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대부광고, 이제는 규제할 때
넘쳐나는 대부광고, 이제는 규제할 때
  • 주은진 기자
  • 승인 2007.0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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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자~무이자~무이자~”

TV를 켜자 한 유명 개그맨이 ‘아무 이유 없이’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겠노라고 열창을 하고 있다. 반복되는 가사와 쉬운 멜로디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대부업체 광고들이 무가지·신문광고에서 케이블TV광고로 영역을 넓히더니 이제 공중파에서도 어렵지 않게 대부광고를 볼 수 있게 됐다.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한 다양한 대부광고들이 싼 이자에 돈을 어서 빌려가라고 대한민국을 유혹하고 있다.

무이자대출에는 몇 가지 조건이 존재한다. 처음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에 한해서 신용도에 따라 15일~30일 정도의 한정된 기간만 무이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대부 광고들이 연예인 이미지만 앞세워 앞뒤 설명 없이 ‘무이자’만 강조하고 있다.

현행 대부업법에는 대부광고에 △대표자 또는 사업체 이름△대부업을 등록한 시·도(군)의 명칭과 등록번호 △대부이자율 및 연체이자율△이자 외에 추가비용 여부△영업소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표기해야 하며, 이를 어긴 사업자는 1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 광고 속에서 대부업체의 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은 작은 글씨로 표기돼 확인조차 힘들다.

10일(목)에는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가 대부업 TV광고 전면규제 촉구 시위를 가졌다. 이번 시위에서는 대부업체 광고가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가정의 TV까지 파고든 심각성을 지적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및 대부업법 개정을 촉구했다. 최근 각종 논평과 사설에서도 대부업 광고에 대한 우려가 연일 쏟아질 정도로 대부광고가 우리의 일상에 급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이토록 대부광고가 TV에 급속도로 확산된 이유로는 현행 대부업법이 고금리를 보장해 우후죽순으로 대부업체가 생겨난 것과 정부의 대부업체에 대한 소극적인 관리·감독을 꼽을 수 있다. 광고에 대한 규제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대한 규제도 한 몫 했다.

물론 대부업이 개인 사업자에서 기업화 돼 양지로 올라오면서 가져온 순기능도 존재한다. 최고 200%까지 받던 대출이자가 현재 최고 연 66% 금리로 하향됐고 음성적으로 행해지던 대부 중개업의 피해사례도 일정부분 줄어들었다.

이러한 순기능이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대부업의 금리는 서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또한 대부업체의 과열화로 광고 내용이 지나치게 과장되면서 대출에 대한 국민들의 신중한 판단을 흐리게 하는 역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광고를 보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에게 대출은 CM송의 간단한 멜로디처럼 쉬운 일이라고 인식될 위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대부업 광고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두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경우 대부광고에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출연은 금지하고 있으며, 광고 시간대도 심야로 편성하고 있다. 몇 년 전 무분별한 카드 광고·발급이 대학생들을 빚더미에 앉히고,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했던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뒤늦게나마 대부업체의 허위·과장광고 실태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9일(수) 공정위는 허위·과장광고의 소지가 있는 20여개의 업체의 실태조사를 해 그 사실이 확인될 경우‘표시 광고법’에 따라 엄중조치를 내린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대부광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허위·과장 TV광고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도 현행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근거, 임시중지명령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허위·과장의 광고 행위가 명백할 경우 공정위는 해당 광고를 중지시킬 수 있다.

정부 역시 대부업체 이용 시 제 2금융권으로 오인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광고에 ‘대부업’을 반드시 표기하도록 하는 대부업법 개정 추진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돈’은 시대와 국가를 불문하고 언제나 최고의 화두이자 국민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때문에 ‘돈 장사’ 하는 대부업에 대한 정부의 정확하고 신중한 잣대가 적용돼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