성했죠”

서씨는 이번 가요제에서 박자에 맞춰 엉덩이를 튕기는 춤으로‘화려한 골반상’을 받았다. 온몸을 불사르는 그의 댄스실력은 공연을 관람한 그의 친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화려한 춤솜씨를 가진 그는 기자·아나운서 등 언론계 활동을 꿈꾸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방송국 EBS의 일원으로도 활동중이다.

라온 소울, 반주 없어도 노래는 계속된다

“MR(Music Recored)없이 그냥 할까?”

대동제 이틀째인 22일(화) 오후4시, 학생문화관 앞 중앙무대에서 힙합동아리 라온소울(Raonsoul)이 자작곡 점핑인투(Jumping into)를 부르던 중 음악 반주가 갑자기 멈췄다. 같은 부분에서 반주 문제가 반복되자 관람하던 학생들과 음향담당자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던 우정인(사회·03)씨는 반주없이 태연하게 공연을 계속 진행했다. 함께 노래하던 최다정(국문·05)씨와 강희진(사과·06)씨도 덩달아 리듬을 탔다.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 공연을 보던 학생들은 더 큰 환호를 보냈다.

우정인씨는 “충분한 연습을 통해 비트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없이 공연에 임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라온소울 공동대표 강희진씨는 “동아리 회원들끼리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하나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라온소울은 롯데백화점 대학가요제에서 2위를 차지한 실력 있는 팀이다. 이들은 DJ·그래피티·MC·비보잉 총 4개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10곡의 자작곡 중 점핑인투·ECC life 등 총 5곡을 선보였다. 자작곡 가사는 ECC 등 이화와 관련된 사건·문제들을 다룬 내용이 대다수다.

라온소울의 일부 팀원들은 21일(월) 열린 ‘해방톱10­가요제’에도 참석해 간지상·팀워크상을 수상했다. 간지상을 받은 동아리 공동대표 이휘원(교공·06)씨는 “학내 공연을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박남은(법학·03)씨는 “대동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니 학교에 대한 애정도 커진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교수님도 함께한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바위처럼’이 이화 교정을 쩡쩡 울리던 23일(수) 대동제 폐막제. 검정색 바탕에 하얀색으로 법(法)글자가 적힌 법과대학(법대)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 사이로 강단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 보인다. 학생들보다 더 열심히 율동을 따라하는 사람은 바로 최금숙 교수(법학과). 줄다리기 대열 속에 섞여있는 최 교수는 학생으로 착각할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최 교수는 1972년도 우리 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교수가 되어 이화에 돌아온 이후에도 시간이 허락할 때면 언제나 폐막제를 구경하러 왔다. 올해는 학생들이 먼저 그를 흥겨운 무대로 끌어들였다. “사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석하게 됐지만 오랜만에 바위처럼을 추니 굉장히 재밌었어요”

오랫만에 학생들과 함께 한 올해 폐막식은 그에게 남다른 추억이 됐다. “총무처장이라는 이유로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지 못해서 아쉬웠죠. 폐막식 덕분에 수업시간에 느낄 수 없었던 학생들의 젊음도 느꼈어요” 그는 폐막제 때 입은 법대 티셔츠도 직접 사 입었을 만큼 축제에 대한 열정이 학생 못지 않다.

최 교수는 그가 이화에 다녔던 70년대의 대동제를 회상했다. “그 때 축제는 엄숙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이 많았어요. 학생들의 의식도 사회비판적이었고 줄다리기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죠. 하지만 이제는 자유롭고 발랄한 분위기의 축제가 된 것 같아요”축제에 참여하는 그의 마음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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