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문화배움터 정우영(생물·76년졸)대표 인터뷰

사진 : 김하영 기자
회색 문으로 꽉 찬 서초동 오피스텔 복도는 도시적이다 못해 삭막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가족문화배움터의 문이 열리는 순간 햇빛이 쏟아진다. 마치 어둠에서 빛으로 가는 비상구 같다.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사람을 위로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해서요”가족문화배움터 정우영(생물·76년졸)대표는 양성 평등한 가족문화를 위해 상담·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생물학 전공생인 정우영씨가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5년 전 동부교육청에서 상담자원봉사를 하면서부터다. 이 자원봉사 활동을 계기로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에 나가 상담 교육을 받았다. 또 실제로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쉽게 여는 노하우도 생겼다. “남녀가 평등하고 갈등이 없는 가족문화를 만들자는 목표로 2004년 10월에 가족문화배움터를 열었어요”

정우영씨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그래서 그의 별칭은 ‘바람’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 따라 바람이 바뀌듯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의 따뜻한 화법은 민우회 내 주장이 강한 여성운동가들을 만나면서 얻은 것이다. 투사적이고 강한 말투는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말투로 남성이 이해하도록 돕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부장제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푸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그의 유연함은 상담에서 빛을 톡톡히 발하고 있다. 정씨는 남성의 권위적인 자세를 지적하기보다는 스스로 알 수 있도록 기다리고 조언해준다. 한 번은 자신이 권위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온 한 남성 상담자에게 자신이 화를 내는 모습을 묘사하게 했다. 남성은 부인에게 ‘머리 꼬라지가 그게뭐냐’ 라고 했고 이는 싸움으로 번지는 계기가 됐다. 정씨는 남성이 화를 낸 이유에 대해 수차례 물어보면서 남성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 이끌어 냈다. 그 남성은 자신이 했던 말이 사실은‘나는 당신이 예쁘기를 바란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이후 부인에게 말하는 표현이 달라졌고 둘의 관계는 회복될 수 있었다.

정우영씨는 평등한 가족문화의 첫 단계인 혼수 문제를 두고도 상담수업을 열고 있다. 결혼을 앞둔 부부에게 ‘정신적인 혼수’에 대해 상담교육을 하는 것이다. 가족문화배움터가 내놓은 결혼의 사칙연산은 ‘몸과 마음 더하기(+)·환상과 기대 빼기(-)·대화와 배려 곱하기(×)·서로의 세계 나누기(÷)’다. 이 원리에 따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법도 배우고, 결혼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도록 교육한다.

“제 교육 프로그램이 널리 퍼져 모두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요”‘봄바람’같은 교육법으로 모든 가족이 행복해 지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바람이다.

◇ 가족문화배움터란?
양성 평등한 가족문화를 위해서 상담과 교육을 하는 곳이다. 예비 신랑신부나 시부모·장부모 등 가족내 다양한 구성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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